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손흥민에게 판단 맡길 것".
토트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하츠와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손흥민을 향한 발언과 코파 아메리카 경기 후 어색한 장면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와 얘기할 시간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코파 아메리카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미 다뤄진 내용”이라면서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에게 판단을 맡길 것이다. 이 문제는 처리되고 있고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항상 중요한 건 손흥민이며 우리는 그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답했다.
피해자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모습이다.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감수하라는 의지처럼 들린다.
황희찬이 속한 울버햄튼, 첼시 등의 구단이 동시다발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여 뒤숭숭한 분위기다.
토트넘의 경우 벤탄쿠르가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겨서 구분하기 어렵다”는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다.
평소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가까운 사이로 유명했기 때문에 농담 정도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벤탄쿠르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을 접한 팬들은 곧바로 분노했다. 팀의 주장이자 친한 선수가 아시아 출신인데 그런 아시아인들을 싸잡아 조롱하는 내용의 농담을 했다는 이유였다.
벤탄쿠르도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벤탄쿠르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의 농담이 '나쁜 농담'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벤탄쿠르의 사과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팬들은 벤탄쿠르가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다고 재차 지적했다. 또한 벤탄쿠르가 사과문에서 '쏘니(Sonny)'를 일본 전자제품 회사 '소니(Sony)'로 적었다는 점도 지적의 이유 중 하나였다.
벤탄쿠르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내용은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프리미어리그(PL)는 물론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는 인권단체에서도 손흥민 편을 들었다.
팬들의 분노는 손흥민이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힌 뒤 조금이나마 사그라들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눠 오해를 풀었다면서 벤탄쿠르를 감쌌다.
황희찬의 소속팀인 울버햄프턴도 인종차별에 대해 강경 대응을 보였다. 울버햄프턴은 최근 코모 1907(이탈리아)와의 친선전 도중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하고 이에 격분한 다니엘 포덴세가 주먹질을 하고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공개적으로 황희찬을 지지했다.
울버햄프턴은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적으로 항의했고, UEFA와 FIFA가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전했다. 비록 UEFA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외면했지만, 소속 선수인 황희찬을 지키기 위해 구단이 나선 것만으로도 울버햄프턴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토트넘은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얽힌 인종차별 사건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