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청주, 이상학 기자]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오퍼가 왔을 때 무조건 한국에 가야겠다 싶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한 뒤 왼쪽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자 물밑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산체스의 부상 회복에 6주가량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고, 일시 대체 선수로 미국 애틀랜틱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던 우완 라이언 와이스(28)에게 오퍼를 했다. 총액 10만 달러, 6주짜리 단기 계약. 잘하면 6주가 지난 뒤에도 같이 갈 수 있지만 보장되지 않은 조건의 임시직이다.
미국 2~3개 구단에서도 투수 뎁스 보강 차원에서 와이스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화의 오퍼가 온 순간 한국행을 결심했다.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이 도장을 찍고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탔다. 지난 17일 계약 발표 후 18일 저녁 아내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고, 19일 키움과의 경기가 열린 청주구장을 찾아 한화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불펜 피칭까지 했다.
와이스는 “한화 이글스의 일원이 돼 매우 기쁘다”며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오퍼가 왔을 때 무조건 가야겠다 싶었다. KBO리그가 굉장히 좋다고 들어서 경험을 하고 싶었고, 한화에 대해서도 좋은 말만 들었다. 팬분들께서 상당히 열성적이라고 들었다. 하루빨리 대전 홈구장에서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93cm 장신 우완 투수 와이스는 2018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29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됐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대만프로야구 푸방 가디언스와 계약하며 아시아 야구를 짧게 경험했고, 올해는 미국 애틀랜틱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속 150km대 직구와 싱커, 커브,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화려한 커리어와 거리가 멀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와이스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선수로 전해진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스카우트 눈에 잘 띄어서 (돈을) 많이 받고 온 선수가 있는 반면 눈에 닿지 않은 선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왔으니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어제(18일) 숙소에 도착하니 와이스가 아내랑 같이 와 있더라. 마음고생 많이 한 친구가 왔는데 승도 좋지만 이닝을 잘 끌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와이스는 “지난해 대만에서 뛰며 아시아 야구를 먼저 경험했다. 미국에서 야구를 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 외국인 생활을 하면서 혼자 습득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난 공격적인 투수이고, 최대한 빠르게 카운트를 잡는 선수다. 팀원들과 잘 어울려서 등판할 때마다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에는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78승, 아시아 최초 평균자책점 타이틀 홀더이자 올스타전 선발투수 경력을 자랑하는 에이스 류현진이 있다. 이 점도 와이스를 설레게 하는 요소. 그는 “류현진이 미국에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익히 알고 있다. 팀에 있는 동안 류현진에게 배울 수 있는 건 배우고, 여러 스토리도 같이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전직 빅리거와 함께할 시간을 기대했다.
한화와 계약이 발표된 뒤 와이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운영 중인 개인 홈페이지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야구 트레이닝 및 코칭 교실부터 굿즈 판매까지 다양한 컨텐츠로 구성됐는데 자기 소개 코너에선 어릴 적 부모님을 모두 여읜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하며 야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와이스는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투구 메커니즘이나 야구 멘탈적인 부분에서 문의를 해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 팬들이 그런 부분을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도우며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취업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20일 일본으로 건너가는 와이스는 다음 주중 대전 두산전에 KBO리그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미국 독립리그에서 선발로 던진 만큼 투구수 늘리기 과정은 필요 없다. 와이스는 “어젯밤에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약간의 피곤함이 있지만 전체적인 몸 상태는 괜찮다”며 “하루빨리 마운드에 올라 팬들께 나의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