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기자] KBO리그가 시즌 초반 홈런이 폭증하며 공인구 논란이 불거진 것과 반대로 일본프로야구는 홈런이 너무 나오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KBO리그는 올 시즌 타석당홈런비율이 2.4%로 지난 시즌(1.6%) 대비 50%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924홈런이 나왔는데 올해는 345경기에서 벌써 652홈런이 터졌다. 홈런이 늘어나면서 리그 평균 OPS(.712→.766)와 장타율(.374→.413)도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현장에서 공이 확실히 지난해보다 멀리 날아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KBO가 실시하는 수시검사에서는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오차범위 내에 위치했지만 지난해보다 높아진 수치를 보였다.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 도입으로 리그가 들썩이면서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시즌 초반에는 공인구에 대한 투수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최근 공인구에 대한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과는 반대로 공인구가 너무 잘 안 날아간다는 지적이다. 일본매체 넘버스웹은 "지금 프로야구에서 인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어쨌든 타자가 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라며 일본프로야구의 투고타저를 지적했다.
넘버스웹은 "지난 14일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센트럴리그의 평균 타율은 2할3푼5리, 한 팀의 경기당득점은 3.02점, 퍼시픽리그는 타율 2할4푼, 경기당득점 3.22점을 기록중이다. 최근 보기 힘든 '투고타저'였던 지난 시즌을 훨씬 밑도는 초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야구의 꽃으로 꼽히는 홈런의 감소다. 규정상 반발계수를 채우지 못한 '위반구'가 사용된 2011년(939홈런, 1팀 경기당평균 0.54홈런)과 2012년(881홈런, 1팀 경기당평균 0.51홈런)을 제외하면 양대리그 홈런은 늘 1000개를 넘었다. 하지만 올해는 약 840홈런 페이스(1팀 경기당평균 0.49홈런)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니치 다쓰나미 가즈요시 감독이나 2022년 3관왕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등 현장에서는 '올 시즌 공은 날아가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넘버스웹은 "하지만 일본야구기구(NPB) 및 공인구를 제조하는 미즈노는 공인구의 제조와 관리에 있어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해당 논란을 부정했다. 프로야구선수회도 NPB에서 제공한 데이트를 통해 반발계수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한다"라며 공인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투수들의 기량 향상이 투고타저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본프로야구의 직구 평균 구속은 2014년 141.4km에서 올해 146.6km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넘버스웹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구속별 직구에 대한 장타율, 컨택률, 당겨친 비율, 뜬공 비율, 뜬공 대비 홈런 비율을 살펴보면 다른 지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장타율과 뜬공 대비 홈런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라며 투수의 기량 향상이 아닌 다른 요인이 투고타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좀 더 극단적인 숫자가 나오고 있다. 당겨치기, 타구 띄우기, 정타로 맞추는 것까지는 되는데 배트에 공이 맞은 이후 데이터가 현저하게 하락하고 있다. 거기서 무엇인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발계수 이외의 요소가 타구의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이 급증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을 때 공인구의 솔기 높이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넘버스웹은 "공기 저항은 미세한 차이에도 변화한다. 메이저리그는 공식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서 매 시즌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항력계수를 공개하고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홈런이 늘어난 KBO리그는 올 시즌 10개 구단 체제가 된 이후 최고의 페이스로 5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홈런이 급감한 일본프로야구는 흥행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넘버스웹은 "홈런이 줄어든 원인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대로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지루한 경기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올해는 프로야구의 이변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데이터가 나왔다"라며 일본프로야구의 흥행을 우려했다.
서로 상반된 분위기의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가 남은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