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은 걸그룹 에스파의 리더인 카리나의 시구로 들썩였다. TV에서 보던 카리나가 부산에 등장하자 사직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롯데와 SSG 선수들 모두 카리나만 쳐다보는 분위기였다.
프로야구 시구는 이렇듯 연예인뿐 아니라 스포츠스타, 정치인, 일반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이 중에서 야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구자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가 꼽힌다. 반면 대체로 선호하지 않는 시구자는 정치인이다. 최근에도 홈 구단에 지역구를 둔 모 국회의원이 시구를 해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해마다 구단 연고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이 프로야구 개막전에 시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야구팬들은 시큰둥하다.
그러면 프로야구단은 야구장 시구를 통해 얼마를 벌거나 쓸까.
시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구단 수입은 크지 않다. 시구자로부터 소정의 기부금을 받아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하는 경우는 있다. 주로 후원 기업이나 지역 단체의 임직원들이 시구에 나선다. 2000년대 중반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받고 시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중 경기 시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다 보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10만원 단위로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시구를 하면 유니폼을 주고 기념 액자도 선물하다 보니 구단 입장에서는 남는 게 없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후원 기업과 프로모션 행사의 일환으로 시구를 포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업들이 이를 선호하고 주말 경기는 인기가 많아 경기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예약을 해야 가능할 정도다. 전체 프로모션 비용이 1000만원 단위이므로 시구를 별도로 본다면 100만원 단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연예인 시구의 경우는 어떨까.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야구단에서 별도의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구단에서 시구자에게 유니폼 상의 한 벌과 당일 경기 관람을 위한 좌석 정도를 제공한다. 일반인 시구자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시구자가 '대세' 연예인이라면 좀 다르다. 별도의 행사비 또는 '거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스타 연예인은 시간이 돈이다 보니 야구장 시구도 행사의 일환으로 봐서 행사비가 책정되기도 하고 명분이 있다면 거마비만으로도 해결이 되기도 한다.
거마비란 말 그대로 야구장 시구를 위해 발생하는 교통비 명목인데 대개 100만원 단위로 책정된다. 대세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야구단에서 시구를 위해 거마비를 지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반면 행사비는 1000만원 단위인데 야구단에서 행사비만 별도로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며 연예인이 모기업 광고모델을 하고 있을 경우 계약에 포함된 행사 중 1번을 야구장 시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카리나 시구가 이 경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은 야구장 시구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기회로 삼는다. 신작 드라마나 영화 개봉에 앞서 시구를 하기도 한다. 지난 5월 19일 배우 정려원과 위하준이 잠실구장에서 시구와 시타를 했는데 신작 드라마 홍보 목적이었다. 이 경우 연예인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야구단은 팬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니 한 마디로 '윈윈(win-win)'이다.
연예인 시구를 통해 그들의 복장이 주목을 받기도 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느냐 볼을 던지느냐도 관심거리다. 예전에는 여자 연예인이 시구를 하면서 하이힐을 신고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잔디를 훼손할 위험이 없는 운동화를 신고 시구를 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SK 와이번스의 경우, 연예인 시구는 가물에 콩 나듯 했다. 우선 연예인들이 서울이 아닌 인천까지 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SK 구단이 의미 있는 시구를 선호하다 보니 연예인 시구에 소극적이었다. 그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시구로는 남자 연예인은 장동건(2009년 한국시리즈 6차전 잠실구장), 여자 연예인은 걸그룹 AOA의 설현(2015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었다. 둘다 모기업인 SK텔레콤 광고 모델이었고 시구를 스트라이크로 넣는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시구자에게 관심이 많다. 시구 행사 1시간 전에 야구장 내부에서 연습을 할 때 선수들이 시구를 가르쳐 준다. 유명한 연예인일수록 선수들의 경쟁이 심한데 SK 와이번스의 역대 시구자 가운데 최고 인기는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푸하하) 프로게이머인 이상혁은 2015년 인천 SK행복드림구장(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시구를 했다. SK 와이번스의 간판선수인 최정과 김광현이 일일 시구 강사로 나섰고 어느 때보다 행복한 모습이었다.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 하다 보니 최고 프로게이머의 야구장 시구가 어떤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시구와 관련한 에피소드로는 피겨 스타 김연아 선수의 대리인로부터 2003년 플레이오프 시구 요청이 있었다. 당시에는 김연아 선수가 크게 유명세를 타기 전이었는데, 시구자가 이미 정해져 무산된 바 있다. 2009년 리듬체조 유망주였던 손연재 선수는 시구는 아니지만 SK 와이번스에서 실시한 성화봉송 릴레이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처럼 시구로 인한 구단의 금전적 수입과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수입은 10만원 단위에서 100만원 단위이고 비용은 100만원 단위에서 1000만원 단위다. 그러나 대세 연예인들의 시구는 무형의 가치가 적지 않다. 이들의 시구는 화제성도 크고 팬들의 관심도 높은 데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수년이 지난 후에도 야구팬들에게 기억이 남는다. 앞으로도 시구와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가 야구의 재미를 더해주길 기대해 본다.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월 9일 카리나가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프로야구 시구는 이렇듯 연예인뿐 아니라 스포츠스타, 정치인, 일반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이 중에서 야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구자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가 꼽힌다. 반면 대체로 선호하지 않는 시구자는 정치인이다. 최근에도 홈 구단에 지역구를 둔 모 국회의원이 시구를 해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해마다 구단 연고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이 프로야구 개막전에 시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야구팬들은 시큰둥하다.
그러면 프로야구단은 야구장 시구를 통해 얼마를 벌거나 쓸까.
시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구단 수입은 크지 않다. 시구자로부터 소정의 기부금을 받아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하는 경우는 있다. 주로 후원 기업이나 지역 단체의 임직원들이 시구에 나선다. 2000년대 중반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받고 시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중 경기 시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다 보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10만원 단위로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시구를 하면 유니폼을 주고 기념 액자도 선물하다 보니 구단 입장에서는 남는 게 없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후원 기업과 프로모션 행사의 일환으로 시구를 포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업들이 이를 선호하고 주말 경기는 인기가 많아 경기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예약을 해야 가능할 정도다. 전체 프로모션 비용이 1000만원 단위이므로 시구를 별도로 본다면 100만원 단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9일 시구 후 경기를 관전하는 카리나. /사진=김진경 대기자 |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야구단에서 별도의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구단에서 시구자에게 유니폼 상의 한 벌과 당일 경기 관람을 위한 좌석 정도를 제공한다. 일반인 시구자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시구자가 '대세' 연예인이라면 좀 다르다. 별도의 행사비 또는 '거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스타 연예인은 시간이 돈이다 보니 야구장 시구도 행사의 일환으로 봐서 행사비가 책정되기도 하고 명분이 있다면 거마비만으로도 해결이 되기도 한다.
거마비란 말 그대로 야구장 시구를 위해 발생하는 교통비 명목인데 대개 100만원 단위로 책정된다. 대세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야구단에서 시구를 위해 거마비를 지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반면 행사비는 1000만원 단위인데 야구단에서 행사비만 별도로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며 연예인이 모기업 광고모델을 하고 있을 경우 계약에 포함된 행사 중 1번을 야구장 시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카리나 시구가 이 경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은 야구장 시구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기회로 삼는다. 신작 드라마나 영화 개봉에 앞서 시구를 하기도 한다. 지난 5월 19일 배우 정려원과 위하준이 잠실구장에서 시구와 시타를 했는데 신작 드라마 홍보 목적이었다. 이 경우 연예인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야구단은 팬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니 한 마디로 '윈윈(win-win)'이다.
연예인 시구를 통해 그들의 복장이 주목을 받기도 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느냐 볼을 던지느냐도 관심거리다. 예전에는 여자 연예인이 시구를 하면서 하이힐을 신고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잔디를 훼손할 위험이 없는 운동화를 신고 시구를 한다.
설현이 지난 2015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시구하고 있다. /사진=OSEN |
프로야구 선수들도 시구자에게 관심이 많다. 시구 행사 1시간 전에 야구장 내부에서 연습을 할 때 선수들이 시구를 가르쳐 준다. 유명한 연예인일수록 선수들의 경쟁이 심한데 SK 와이번스의 역대 시구자 가운데 최고 인기는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푸하하) 프로게이머인 이상혁은 2015년 인천 SK행복드림구장(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시구를 했다. SK 와이번스의 간판선수인 최정과 김광현이 일일 시구 강사로 나섰고 어느 때보다 행복한 모습이었다.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 하다 보니 최고 프로게이머의 야구장 시구가 어떤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2015년 SK의 시구 행사 때 기념 촬영을 한 최정(왼쪽부터), 프로게이머 배준식, 이상혁, 김광현. /사진=SK 와이번스 |
이처럼 시구로 인한 구단의 금전적 수입과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수입은 10만원 단위에서 100만원 단위이고 비용은 100만원 단위에서 1000만원 단위다. 그러나 대세 연예인들의 시구는 무형의 가치가 적지 않다. 이들의 시구는 화제성도 크고 팬들의 관심도 높은 데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수년이 지난 후에도 야구팬들에게 기억이 남는다. 앞으로도 시구와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가 야구의 재미를 더해주길 기대해 본다.
류선규 전 단장. |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