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프로축구 울산HD 선수들과 팬들은 시즌 도중 사령탑을 잃었다. 수많은 소문에도 함께 할 것이라는 굳센 믿음마저 무너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앞으로 한국 축구 A대표팀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전 울산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다. 오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이어 2027년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울산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2024시즌 K리그1 3연패에 도전 중인데, 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올해 울산은 리그 2위에 랭크됐다. 선두 김천상무를 비롯해 3위 포항스틸러스, 4위 강원FC 등과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네 팀의 승점차는 최대 4점 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더욱 치열해진 선두권 싸움. 그런데 울산은 사령탑까지 이탈해 큰 위기를 맞았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거론돼 왔다. 지난 3월 대표팀 새 감독 후보군에 K리그 현직 감독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됐다. 홍명보 감독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수차례 미디어를 통해 대표팀 부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축구협회의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설이 돌았던 지난 4월, 울산 구단 유튜브를 통해 "축구협회에서 다음 사령탑은 한국 감독으로 간다는 발표가 있었다. 몇몇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됐고 저 역시 거론됐다. 하지만 이건 검증돼 있지 않은 얘기였다. 너무 빠르게 확산돼 울산 팬들 입장에선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울산 팬들이 축구협회에 트럭도 보내고 시위도 했는데 팬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홍명보 감독은 "제가 처한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대표팀 감독) 내정설이 있었다. 울산 팬들이 양 쪽 가운데에서 힘들었다"며 "저는 10년 전 대표팀 감독으로 한 번 아픔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 이름이 거론됐다.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울산 팬들이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선수들도 믿음을 보냈다.
울산 수비수 황석호는 "(대표팀 부임설)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홍명보 감독이 무책임하게 울산이라는 팀을 놓고 가시는 그런 분이 아니다"라며 "선수들 사이에서 조금씩 얘기가 오가기는 했는데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 해 K리그1 MVP를 거머쥔 울산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은 거액의 중동 러브콜을 받고도 홍명보 감독과 면담 이후 울산에 남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떠나면서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울산 팬들도 실망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SNS를 통해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해 왔다"며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처용전사는 "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다.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앞으로 한국 축구 A대표팀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전 울산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다. 오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이어 2027년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울산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2024시즌 K리그1 3연패에 도전 중인데, 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올해 울산은 리그 2위에 랭크됐다. 선두 김천상무를 비롯해 3위 포항스틸러스, 4위 강원FC 등과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네 팀의 승점차는 최대 4점 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더욱 치열해진 선두권 싸움. 그런데 울산은 사령탑까지 이탈해 큰 위기를 맞았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거론돼 왔다. 지난 3월 대표팀 새 감독 후보군에 K리그 현직 감독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됐다. 홍명보 감독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수차례 미디어를 통해 대표팀 부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축구협회의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설이 돌았던 지난 4월, 울산 구단 유튜브를 통해 "축구협회에서 다음 사령탑은 한국 감독으로 간다는 발표가 있었다. 몇몇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됐고 저 역시 거론됐다. 하지만 이건 검증돼 있지 않은 얘기였다. 너무 빠르게 확산돼 울산 팬들 입장에선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울산 팬들이 축구협회에 트럭도 보내고 시위도 했는데 팬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홍명보 감독은 "제가 처한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대표팀 감독) 내정설이 있었다. 울산 팬들이 양 쪽 가운데에서 힘들었다"며 "저는 10년 전 대표팀 감독으로 한 번 아픔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 이름이 거론됐다.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울산 팬들이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선수들도 믿음을 보냈다.
울산 수비수 황석호는 "(대표팀 부임설)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홍명보 감독이 무책임하게 울산이라는 팀을 놓고 가시는 그런 분이 아니다"라며 "선수들 사이에서 조금씩 얘기가 오가기는 했는데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황석호 인터뷰. /사진=울산HD 유튜브 캡처 |
울산 팬들도 실망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SNS를 통해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해 왔다"며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처용전사는 "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다.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라고 강조했다.
울산 HD 팬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