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예비 FA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올 겨울 FA 최대어로 예상됐던 최원태(27·LG), 김원중(31·롯데)이 최근 들어 주춤한 사이 엄상백(28·KT)이 급부상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당초 가장 주목받은 FA 최대어는 최원태였다. FA 시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 20대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선발급 에이스는 아니지만 검증된 선발 자원은 어느 팀이든 필요로 하다. 젊고 검증된 최원태를 마다할 팀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최원태는 올 시즌 15경기(74⅔이닝) 6승5패 평균자책점 4.94 탈삼진 59개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간 빠진 뒤 후반기에 복귀했지만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4.04로 부진하며 시장 평가가 떨어지고 있다.
불펜투수 중 최대어로 꼽힌 김원중도 최근에 힘이 빠졌다. 2020년부터 롯데 마무리로 자리잡아 5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두고 있는 김원중은 올 시즌에도 37경기(40⅓이닝) 1승5패16세이브 평균자책점 2.90 탈삼진 50개로 표면적인 성적은 준수하다.
그러나 김원중도 여름이 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7월 7경기 1승2패 평균자책 5.40.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투구하기 전 스텝을 밟는 루틴으로 피치 클락 위반이 잦은데 내년 정식 도입될 피치 클락 적응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원태와 김원중이 주춤한 사이 엄상백이 FA 최대어로 급부상 중이다. 엄상백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109이닝을 던지며 9승7패 평균자책점 4.54 탈삼진 123개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2위에 올라있지만 4월까지 6점대(6.23) 평균자책점으로 고전하면서 이 부문 규정이닝 투수 19명 중 1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커리어 전체로 봐도 풀타임 선발은 3시즌째로 두 자릿수 승수는 2022년 11승이 유일하다. 2019년을 끝으로 군입대 전까지 주로 구원으로 던져 통산 승수도 41승으로 예비 FA치곤 많지 않다. 2017~2019년 키움 시절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통산 75승을 기록 중인 최원태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름값이나 커리어는 최원태나 김원중이 좋지만 FA 선수 평가는 커리어 전체보다 최근 성적을 더 중시한다. 과거 실적도 중요하지만 미래 가치를 판단해 가치가 매겨진다는 점에서 엄상백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첫 규정이닝이 유력한 엄상백은 7월 4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2.74로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렸다. 23이닝 동안 삼진 25개를 잡아내며 구위를 뽐내고 있다. 7이닝 이상 투구도 두 번으로 이닝 소화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성적도 우수하다. 이 기간 엄상백은 73경기(61선발·361이닝) 27승15패 평균자책점 3.65 탈삼진 351개를 기록 중이다. 300이닝 이상 던진 국내 투수 중에서 다승 5위, 평균자책점 6위, 탈삼진 5위, 이닝 8위에 랭크돼 있다.
시장 가격은 결국 수요가 결정한다. 선발투수가 극히 부족한 KBO리그 사정상 엄상백 같은 투수는 흔치 않은 매물이다. 올해 28세로 20대 선발 프리미엄이 있다. 여기에 구위가 좋은 사이드암 선발이란 희소성이 있고, FA B등급이 유력해 보상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여러 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동안 커리어나 성적에 비해 엄상백이 훨씬 큰 계약을 따낼 만한 요소들이 많다.
소속팀 KT는 엄상백과 함께 상무에서 전역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유격수 심우준이 같이 FA로 풀린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포수 겸 지명타자 강백호, 중견수 배정대도 FA가 될 예정이라 KT로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1월 KT는 고영표와 5년 총액 107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신인왕 출신으로 토미 존 수술 후 재활 중인 소형준과 내년 6월 중순 상무 전역하는 배제성까지 국내 선발투수 자원이 풍부하다. 대체할 자원은 있지만 올해 대반격 중심에 있는 엄상백의 요즘 같은 퍼포먼스를 보면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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