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 시작할 때랑 느낌이 비슷했어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까진 아웃 카운트 단 3개. 주인공인 케이시 켈리(35)는 물론이고 LG 트윈스 모든 선수들이 초긴장 상황에 휩싸였다.
켈리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02구를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챙겼다.
9회초 윤정빈에게 통한의 안타를 내주자 켈리는 물론이고 현장의 관중들과 LG 선수들 모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3루수 문보경(24)이 병살 플레이를 펼치며 주자를 지웠고 역대 5번째 최초 27타자 완봉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부침을 겪으며 방출 위기까지 몰렸던 켈리는 관중들의 뜨거운 성원에 끝내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울려고 해서 운 건 아니었다. 8,9회쯤부터 팬 여러분들께서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그 힘을 받아서 공을 이렇게 잘 던질 수 있었다. 그 부분에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며 "갑자기 울어서 다들 놀라셨겠지만 울려고 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퍼펙트가 깨지는 순간 "박동원 선수와 다른 얘기는 안 하고 '퍼펙트게임 목전까지 와서 이렇게 했는데 얼마나 멋있냐'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나면 아무래도 집중하기 힘들다. 모든 것을 다 퍼펙트게임에 맞춰서 빌드업을 해놨는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박동원 선수가 그래도 이 경기를 완벽히 끝낼 수 있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얘기를 해줬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체인지업 하나가 아쉬웠다. 켈리는 "체인지업이 바깥쪽 낮게 잘 들어갔다. 좋은 공이었는데 상대가 잘 쳤다"며 기록 무산의 순간 어떤 말을 했냐고 묻자 "한 단어였는데 말할 수 없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자녀와 함께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한 켈리는 안타를 맞은 당시 한 마디의 단어를 내뱉었다며 "여기선 말할 수 없지만 다들 아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동료들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보경은 "사실 (퍼펙트 행진을) 모르고 있었다. 7회인가 오늘 조금 빨리 끝난다고 생각하고 전광판을 봤는데 '000' 이렇게 찍혀 있더라. 그때부터 떨려서 발이 안 움직였다"고 말했다.
퍼펙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더그아웃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졌다. 문보경은 "다 몰랐을 것이다. 저도 (신)민재 형도 '야 우리 지금 그거(퍼펙트) 중이야'라고 하면서 쉬쉬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윤정빈의 안타가 나오는 순간 문보경도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그는 "좀 (마음이) 그랬다. 깨진 건 깨진 것이고 최소한 완봉이라도 하려고 이 악물고 수비를 했다"고 밝혔다.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도 문보경이었다. 그러나 "그건 모르겠고 일단 켈 리가 너무 잘 던져서 좋다"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3루에서 정확한 로케이션이나 구위를 파악하긴 힘들었음에도 그는 "분위기나 구속 같은 것만 보이는데 오늘 확실히 좋았던 것 같다"고 감탄했다.
포수 박동원(34)은 완봉승 이후에도 표정이 어두웠다. "퍼펙트가 안 되더라도 노히트노런은 했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다"며 "열심히 했는데 이겨서 완봉해서 너무 좋기도 한데 엄청 즐겁지가 않다. 꿈에 그리던 퍼펙트의 꿈이 깨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퍼펙트가 깨지는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박동원은 "순간 화가 나서 욕을 했다. 같이 욕을 하고 완봉하자고 말했다"며 "공이 다 좋았다. 커브도, 슬라이더도 좋았는데 특히 커브가 너무 좋았다. 직구도 정말 좋았고 모든 게 완벽했으니 저렇게 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겠나"라고 평가했다.
퍼펙트는 깨졌지만 매우 의미 깊은 경기였다. 켈리는 "분명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등판"이라며 "'내가 몇 년 전에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 있게 던졌지'라고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선발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다른 걸 바꾸지 않고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훈련을 할 것이다. 그 다음에도 경기력이 일정할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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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5일 삼성전 이닝을 실점 없이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까진 아웃 카운트 단 3개. 주인공인 케이시 켈리(35)는 물론이고 LG 트윈스 모든 선수들이 초긴장 상황에 휩싸였다.
켈리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02구를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챙겼다.
9회초 윤정빈에게 통한의 안타를 내주자 켈리는 물론이고 현장의 관중들과 LG 선수들 모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3루수 문보경(24)이 병살 플레이를 펼치며 주자를 지웠고 역대 5번째 최초 27타자 완봉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부침을 겪으며 방출 위기까지 몰렸던 켈리는 관중들의 뜨거운 성원에 끝내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울려고 해서 운 건 아니었다. 8,9회쯤부터 팬 여러분들께서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그 힘을 받아서 공을 이렇게 잘 던질 수 있었다. 그 부분에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며 "갑자기 울어서 다들 놀라셨겠지만 울려고 운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완봉승 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켈리(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
체인지업 하나가 아쉬웠다. 켈리는 "체인지업이 바깥쪽 낮게 잘 들어갔다. 좋은 공이었는데 상대가 잘 쳤다"며 기록 무산의 순간 어떤 말을 했냐고 묻자 "한 단어였는데 말할 수 없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자녀와 함께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한 켈리는 안타를 맞은 당시 한 마디의 단어를 내뱉었다며 "여기선 말할 수 없지만 다들 아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동료들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보경은 "사실 (퍼펙트 행진을) 모르고 있었다. 7회인가 오늘 조금 빨리 끝난다고 생각하고 전광판을 봤는데 '000' 이렇게 찍혀 있더라. 그때부터 떨려서 발이 안 움직였다"고 말했다.
퍼펙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더그아웃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졌다. 문보경은 "다 몰랐을 것이다. 저도 (신)민재 형도 '야 우리 지금 그거(퍼펙트) 중이야'라고 하면서 쉬쉬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역투하고 있는 켈리. /사진=김진경 대기자 |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도 문보경이었다. 그러나 "그건 모르겠고 일단 켈 리가 너무 잘 던져서 좋다"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3루에서 정확한 로케이션이나 구위를 파악하긴 힘들었음에도 그는 "분위기나 구속 같은 것만 보이는데 오늘 확실히 좋았던 것 같다"고 감탄했다.
포수 박동원(34)은 완봉승 이후에도 표정이 어두웠다. "퍼펙트가 안 되더라도 노히트노런은 했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다"며 "열심히 했는데 이겨서 완봉해서 너무 좋기도 한데 엄청 즐겁지가 않다. 꿈에 그리던 퍼펙트의 꿈이 깨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퍼펙트가 깨지는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박동원은 "순간 화가 나서 욕을 했다. 같이 욕을 하고 완봉하자고 말했다"며 "공이 다 좋았다. 커브도, 슬라이더도 좋았는데 특히 커브가 너무 좋았다. 직구도 정말 좋았고 모든 게 완벽했으니 저렇게 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겠나"라고 평가했다.
퍼펙트는 깨졌지만 매우 의미 깊은 경기였다. 켈리는 "분명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등판"이라며 "'내가 몇 년 전에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 있게 던졌지'라고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선발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다른 걸 바꾸지 않고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훈련을 할 것이다. 그 다음에도 경기력이 일정할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켈리(왼쪽)가 완봉승 후 포수 박동원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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