[OSEN=백종인 객원기자] 밤새 논란이 된 장면이다. 어제(11일) 문학구장 경기였다. 타이거즈와 랜더스의 9회 말이다. 2사 1, 2루에서 이지영이 타석에 섰다. 카운트 0-2에서 3구째에 반응한다. 좌익수 앞 안타다.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한다. 좌익수 송구도 도착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손과, 한준수의 미트가 접전을 벌인다. 그야말로 뱅뱅 타이밍이다. 함지웅 구심의 결론은 아웃이었다. 홈 플레이트를 손으로 가리키며 ‘닿지 않았다’는 단호한 시그널을 보낸다.
끝내기 승리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홈팀 덕아웃은 망연자실이다. 응원석도 마찬가지다. ‘세이프 아니냐’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나라 잃은 표정들만 가득하다.
그러나 진실은 숨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후 중계 화면(KBS N Sports)이 재생된다. 느린 속도로 확인할 수 있다. 주자의 손끝은 분명히 오각형의 꼭짓점을 쓸고 지나간다. 물론 포수 미트는 닿지 못했다.
에레디아가 펄쩍 뛴다. 덕아웃을 쳐다보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속수무책이다. 비디오 판독을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다. 요청은 팀당 2개씩으로 제한된다. 랜더스는 2회와 9회 수비 때 이미 사용했다.
KBO 규정의 28조가 비디오 판독에 관한 것이다. 그중 5항이 기회에 대한 내용이다. 5-1은 이렇게 서술한다.
‘기회는 정규 이닝 기준 구단당 2번으로 하며 정규 이닝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심판의 판정이 2번 모두 번복될 경우 해당 구단에게 1번의 추가 기회가 주어진다. 연장전에 한해 구단당 1번의 기회가 추가된다.’
2021년 1월 28일에 최종 개정된 사항이다. 그 사이 2년 반 동안 무려 4번이나 수정을 거듭했다. 그만큼 횟수 문제는 말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현재 규정을 요약하면 이런 말이다. ‘최대 3번까지 요청할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앞선 2번의 원심이 모두 번복돼야 한다.
오늘 얘기는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고, 반론이다. 왜, 굳이, 최대 3번이라고 횟수를 제한하느냐는 점이다.
비디오 판독은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는 과정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다. 때문에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그게 이 규정이 도입된 취지이고, 원칙이다.
만약 원심이 번복됐다 치자. 그건 오심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의를 제기한 쪽이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규정은 그렇지 않다. 신청 횟수 1개는 사라지고 만다. 그나마 2번을 모두 성공해야, 기회가 1번 더 생길 뿐이다.
즉, 번복된 판독은, 그러니까 오심으로 인정된 것은 횟수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예 리셋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어제(11일) 경기는 달라진다. 일단 랜더스의 2차 판독 신청은 실패했다. 9회 초 김도영의 2루 세이프는 원심이 유지됐다. 반면 1차 요청은 성공했다. 2회 초 김도영의 3루 행은 원심(세이프)이 번복됐다. 이의제기를 통해 아웃으로 정정된 것이다.
만약 잘못된 원심이 아니었다면, SSG는 비디오 판독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1번의 권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걸 9회 말 에레디아에게 쓸 수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에 근거한 주장이지만.)
굳이 비디오 판독의 횟수를 제한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판독 요청의 남발, 심판 판정에 대한 최소한의 권위, 그리고 경기 시간 단축에 대한 것 등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존재한다. 정당한 판정과 공평한 룰의 적용이다. 여기서 차질이 생기면, 누구도 그 게임을 존중하지 않는다. 오심은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결과를 낳는 원천은 없애야 한다. 그걸 우선하는 원칙이나 규정은 있을 수 없다.
비디오 판독 한 번에 최대 3분이 걸린다. 그건 결코 지루하거나, 맥이 끊기는 시간이 아니다. 불합리함과 부당함을 막기 위한, 그래서 모두가 납득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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