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경기 해! 경기 해!”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거센 빗줄기가 계속되면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기록한 7득점이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삼성과 삼성 팬들에게는 참으로 야속한 하늘이었다. 3루 관중석의 삼성 팬들은 "경기 해"를 간절하게 외쳤지만, 속내를 모르는 하늘은 비를 더욱 거세게 뿌렸다.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7차전이 우천 노게임 선언됐다.
원정길에 나선 삼성은 김지찬(중견수)-윤정빈(우익수)-구자욱(좌익수)-강민호(포수)-데이비드 맥키넌(1루수)-김영웅(3루수)-박병호(지명타자)-류지혁(2루수)-이재현(유격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이에 홈팀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좌익수)-강백호(지명타자)-장성우(포수)-오재일(1루수)-배정대(중견수)-황재균(3루수)-김상수(유격수)-오윤석(2루수)-홍현빈(우익수) 순으로 맞섰다. 전날 끝내기의 주인공 홍현빈이 나흘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선취점은 KT 차지였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로하스가 선제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1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삼성 선발 백정현의 4구째 몸쪽 높은 직구(140km)를 받아쳐 비거리 120m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27일 인천 SSG 랜더스전 이후 이틀 만에 나온 시즌 22번째 홈런이었다. KBO리그 시즌 6번째, 통산 362번째, 개인 3번째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이기도 했다.
로하스는 이 홈런으로 강백호(KT),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선두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과의 격차는 3개. 이 때만 해도 로하스는 분명 홈런 단독 2위였다.
삼성이 3회초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이재현이 좌전안타로 물꼬를 튼 뒤 김지찬이 번트를 시도했는데 투수 엄상백의 1루 송구 실책이 나와 무사 1, 3루 상황을 맞이했다. 김지찬의 2루 도루에 이어 윤정빈이 헛스윙 삼진에 그쳤지만, 구자욱이 1타점 동점 내야땅볼, 강민호가 1타점 역전 2루타를 연달아 때려냈다.
4회초에는 선두타자 김영웅이 볼넷 출루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부상에서 돌아온 류지혁이 달아나는 1타점 2루타를 쳤고, 이재현의 좌전안타에 이어 김지찬이 1타점 우전 적시타로 격차를 벌렸다.
삼성은 윤정빈의 중견수 뜬공으로 이어진 2사 1, 3루에서 구자욱, 강민호, 맥키넌(2루타)의 3타자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스코어를 7-1까지 벌렸다. 4회초에만 대거 5점을 뽑아낸 삼성이었다.
긴 수비를 마치고 공격에 나선 KT는 4회초 1사 후 배정대가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어 황재균이 타석에 들어서려던 찰나 빗줄기가 거세지며 경기가 중단됐다. 중단 시각 오후 6시 26분이었다.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 홈팬들은 “경기 해!”를 거듭 외치며 빗줄기가 멈추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심판진 또는 경기장 관리 요원이 그라운드에 잠깐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거나 한숨을 쉬며 동요했다. 반대로 KT 팬들은 앰프에서 나오는 응원가를 열심히 부르며 비교적 여유롭게 심판진의 결정을 기다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KT위즈파크가 위치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은 30일 정오까지 비 예보가 내려져 있는 상황. 오후 7시 기준으로 수원시에 호우주의보까지 발효됐다. 결국 심판진은 59분의 기다림에도 빗줄기가 잦아들지 않자 오후 7시 25분 부로 우천 노게임을 선언했다. KT 팬들은 기뻐했고, 삼성 팬들은 장탄식했다.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었다.
KT 선발 엄상백은 3⅔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 난조에도 하늘의 도움을 받아 기록을 지웠다. 동시에 KT 로하스의 시즌 22번째 홈런, 삼성 구자욱, 강민호의 3타수 2안타 2타점, 이재현의 2타수 2안타 2득점 활약 또한 빗물에 쓸려갔다. 삼성의 KBO리그 역대 3번째 4700도루, 역대 10번째 3400루타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삼성 팬들은 노게임 선언에도 경기장에 그대로 남아 구단 응원가 ‘엘도라도’를 목청껏 부르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야구장 단골 응원가인 ‘아파트’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삼성 팬들은 노게임 선언 15분 뒤인 오후 7시 40분이 돼서야 한, 두 명씩 짐을 싸서 퇴장했다. 7-1의 스코어가 비로 인해 무산됐으니 쉽게 경기장을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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