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야구는 감독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이 있다. 선수 구성과 팀 전력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감독이 경기에 개입해서 승부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선수풀이 한정적이고, 5선발부터 주전 9명이 제대로 갖춰진 팀이 얼마 없는 KBO리그에선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야구 감독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난겨울 메이저리그에선 어느 감독을 모셔가기 위해 여러 팀에서 쟁탈전이 벌어졌다. 밀워키 브루어스를 9년간 이끌면서 5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크레이그 카운셀(54) 감독이 계약 만료로 시장에 나온 것이다. ‘스몰마켓 팀’ 밀워키는 대형 투자를 하기 어려운 팀이지만 카운셀 감독은 가진 전력으로 최대치 성적을 뽑아냈다.
원소속팀 밀워키부터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카운셀 감독 영입에 나섰다. 5년 총액 4000만 달러로 거액을 제시한 컵스가 같은 카운셀 감독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밀워키도 연평균 500만 달러 수준을 제시했지만 컵스 제안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컵스가 카운셀 감독에게 안겨준 연평균 8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감독 역대 최고 대우 수준이다. 메이저리그는 감독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이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곤 한다. 2008~2010년 LA 다저스를 이끈 조 토레 감독의 750만 달러가 최고 연봉이었고, 현역 감독 중에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650만 달러가 최고액이었지만 카운셀 감독이 가뿐히 뛰어넘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데이비드 로스 감독을 경질하면서 카운셀 감독에게 큰돈을 쓴 컵스이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컵스는 37승42패(승률 .468)로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5위,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해 컵스는 83승79패(승률 .512)로 지구 2위에 와일드카드 4위에 오르면서 아깝게 포스트시즌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반환점을 넘어선 시점에서 뒷걸음질쳤다.
당장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카운셀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4-2로 앞선 9회말 콜튼 브루어가 나섰지만 2루타, 안타, 희생플라이로 1실점하며 1사 1루가 되자 좌완 드류 스마일리 투입했다. 하지만 안타, 볼넷, 희생플라이, 자동 고의4구, 밀어내기 볼넷으로 4-5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확실한 마무리를 비롯해 불펜 약화 속에 컵스는 올해 17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블론세이브가 17개로 30개 구단 중에서 두 번째로 맣다. 1점차 패배도 리그 최다 18패로 약세를 보이면서 카운셀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반면 카운셀 감독을 떠나보낸 밀워키는 2016년부터 8년간 벤치코치로 그를 보좌했던 맷 머피(66) 감독을 선임해 새로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 노틀담 대학 시절 선수 카운셀을 직접 지도했던 ‘스승’이기도 한 머피 감독은 6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제자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카운셀 감독을 따라 컵스로 떠날 줄 알았지만 밀워키는 내부 승격으로 머피 감독을 선임했다. 카운셀 감독이 떠나고, 에이스 코빈 번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돼 성적 하락이 예상됐지만 선수들과 소통 능력이 좋기로 소문난 머피 감독 체제에서 밀워키는 46승33패(승률 .582)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92승70패 승률 .568)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며 지구 1위를 질주 중이다.
최고 대우로 감독을 모셔온 컵스의 꼴찌 추락, 감독을 떠나보낸 밀워키의 지구 1위 질주를 보고 있노라면 야구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정확한 평가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