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울어서 다들 놀라셨겠지만 울려고 해서 운 건 아니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까지 아웃카운트 단 3개만을 남겨두고 통한의 안타를 맞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케이시 켈리(35·LG 트윈스)의 입에선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터져나왔다. 그만큼 아쉬운 장면이었다.
켈리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02구를 던져 9회초 무사에서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고 퍼펙트가 깨졌다. 단 1피안타 무사사구로 생애 2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개인 통산 2번째이자 올 시즌 KBO 전체 2번째 기록이다. 무사사구 완봉승은 개인 첫번째이자 KBO 역대 140번째 기록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켈리의 성적은 15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ERA) 5.13. 2019년부터 맹활약해온 LG의 효자 장수 외인이었지만 지난해 7월까지 부침을 겪으며 방출을 고려케 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염경엽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또 다시 방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1위까지 올랐던 LG는 핵심 선수들의 줄 부상 속 3위로 내려앉았고 이날 2위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과 맞대결을 벌일 투수로 켈리를 낙점했다. 염 감독이 경기 전 "전반기까지 (선두와) 2,3경기 차이 정도로만 잘 버티는 게 지금 최대의 숙제"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켈리의 어깨가 무거웠다.
뚜껑을 열자 켈리의 압승이었다. 7회 이후 잠실구장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모두가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켈리의 투구 하나하나에 모두가 집중했다.
7회 위기도 있었지만 야수진의 집중력 있는 수비와 켈리의 혼신의 역투가 이어졌다. 아웃카운트 3개만 남겨둔 9회초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으며 퍼펙트가 무산됐다. 켈리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포수 박동원은 켈리 만큼이나 속상한 마음을 나타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우리나라 최초의 퍼펙트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체인지업 실투 하나가 굉장히 아쉽지만 오랜만에 켈리다운 피칭을 해줬다"며 "이번을 계기로 켈리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고 밝혔다.
중계사와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던 켈리는 그 이유를 묻자 "울려고 해서 운 건 아니었다. 8,9회쯤부터 팬 여러분들께서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그 힘을 받아서 공을 이렇게 잘 던질 수 있었다. 그 부분에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며 "갑자기 울어서 다들 놀라셨겠지만 울려고 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켈리는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씩 잡으면서 공 하나, 그 순간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뭔가를 더 하려다가 무산이 되고 그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오늘 경기 자체를 보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빨리빨리 진행이 됐다. 그런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집중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9회의 순간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다. 기록이 무산되는 순간 격하게 아쉬워했던 켈리는 마운드에 오른 박동원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동원 선수와 다른 얘기는 안 하고 '퍼펙트게임 목전까지 와서 이렇게 했는데 얼마나 멋있냐'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나면 아무래도 집중하기 힘들다. 모든 것을 다 퍼펙트게임에 맞춰서 빌드업을 해놨는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박동원 선수가 그래도 이 경기를 완벽히 끝낼 수 있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얘기를 해줬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아래로 덜 가라앉았고 윤정빈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켈리는 "체인지업이 바깥쪽 낮게 잘 들어갔다. 좋은 공이었는데 상대가 잘 쳤다"며 기록 무산의 순간 어떤 말을 했냐고 묻자 "한 단어였는데 말할 수 없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퍼펙트가 무산되는 순간 켈리는 모자를 벗어 1루측으로 인사를 했다. 관중과 안타를 친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다. 켈리는 "팬 여러분들이 엄청 기대를 하고 계셨다. 팬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의미였고 윤정빈에게 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부진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결과였다. 켈리는 "분명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등판이라고 생각한다"며 "'몇 년 전에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 있게 던졌었지'라고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선발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다른 걸 바꾸지 않고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훈련을 하고 다음에도 경기력을 일정하게 하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순간은 분명히 즐길 것"이라면서도 "내일이 오면 또 새로운 날이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훈련을 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구속이 상승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켈리는 이날 최고 시속 149㎞의 공을 뿌렸다. 켈리는 "구속이 올라온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시즌 초에는 구속이 안 올라와서 도대체 왜 안 올라오나 싶어서 답답했다. (원인을) 알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많은 훈련을 했다. 내가 과거에 어떤 투수였는지부터 다 돌아봤더니 이제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날씨가 더운 여름이지 않나. 아무래도 구속이 상승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과거에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과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굉장히 놀라웠고 열정적이었다. 7회부터 계속 마운드에 뛰어 올라갔을 때 관중들이 연호해 주셔서 소름이 돋았다"는 그는 "굉장히 놀랍고 그 순간이 살면서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고 어쩌면 인생에 딱 한 번 올 기회이기 때문에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며 "더그아웃에 있는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과 구단 직원들 모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좋거나 나쁠 때도 똑같이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을 해줬기 때문에 그런 팀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감사하고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왼쪽)가 25일 완봉승을 거두고 중계방송사와 인터뷰 도중 울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까지 아웃카운트 단 3개만을 남겨두고 통한의 안타를 맞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케이시 켈리(35·LG 트윈스)의 입에선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터져나왔다. 그만큼 아쉬운 장면이었다.
켈리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02구를 던져 9회초 무사에서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고 퍼펙트가 깨졌다. 단 1피안타 무사사구로 생애 2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개인 통산 2번째이자 올 시즌 KBO 전체 2번째 기록이다. 무사사구 완봉승은 개인 첫번째이자 KBO 역대 140번째 기록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켈리의 성적은 15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ERA) 5.13. 2019년부터 맹활약해온 LG의 효자 장수 외인이었지만 지난해 7월까지 부침을 겪으며 방출을 고려케 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염경엽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또 다시 방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1위까지 올랐던 LG는 핵심 선수들의 줄 부상 속 3위로 내려앉았고 이날 2위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과 맞대결을 벌일 투수로 켈리를 낙점했다. 염 감독이 경기 전 "전반기까지 (선두와) 2,3경기 차이 정도로만 잘 버티는 게 지금 최대의 숙제"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켈리의 어깨가 무거웠다.
뚜껑을 열자 켈리의 압승이었다. 7회 이후 잠실구장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모두가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켈리의 투구 하나하나에 모두가 집중했다.
켈리가 25일 삼성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우리나라 최초의 퍼펙트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체인지업 실투 하나가 굉장히 아쉽지만 오랜만에 켈리다운 피칭을 해줬다"며 "이번을 계기로 켈리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고 밝혔다.
중계사와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던 켈리는 그 이유를 묻자 "울려고 해서 운 건 아니었다. 8,9회쯤부터 팬 여러분들께서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그 힘을 받아서 공을 이렇게 잘 던질 수 있었다. 그 부분에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며 "갑자기 울어서 다들 놀라셨겠지만 울려고 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켈리는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씩 잡으면서 공 하나, 그 순간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뭔가를 더 하려다가 무산이 되고 그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오늘 경기 자체를 보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빨리빨리 진행이 됐다. 그런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집중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9회의 순간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다. 기록이 무산되는 순간 격하게 아쉬워했던 켈리는 마운드에 오른 박동원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동원 선수와 다른 얘기는 안 하고 '퍼펙트게임 목전까지 와서 이렇게 했는데 얼마나 멋있냐'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나면 아무래도 집중하기 힘들다. 모든 것을 다 퍼펙트게임에 맞춰서 빌드업을 해놨는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박동원 선수가 그래도 이 경기를 완벽히 끝낼 수 있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얘기를 해줬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는 켈리(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
퍼펙트가 무산되는 순간 켈리는 모자를 벗어 1루측으로 인사를 했다. 관중과 안타를 친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다. 켈리는 "팬 여러분들이 엄청 기대를 하고 계셨다. 팬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의미였고 윤정빈에게 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부진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결과였다. 켈리는 "분명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등판이라고 생각한다"며 "'몇 년 전에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 있게 던졌었지'라고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선발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다른 걸 바꾸지 않고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훈련을 하고 다음에도 경기력을 일정하게 하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순간은 분명히 즐길 것"이라면서도 "내일이 오면 또 새로운 날이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훈련을 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구속이 상승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켈리는 이날 최고 시속 149㎞의 공을 뿌렸다. 켈리는 "구속이 올라온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시즌 초에는 구속이 안 올라와서 도대체 왜 안 올라오나 싶어서 답답했다. (원인을) 알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많은 훈련을 했다. 내가 과거에 어떤 투수였는지부터 다 돌아봤더니 이제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날씨가 더운 여름이지 않나. 아무래도 구속이 상승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과거에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과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굉장히 놀라웠고 열정적이었다. 7회부터 계속 마운드에 뛰어 올라갔을 때 관중들이 연호해 주셔서 소름이 돋았다"는 그는 "굉장히 놀랍고 그 순간이 살면서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고 어쩌면 인생에 딱 한 번 올 기회이기 때문에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며 "더그아웃에 있는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과 구단 직원들 모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좋거나 나쁠 때도 똑같이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을 해줬기 때문에 그런 팀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감사하고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켈리(가운데)가 두 자녀와 나란히 앉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웃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