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 주전으로만 우승할 수는 없다.
KIA 타이거즈는 2022년 변우혁을 거포 유망주로 영입했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한승혁과 영건 장지수 등 투수 2명을 주로 데려왔으니 거기에 담긴 기대감은 클 수 밖에 없었다. 2019년 1차지명자였다. 2019년 61타석만 소화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전역후 22시즌도 61타석에 그쳤다. 허리가 아팠다.
KIA에서 영입한 이유는 코너 내야 거포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1루수든 3루수든 수비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었으니 충분히 간판타자로 키울만했다. 한대화, 홍현우, 김상현, 이범호 등으로 이어지는 3루수 거포로 기대했다. 2023시즌 처음으로 200타석(83경기 226타석)을 소화했다.
3루 보다는 1루수도 많이 나섰다. 천재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2년차 김도영이 6월말부터 복귀해 붙박이 3루수로 나섰다. 대신 1루는 주전 황대인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무주공산이었다. 만루홈런 포함 7홈런을 때리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타율 2할2푼2리, OPS(장타율+출루율) 0.764에 그쳤다.
확실한 주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회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풀타임을 몇차례 뛰어야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변우혁에게 두 가지 변수가 생겼다. 외야수 이우성이 1루수 변신을 시도했고 KBO리그 최초 200안타 위업을 달성한 서건창이 KIA 유니폼을 입었다. 직접적인 경쟁자였다.
이우성은 가을캠프와 비시즌 기간과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훈련에 전념하더니 주전을 꿰찼다. 타격기량이 최고조에 오른데다 수비력도 안정감을 보여준 것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서건창도 2루수 백업이었으나 이우성이 우익수로 나서면 1루수로도 출전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1루에 들어갈 틈이 없었다. 3루수도 김도영이 버티고 있었고 박민 홍종표 등 내야전포지션을 커버하는 유틸리티맨들이 앞설 수는 없었다.
결국 개막을 2군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5월12일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하루짜리 1군 밥을 먹었다. 그러다 5월25일터 22일간1군에서 머물렀다. 좌투수들을 상대로 적시타도 터트리는 우타옵션으로 힘을 보탰다. 그러나 주전이 되기 어려웠고 다시 김호령과 맞교대로 2군으로 내려갔다. 1군 복귀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런데 이우성이 허벅지 힘줄이 찢기는 큰 부상으로 당하면서 6월28일 복귀했다. 한 달 넘게 뛰면서 1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6월28일부터 한달동안 타율 3할1푼, 2홈런, 6타점, 10득점을 올리고 있다. 시즌 전체 타율도 2할8푼1리로 준수한 타격을 하고 있다. 볼을 쫓아가기 보다는 자신만의 노림수로 공략하면서 유효타가 잘 나온다.
지난 28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척돔경기에서는 놀라운 홈런을 날렸다. 0-3으로 끌려가며 스윕패이자 4연패 위기에 몰렸다. 8회초 최원준이 투런홈런으로 한 점차로 따라붙으며 분위기를 뛰었다. 그러나 팀은 9회초 2사후까지 몰렸다. 김선빈이 좌월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자 변우혁으 백투백 솔로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어코 4-3 역전승을 거두었고 변우혁은 영웅이 되었다. 2위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에게 패해 6경기차로 달아날 수 있었다. 만일 졌다면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변우혁의 한 방이 팀을 살린 것이나 다름없다. 60승 고지에 선착하면서 우승확률 76.5%까지 끌어올렸다.
우승은 주전들로만 이루어낼 수 없다. 주전들과 백업을 맡는 선수들이 모두 힘을 합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변우혁의 한 방은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외야수 이창진 김호령 박정우, 내야수 서건창 박민,홍종표, 포수 한준수, 선발로 승격한 황동하 등 백업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1위를 지켜올 수 있었다.
변우혁은 경기후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루수든 3루수든 백업으로 팀이 필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으면 나가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면 된다.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다. 끝까지 긴장늦추지 않고 우승할 수 있도록 백업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