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48→8.22' 부담감에 무너진 한 달, 국대 에이스는 또 한 뼘 성장했다
입력 : 2024.06.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김동윤 기자]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지독한 한 달을 보낸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25·두산 베어스)이 한 뼘 더 성장했다.

곽빈은 서울 학동초-자양중-배명고 졸업 후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프로 7년 차 우완이다.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을 앞세워 차츰 두각을 드러냈고 지난해에만 세 차례 태극마크를 달며 국가대표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는 지난 5월 기록적인 한 달을 보냈다.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 30⅓이닝 29탈삼진으로 두산의 5월 승률 1위(16승 2무 8패·승률 0.667)를 이끌었다. 활약을 인정받아 두산 소속 선수로는 2021년 10월 아리엘 미란다 이후 2년만, 두산 국내 투수로는 2016년 7월 유희관 이후 8년 만에 KBO 월간 MVP를 수상했다.

이후 6월은 고난의 한 달이었다.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속 6실점 하는 등 3경기 평균자책점 8.22로 급격히 무너졌다. 28일 잠실 SSG전 이후 만난 곽빈은 "사실 몸도 멘탈적인 부분도 많이 지쳐 있었다. 팀에서 내가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또 5월에 성적이 엄청 좋아서 속으로 '분명 털릴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실제로 계속 안 좋아지니까 공을 던져도 자신이 없었다. 계속 안타를 맞을 것 같고 상대를 구위로 못 누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후반기를 위해 지금 쉬어주는 게 낫겠다고 하셔서 수긍하고 쉬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두산은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이 부상과 부진으로 흔들리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6월 한 달은 심해서 28일 곽빈이 등판하기 전까지 선발 평균자책점이 6.39로 리그 꼴찌였다. 앞뒤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곽빈은 그도 모르게 지쳐갔고 몸무게도 쭉쭉 빠졌다. 이번 열흘의 휴식 동안 그가 하루 4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은 이유다.

곽빈은 "나도 몰랐는데 스프링캠프 때보다 몸무게가 6㎏가 빠져 있었다. 이렇게 빠진 건 또 처음이다. 그래서 쉬는 동안 다시 (목표 체중에) 맞추기 위해 엄청나게 먹었다. 나는 항상 고기를 먹는다. 원래는 시즌 중에 야식을 잘 안 먹는데 이번에는 아침, 점심, 저녁에 야식까지 챙겨 먹었다. 그렇게 적정 수준까진 몸무게를 회복한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멘털 관리도 잊지 않았다. 권명철(55), 김상진(54) 두 베테랑 투수코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곽빈은 "(퓨처스팀이 있는) 이천에 심리 선생님이 오시는데 그분과 이야기하고 김상진 코치, 권명철 코치님이 좋은 말을 해주시는 게 컸다. 특별히 와닿은 말이 있다기보단 내가 잡생각이 많은데 그분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그런 게 많이 사라져서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몸무게를 늘리고 멘털까지 챙겨 돌아온 에이스는 압도적인 구위로 SSG와 중요한 경기를 잡아냈다. 곽빈은 28일 잠실 SSG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6승(6패)째를 챙겼다.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으로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면서 SSG 타선을 압도했고 6회까지 투구 수는 82구(직구 37구, 슬라이더 18구, 체인지업 14구, 커브 13구)에 불과했다. 많은 점수 차에 물집이 잡혀 긴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피칭으로 두산의 10-0 승리를 이끌었다.

곽빈은 호투의 비결로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몸무게가 빠지면 내 구위가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목표 체중에) 넘어서더라도 일부러 살을 찌우는 스타일이다. (살을 찌운) 이번에는 확실히 휴식 전보다 힘이 붙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내가 선호하는 높이가 있는데 그 높이에 공이 잘 들어가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지만, 곽빈도 아직은 만 25세의 어린 투수다. 어리다는 건 여전히 앞으로 채워나갈 여백이 더 많다는 뜻이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두 달은 그가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도 돌아온 에이스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다. 이 감독은 "정말 오랜만에 깔끔한 경기를 한 것 같다. 곽빈이 6이닝을 안정적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오랜만에 편안한 경기를 했다. 공에도 힘이 있었고 열흘의 휴식이 보약이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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