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트랙 전략' 통했다, '산체스 부상→이틀 만에' 대체자 영입... 6주 고민의 시간 갖는다
입력 : 2024.06.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가 17일 리카르도 산체스의 6주 대체 외국인 선수로 라이언 와이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가 17일 리카르도 산체스의 6주 대체 외국인 선수로 라이언 와이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리카르도 산체스(27)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게 지난 15일. 그리고 단 이틀 만에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한화 이글스는 17일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산체스 선수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라이언 와이스(28)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 6주, 계약금 1만 2000달러, 연봉 4만 8000달러, 인센티브 4만 달러 등 총액 10만 달러(1억 3800만원)다.

마치 미리 다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는 듯한 빠른 일처리 속도다. 산체스의 부상을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후보군들은 이미 정리돼 있었다. 앞서 펠릭스 페냐의 교체 선수로 데려온 하이메 바리아(28)를 데려오는 과정이 있었지만 6주 대체 선수 와이스의 경우는 다르다. 한화는 두 경우에 대비해 미리 빠르게 움직였다.

손혁(51) 한화 단장은 와이스 영입 발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미리부터 교체랑 대체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켰다. 교체의 경우 평소부터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지만 대체 선수는 금액에도 한계가 있다"며 "미국 독립리그나 일본이나 멕시코 쪽에서 적은 금액으로 데려올 수 있는 선수들이 후보군인데 교체 선수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런 선수들까지 같이 접촉하며 살펴봤다"고 말했다.

너무도 막연한 범위의 일이라는 걸 손혁 단장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발 빠르게 움직인 스카우트(전략)팀에 박수를 보냈다. "너무 광범위한 일이다. 스카우트들이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 제가 지시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일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다행히 그렇게 나눠서 알아보다보니 바리아도 영입할 수 있었고 마침 산체스가 부상으로 이탈해 다시 한 번 리스트를 살펴보던 중 대체 선수로는 괜찮겠다는 판단을 해서 (와이스를) 영입하게 됐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스카우트들이 계속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줬기 때문에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해외 스카우트들은 한국에 많이 못 머문다. 가족들도 있다보니 제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일이 잘 되면 고생한 보람을 서로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결국 한화 이글스와 작별한 펠릭스 페냐(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결국 한화 이글스와 작별한 펠릭스 페냐(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2명과 재계약을 택했다. 바리아 영입 후 알려진 바로는 영입 1순위가 바리아였지만 당시 메이저리그(MLB) 콜업을 구두약속 받은 상태여서 잔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외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 하에 재계약을 택했다.

산체스와 페냐 둘 모두 리그에 적응을 마쳐 '대박'을 기대할 수는 없어도 안정적인 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구단은 미리 움직였다. 앞서 바리아를 영입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바리아는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ERA) 1.69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였다. 손 단장은 "시즌 초반에 이 외국인 선수가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어도 어떻게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라고 하는 건 금액도 다르다"며 "다른 팀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했을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빠른 계약이 가능했던 건 우리 스카우트들이 더 고생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와이스는 신장 193㎝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시속 150㎞대 빠른 공과 140㎞ 후반대 싱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특히나 빠른 공과 함께 ABS 시스템상에서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존 상단에 커브를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점에서 더 기대가 커진다.

와이스는 마이너리그 5시즌 통산 132경기(선발 47경기)에 등판해 17승 14패 ERA 4.88을 기록했는데 313⅓이닝 동안 삼진 294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106개를 내줘 삼진/볼넷 비율이 2.79로 준수했다. 2023년엔 대만프로야구 푸방 가디언스에서 뛰어 이미 아시아 야구 경험이 있고 최근엔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 리카르도 산체스(오른쪽)는 팔꿈치 통증으로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부상과 부진이 겹친 리카르도 산체스(오른쪽)는 팔꿈치 통증으로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페냐 때와 달리 산체스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올 시즌부터 KBO리그에는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국인 선수가 재활 선수 명단에 복귀할 때까지 교체 횟수를 사용하지 않고 임시로 대체할 외국인 선수와 계약해 경기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재활 선수 명단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최소 6주가 지나야 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 기존 외국인 선수가 복귀할 시 대체 외국인 선수는 다른 외국인 선수로 교체하거나, 웨이버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대체 선수 몸값은 기존 교체 외국인 선수 몸값과 동일한 월 최대 10만 달러다.

6주간 와이스를 활용하면서 완전 교체를 택할지 다시 산체스를 활용할지 고민할 시간을 번 셈이다. KBO 2년 차를 맞이한 산체스는 올 시즌 11경기 2승 3패 ERA 4.22, 53⅓이닝 56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다. 시즌 초반 에이스 역할을 맡았지만 5월 부상 이후 3주간 자리를 비웠고 복귀 후에도 부상 여파 탓인지 2패 ERA 9.39로 부진하더니 결국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고 지난 15일 1군에서 말소됐다.

손 단장은 "6주 정도 있으면 산체스도 확실히 회복을 할 수 있다. 부상 때 한 두 경기가 좋지 않았는데 시즌 초반에 던졌던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던지는 걸 확인한 뒤 둘이 비교를 해서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크에식이 뛰어나고 지난 두 시즌간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페냐를 교체할 때와는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 바리아는 한화가 비시즌부터 공을 들였던 선수였다. 이후에도 한 차례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을 당했는데 MLB 콜업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바리아가 마침 페냐가 부상과 부진이 겹쳤을 때 연락을 해왔기에 성사될 수 있었던 과감한 교체였다.

그러나 산체스는 시즌 초반 뛰어난 투구를 펼쳤고 페냐와 달리 아직 향후 몇 년은 더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판단이다. 손 단장은 "저희가 내년과 내후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집중을 하고 있는 팀인데 페냐는 나이가 있어서 내년 이후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반면 바리아는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좋았던 선수라 당연히 내년까지 바라보고 계약을 했다"며 "산체스도 마찬가지다. 계속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지금 외국인 선수의 풀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다른 팀에서도 다들 고생을 한다. 산체스가 나이가 어리고 좌투수로서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가 흔치 않기에 여러 가지를 고민해 대체 선수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글스가 데려온 교체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뛰어난 투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가 데려온 교체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뛰어난 투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지난해 채은성, 올 시즌을 앞두고 안치홍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고 류현진까지 MLB에서 11년의 생활을 정리하고 우승을 목표로 친정팀에 돌아왔다. 올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고전하고 있지만 지난달 말 최원호 감독이 물러나고 김경문 감독이 부임 한 뒤 치른 12경기에서 6승 5패 1무로 전체 승률 4위에 올라 있다. 산체스의 부진과 타선의 핵심 요나단 페라자까지 빠져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의미를 둘 수 있는 성적이다.

김경문 감독과 함께 비시즌을 온전히 준비할 수 있는 내년이 더욱 기대가 되는 상황이기에 외국인 선수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영입 계획을 짜고 있는 한화다.

물론 6주만 투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와이스가 최소한의 퍼포먼스는 보여줘야 한다. 손 단장은 "성적이 안 좋으면 '아무나 데려왔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이 선수도 메이저리그 팀에서도 계속 마이너 계약을 하자고 얘기가 오갔던 선수"라며 "문제는 실전에서 잘 던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후 와이스는 구단을 통해 "한화 이글스의 일원이 돼 영광이다. 멋진 팬들과 함께하는 훌륭한 팀에 기여하고 싶다"며 "재능 있는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야구장 안팎에서 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와이스가 뛰어난 투구를 펼치고 산체스도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화도 행복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다.

이미 SSG 랜더스가 시라카와 케이쇼를, KIA 타이거즈가 캠 알드레드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시라카와는 3경기에서 2승 1패 ERA 6.35, 알드레드는 2경기에서 1승 1패 ERA 6.75를 기록했다. 적응기를 거치며 ERA가 급등했지만 현재까지 평가는 나쁘지 않다. 둘 모두 최근 등판에서 나란히 승리를 챙겼다.

2군에서 6주간 회복에 전념하게 될 리카르도 산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2군에서 6주간 회복에 전념하게 될 리카르도 산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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