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 코파 아메리카 2024 우승 후 부른 인종차별 노래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가 리오넬 메시(37, 인터 마이애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오히려 정부 관계자를 경질시켜 버렸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18일(한국시간) 공식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어떤 정부도 세계 챔피언이자 두 번의 코파 아메리카를 차지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게, 또 그 어떤 시민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할 수 없음을 알린다"면서 "따라서 훌리오 가로는 더 이상 체육부 차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가로 아르헨티나 체육부 차관이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아프리카계 프랑스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SNS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되자 주장 메시와 클라우디오 타피아 아르헨티나축구협회 회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알려진 뒤 불과 몇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5일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7분 터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콜롬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이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코파 아메리카 2021,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동시에 코파 아메리카 최다(16회) 우승국으로 올라섰다.
흥분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팀 버스 안에서 우승을 자축하고 노래를 불렀다. 이 순간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23, 첼시)가 자신의 SNS 라이브를 켰다. 그런데 선수들이 부르던 노래 가사에는 "엄마는 나이지리아, 아빠는 카메룬 사람", "음바페는 트렌스젠더와 하는 걸 좋아해"라는 인종차별 내용이 포함됐다.
이 노래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했을 때 등장한 노래다. 당시 아르헨티나 팬들은 아프리카계 출신으로 구성된 프랑스 선수단을 조롱하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하지만 당시에도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방송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SNS를 통해 급격하게 퍼진 이 노래에 페르난데스의 첼시 동료들이 먼저 반응했다. 첼시 1군에는 현재 악셀 디사시, 브누아 바디아실, 레슬리 우고추쿠, 크리스토퍼 은쿤쿠, 말로 귀스토, 웨슬리 포파나 6명의 프랑스 국적 선수가 있다. 포파나는 자신의 SNS에 논란이 된 영상을 공유하며 '2024년의 축구. 거리낌이 없는 인종차별'이라고 분노했다. 디다시와 귀스토는 페르난데스와 SNS 친구 계정을 끊어버렸다.
첼시 구단은 성명을 통해 페르난데스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자체 징계 조치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필립 디알로 회장이 직접 나서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제소에 나설 것임을 결정한 상태다.
이에 페르난데스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 축하 행사 중 제 인스타그램 채널에 올린 영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 노래에는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단어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나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며, 코파 아메리카 축제의 도취감에 사로잡힌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그 영상, 그 순간, 그 단어는 나의 신념이나 성격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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