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 銀 만든' 위장 공격 판정 이후 반칙패 -> 관중도 정적&야유 + 상대도 당황
입력 : 2024.07.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파리(프랑스), 이인환 기자] 누가 봐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규칙대로라고 해도 너무 스포츠의 재미를 망치는 판정에 진 선수도 이유를 모르고 이긴 선수는 당황하고 관중들은 야유했다.

허미미(22, 세계 랭킹 3위)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 결승전서 크리스티안 데구치(캐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골든 스코어 끝에서 연장전서 지도 3개로 반칙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허미미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조민선(당시 66kg급) 이후 28년만의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그래도 다소 침체하고 있는 여자 대표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정보경(48kg급)의 은메달이 마지막 메달 이후 한국 여자 유도에게 첫 메달을 선사했다.

허미미는 한국 유도의 기대주이다. 그는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도 천재’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일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한국 대표팀을 택한 허미미는 한국서 첫 입단한 실업팀 경북체육회에서 숨겨진 인연도 알게 됐다. 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었다.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랭킹 3위인 허미미는 2번 시드로 32강 없이 16강에 안착해서 좋은 페이스로 치고 갔다. 16강서 이스라엘의 팀나 넬슨 레비 상대로 주도권을 잡고 몰아쳤으나 지도로 흔들렸다. 그래도 골든 스코어에서 연속 업어치기로 지도 3개를 받은 허미미는 반칙승으로 8강에 합류했다.

8강 상대는 엥흐릴렌 르하그바토고(몽골, 세계 랭킹 13위)와 맞대결을 펼쳐 절반승을 거뒀다. 사실 허미미는 이 경기 전까지 르하그바토그에게 승리가 없이 3전 전패였다. 그래도 허미미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허미미는 종료 약 15초를 남겨두고 상대 안다리를 걸어 뒤로 쓰러트려 절반을 따내면서 4강에 올라갔다.

4강전 상대 라파엘 실바(브라질, 세계 랭킹 10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하지만 상대 전적만 보면 허미미에게 전패로 8강전 상대 르하그바토그보다 쉬운 상대였다. 허미미는 시작하자마마자 안다리로 절반을 따냈지만 다시 취소됐다. 상대인 실바도 질세라 굳히기를 시도했으나 허미미가 단단하게 버텼다.

정규 시간 동안 승부가 갈리지 않아서 골든 스코어에 돌입했다. 허미미는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실바를 괴롭히면서 상대를 흔들었다. 좋은 업어치기가 들어갔지만 실바가 필사적으로 몸을 돌려 완전히 90도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허미미가 두 번째 지도를 얻었다. 실바가 흔들리자 허미미는 업어치기 이후 누르기로 절반을 얻어 결승행을 확정했다.

결승 상대는 예상대로 세계랭킹 1위의 데구치. 허미미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데구치와 허미미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허미미 연장전 끝에 지도 3개를 얻어 반칙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였다. 4강전서 오래 끌려 다녔던 데구치는 수비에 집중했고 허미미가 공격적으로 치고 나섰다. 1분여도 지나지 않아서 두 선수에게 모두 지도가 주어졌다.  허미미의 안다리 후리기 시도에 데구치가 버텼다. 허미미는 안다리와 업어치기를 번갈아 시도하면서 앞서갔다.

그러나 위장 공격이 발목을 잡았다. 지도를 얻으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골든 스코어 시작 이후 허미미가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그래도 데구치의 철벽 같은 수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도가 2개인 허미미가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골든 스코어 내내 수비적이었던 데구치에게 지도가 주어졌다.

이제 대등한 상황서 진짜 의미의 연장전이 시작됐다. 허미미가 공격적으로 후리기를 시도했다. 지친 데구치 상대로 허미미가 계속 몰아쳤다. 그러나 갑자기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 위장 공격이 선언되면서 지도 3개로 허미미가 패배하면서 데구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의 반칙패가 선언되는 순간 상드마르스 경기장은 순간 정적에 빠졌다. 규칙대로라고 해도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 나온 허무한 판정. 시간이 흘러 방송카메라가 클로즈업 하는 상황에서도 침묵이 이어졌다. 심판이 데구치의 승리를 선언하자 오히려 야유가 터져 나왔다. 누가 봐도 심판의 판정과 유도의 규칙에 관중들이 불만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데구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데구치는 혈전서 승리하고 메달을 목에 걸고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는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여 경기장을 떠났다. 데구치의 잘못은 아니지만 수비적인 상대에게 공격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지도를 받았다는 상황 자체가 부른 참극이었다.

경기 후 김미정 감독은 "마지막 위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허)미미가 워낙 앉으며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다. 상대가 모션을 크게 쓰면서 움직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계속 일어나면서 경기를 펼쳤는데 마지막에 위장 공격을 인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허미미는 아쉬운 패배에도 밝게 웃으면서 "너무 아쉽다. 태극마크 달고 뛰어서 정말 기쁘다. 어린시절 꿈이 이뤄졌다"라면서 "사실 마지막 공격이 위장 공격인지 몰랐다.  납득이 되지 않지만 경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말 열심히 잘 준비했다. 메달 딴 것 자체로 엄청난 일이다. 정말 기분좋지만. 금메달 정말 따고 싶었는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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