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아르헨티나는 '인종차별'이 그저 '문화'일 뿐인가.
브라질 매체 '글로부'는 18일(이하 한국시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옹호했다"라고 알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5일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7분 터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콜롬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이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코파 아메리카 2021,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동시에 코파 아메리카 최다(16회) 우승국으로 올라섰다.
문제가 있었다. 엔소 페르난데스(23, 첼시)가 소셜 미디어 라이브를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팀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는데, 해당 노래 가사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이 영상은 순식간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노래는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당시 팬들이 불러 논란이 됐다. "엄마는 나이지리아, 아빠는 카메룬 사람", "음바페는 트렌스젠더와 하는 걸 좋아해"라는 내용으로, 아프리카계 출신으로 구성된 프랑스 선수단을 조롱하는 가사가 주를 이룬다.
가사가 자극적인 만큼,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장 엔소의 첼시 동료들이 먼저 반응했다. 현제 첼시 구단에는 1군만 악셀 디사시, 브누아 바디아실, 레슬리 우고추쿠, 크리스토퍼 은쿤쿠, 말로 귀스토, 웨슬리 포파나 6명의 프랑스 국적 선수가 있다.
아버지가 코트디부아르인인 포파나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논란이 된 영상을 공유했다. 그는 "2024년의 축구. 거리낌이 없는 인종차별"이라고 쓰며 불쾌함을 표했다. 디다시와 귀스토는 엔소와 소셜 미디어 팔로우를 끊었다.
첼시 구단은 성명을 통해 페르난데스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자체 징계 조치에 착수했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필립 디알로 회장이 나서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제소에 나설 것을 결정한 상태다.
일이 커지자 엔소는 17일 자신의 소셜를 통해 "대표팀 축하 행사 중 제 인스타그램 채널에 올린 영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 노래에는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단어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라고 사과했다.
엔소는 "나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며, 코파 아메리카 축제의 도취감에 사로잡힌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해당 영상과 그 순간, 그 단어는 나의 신념이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들의 선배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이들을 감쌌다.
보도에 따르면 마스체라노는 AFP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인종차별과거리가 멀다"라며 "나는 모든 것이 맥락에서 벗어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난 엔소를 아주 잘 안다. 그는 좋은 소년이며 어떠한 문제도 없다. 난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 다른 곳에서는 다른 의도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즉, 엔소와 선수들이 부른 '인종차별' 노래는 아르헨티나에선 일상적인 '문화'의 일분이라고 말한 것이다. 인종차별이 그들의 문화라며 존중해달라고 말한 셈.
해당 소식을 전한 브라질 매체 글로부는 "마스체라노는 이 영상 속 인종차별이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특징일 뿐이라고 변명했다"라고 전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