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는 올해부터 시즌 중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6주 이상 장기 이탈할 경우 임시로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를 도입했다.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면 한 해 농사에 심대한 타격을 받곤 했다. 이런 변수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선수 수급으로 팀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둔 제도. 6주 이상 치료가 발생하는 부상의 경우 해당 선수를 재활 명단에 등재한 뒤 복귀할 때까지 대체 선수를 임시로 즉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시즌 후 KBO 이사회를 통해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일부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6주라는 짧은 기간을 한시적으로 뛰기 위해 한국에 오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대체 선수들의 수준과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있었고, 비용 낭비가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제도 도입 첫 해부터 ‘가성비 대박’ 대체 외국인 선수들이 오면서 리그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1호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는 SSG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내복사근 손상으로 6주 재활 진단을 받은 뒤 SSG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던 시라카와를 6주간 총액 180만엔에 지난달 22일 영입했다. 지난 1일 고척 키움전 데뷔전부터 승리투수가 된 시라카와는 4경기(17⅔이닝)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5.09 탈삼진 22개로 빠르게 적응했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선 1⅓이닝 8실점으로 크게 무너졌지만 나머지 3경기는 전부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호투했다. 지난 21일 문학 NC전에서는 6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1사구 10탈삼진 2실점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군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른 엘리아스의 1군 복귀가 임박했지만 1경기 더 추가 등판이 남은 시라카와가 또 호투한다면 완전 교체로 SSG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 설령 이대로 계약이 끝나도 180만엔 몸값을 다하고도 남았다.
시라카와에 이어 KIA 좌완 투수 캠 알드레드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윌 크로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달 29일 계약했다. 하지만 크로우의 경우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알드레드는 부상 대체 신분이지만 32만5000달러로 사실상 남은 시즌을 풀로 채우는 계약을 하면서 예외적인 케이스로 분류된다.
진정한 의미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2호는 한화 라이언 와이스.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리카르도 산체스의 대체 선수로 지난 17일 한화와 6주간 10만 달러에 계약한 와이스도 첫 단추를 잘 뀄다. 지난 25일 대전 두산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데뷔전부터 승리를 따낸 것이다.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시속 153km, 평균 149km 직구가 투심처럼 볼끝에 살짝 휘면서 두산 타자들이 쉽게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직구를 결정구로 6개 삼진을 잡아낼 만큼 구위가 좋았다. 여기에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최근까지 미국 독립리그에서 던진 투수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 이날 호투는 더욱 뜻밖이었다. 이제 한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부상 재활 중인 산체스가 긴장해야 할 정도로 인상적인 호투였다.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들이 연이어 ‘가성비 대박’ 활약을 펼치면서 두산에 시선이 향한다. 두산은 외국인 좌완 투수 브랜든 와델이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3회 투구 중 왼쪽 어깨 뒤쪽에 불편함을 느껴 자진 강판했다. 24~25일 병원 두 곳에서 크로스 체크한 결과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3주 뒤 재검진을 받기로 했다. 3주 뒤 몸 상태에 이상이 없어야 실전 복귀를 준비할 수 있다. 최소 한 달 이상 장기 이탈이 불가피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브랜든의 부상 공백에 대해 “구단과 계속 이야기하는 중이다. 구단에서도 체크 중인 것으로 안다. 프런트에서 준비를 잘해주시리라 믿고, 현장에선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 교체부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카드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두산으로선 아주 큰 부상이 아니라면 브랜든을 쉽게 포기하기엔 아깝다. 2022년 후반기 두산과 첫 인연을 맺은 브랜든은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대만을 거쳐 6월말 다시 대체 선수로 복귀했다. 18경기(104⅔이닝) 11승3패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100개로 활약하며 재계약에 성공했고, 올해도 14경기(75이닝) 7승4패 평균자책점 3.12 탈삼진 75개로 호투했다. 다만 4월 중순 허리 통증으로 3주간 이탈한 데 이어 이번에는 어깨 문제로 다시 빠졌다.
부상 리스크가 있지만 KBO리그에서 검증된 선발 자원이다. 두산으로선 확실한 선수가 아니라면 브랜든에 대한 보류권을 유지하며 일시 대체 선수를 고려할 만하다. SSG와 계약 만료가 임박한 시라카와가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즉시 전력으로 두산의 대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라카와를 대체 선수로 활용하며 브랜드의 부상 회복 시간을 벌고,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일인 8월15일까지 미국 시장에서 풀릴 더 좋은 매물을 노려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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