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 프로팀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대만의 고교생 투수를 스카우트해 주목을 끌고 있다. NPB 드래프트를 거쳐 정식 입단 계약까지 완료한 첫 사례로 꼽힌다.
야쿠르트는 대만 잉거코쇼(鶯歌工商) 3학년생인 쇼우산센(徐翔聖)를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육성 1번으로 지명했다. 이후 1년 가까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고등학교 재학생을 프로팀에 입단시키는데 대한 여론의 부담감 때문이다.
야쿠르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번 달 초다. 고교 졸업식(5일)이 끝난 다음 날인 6일 대만으로 건너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현지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이어 나흘 후인 10일에는 일본 도쿄의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졸업 후 불과 닷새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이다.
아울러 쇼우산세의 일본 이름도 공개됐다. 다카하시 쇼세이다. 대만 성(姓)인 쇼우(徐) 대신 다카하시(高橋)를 붙였다. 그리고 이름 산세(翔聖)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등록명도 ‘쇼세이’로 결정했다. 이치로처럼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식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연상되는 호칭이기도 하다. 백넘버는 '017'번을 달게 됐다. 고교 시절의 17번 앞에 '0'을 붙였다. 역시 오타니가 떠오르는 번호다.
육성이란 정식 지명 순번을 모두 마치고, 추가로 지명하는 일본 특유의 방식을 말한다. KBO리그로 치면 육성 선수와 비슷한 개념이다. 때문에 계약금이나 입단 초기의 연봉은 높지 않다. 그러나 센가 코다이, 야마구치 데쓰야, 니시노 유지 같은 육성 드래프트 출신의 스타가 여럿 배출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2005년 12월생인 쇼세이는 187cm, 81kg의 체격 조건을 갖춘 우완 투수 스리쿼터 스타일이다. 부드러운 폼으로 최고 151㎞(2023년 10월)의 빠른 볼을 주무기로 한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특이한 점은 국적이다.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만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어 일본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가능했다.
여기에 규약 변경이라는 행운도 따랐다.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재학 중인 일본인 학생을 지명했을 경우 이듬해 3월 말까지 계약을 맺어야 했다. 그런데 외국 학교의 학제를 감안해 ‘3월 말’을 ‘7월 말’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됐다. 그 바람에 6월 졸업 이후 입단 계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쇼세이는 입단 회견에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를 즐겨 봤다. 명문 팀에 입단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 빨리 1군에 올라가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야쿠르트의 오가와 준지 GM은 “예쁜 투구폼을 갖고 있어 장래성이 밝다. 수년 안에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장차 스왈로즈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투수로 기대한다”고 극찬했다.
도쿄를 기반으로 하는 야쿠르트는 과거 임창용과 이혜천이 뛰던 곳이다. 또 이곳 출신인 로베르토 페타지니와 다카쓰 신고, 이리키 사토시 등이 KBO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데이비드 뷰캐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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