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시즌 초반 부진과 부상을 거듭하던 예비 FA 투수가 반등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이례적인 열흘 휴식 요청 이후 2년 전 KBO리그 승률왕의 면모를 되찾은 모습이다. 사령탑이 “더 잘하면 (몸값이) 비싸져서 안 된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최근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예비 FA' 엄상백의 반등와 관련해 행복한 농담을 했다.
이 감독은 “이제 (엄상백을) 그만 쓰려고 한다. 우리가 딱 잡을 정도로만 쓰는 게 맞다. 더 잘하면 몸값이 비싸져서 안 된다. 아니면 지금 계약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엄상백은 시즌 16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5.02을 기록하며 고영표 대신 토종 에이스 역할을 수행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등판 때마다 타선 지원과 함께 승운이 따르며 다승 공동 4위로 도약했다. 공동 선두 디트릭 엔스(LG 트윈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아리엘 후라도(이상 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챙겼다.
여기에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 체인지업, 커터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코너 시볼드와 함께 탈삼진 부문 공동 1위(98개)에도 이름을 올렸다. 엄상백은 코너보다 1경기를 덜 치른 상황. 지금 추세라면 다승, 탈삼진 2관왕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엄상백은 덕수고를 나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1차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하지만 입단 초기 그를 향한 기대감은 금세 애증으로 바뀌었다. 좋은 재능과 구위를 갖고도 늘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군 입대를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2019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첫해 남부리그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1.68로 2관왕(다승, 평균자책점)을 차지하며 ‘언터쳐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병역 의무를 마친 엄상백은 2022시즌 초반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뛰다가 배제성을 제치고 선발로 정착해 33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의 커리어하이를 썼다. 9월 25일 NC전에서 데뷔 첫 10승, 10월 8일 KIA전에서 첫 선발 10승을 차례로 달성했고, 승률 .846를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813·SSG 랜더스)을 제치고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시즌 막바지 갈비뼈 미세골절을 당하며 20경기 111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기록은 7승 6패 평균자책점 3.63. 그럼에도 2015년 데뷔 때부터 꾸준히 기회를 얻고 마운드에 오른 결과 올해 예비 FA 시즌을 맞이했다.
엄상백은 기대와 달리 2024시즌 초반 부진과 부상이 반복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이후 지난달 중순 팀 선발 로테이션이 구멍 난 상황에서 사령탑에 열흘 휴식을 직접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엄상백은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부상자명단에서 회복 및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됐다. 복귀전이었던 5월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를 신고한 뒤 31일 광주 KIA전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맛봤다. 6월 6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6⅔이닝 1실점에도 패전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6⅓이닝 5실점), 18일 수원 롯데전(6이닝 4실점), 23일 LG전(5이닝 2실점)에서 연달아 승리투수가 됐다.
물론 보완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86이닝을 소화하며 48자책점을 기록했고(평균자책점 5.02), 16경기에서 투구수 1506개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94개에 달한다. 1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가 4경기뿐인 이유다.
이 감독은 “엄상백이 최근 던질 때마다 팀이 이기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좋지 않다. 늘 5이닝 동안 100구가 넘는 것도 아쉽다”라며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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