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나균안을 확실한 본보기로 내세워 소속 선수들의 일탈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롯데는 26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엔트리에 큰 변화를 줬다. 종아리 부상에서 돌아온 주장 전준우를 비롯해 투수 이민석 정우준이 콜업됐다. 그리고 대신 투수 나균안 현도훈, 외야수 이선우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이번 엔트리 변화의 화두는 나균안이다. 나균안은 25일 사직 KIA전 선발 등판해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9.04까지 치솟았다.
단순한 부진이 문제가 아니다. 나균안은 이날 선발 등판 전날(24일) 밤부터 당일(25일)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었다. 나균안이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한 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사실이 알려졌다.
선발 당일 새벽까지 술자리를 했다는 사실은 김태형 감독의 귀에도 들어갔고 구단도 해당 사실을 확인한 뒤 좌시하지 않겠다는 구단 내부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의 술자리 논란을 인지한 뒤 선발 투수 교체까지 고려했지만 부상 사유 외에는 선발 투수를 변경할 수 없다는 선발 예고제에 따라서 나균안을 그대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나균안이 호투를 한다면 장고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선발 투수로 내정된 선수가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자리를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프로 선수로서 기본 자세와 워크에식의 문제였다.
이미 나균안은 올해 스프링캠프 기간 도중 아내와의 불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생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개인사로 구단 안팎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그동안 나균안의 성장세를 믿고 4선발로 기회를 줬고 이 믿음을 쉽게 거두지 않았다. 팀의 투수진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균안은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나균안은 스스로 이 기회를 걷어찼다. 누구에게는 간절할 수 있는 1군 기회가 나균안에게는 그리 소중하지 않은 듯 했다.
김태형 감독과 구단 모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그는 “어제(25일) 경기가 끝나고 강하게 얘기를 할까 했지만 구단 내규가 있기 때문에 구단 내규에 맡기기로 했다. 내부 징계를 할 것이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롯데는 조만간 내부상벌위원회를 열어 나균안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는 최근 들어 유독 선수단의 그라운드 밖 개인 일탈 행위가 잦았다. 2023년 초, 서준원이 미성년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불구속 기소 소식이 나오자 마자 롯데는 서준원을 퇴출시켰다.
2023년 11월에는 육성선수 출신 배영빈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지만 이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 결국 적발 사실은 뒤늦게 들통났고 롯데는 지체없이 배영빈을 퇴단 조치했다.
범법 행위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9월 중순, 윤동희 김민석 손성빈 등 젊은 선수들이 주말 낮 경기를 치르기 전날 클럽에 출입했다는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해프닝이지만 당시 선수단 내부적으로 행동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이를 간과했다. 결국 이들 역시 구단 내규에 의해 벌금 징계를 받았다.
최근 선수단의 일탈 행위들이 반복되자 롯데는 내규를 통한 제재라는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에게 자유와 책임의 무거움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려고 한다. 그 본보기를 나균안으로 세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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