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5점 차에서 마무리 투수도 무너지는 총체적 난국의 불펜진 상황. 그런데 이때 올해 1군 평균자책점 27.00, 통산 1군 평균자책점 14.36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난세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4년차 좌완 투수 송재영(22)이 이를 악물고 데뷔 첫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롯데는 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역전승을 거뒀다. 7월의 악몽(6승14패 최하위)을 딛고 8월 첫 경기에서는 승리를 챙겼다. 시리즈 스윕패는 모면했다.
어쩌면 롯데는 루징시리즈가 아닌 위닝시리즈가 될 수도 있었다. 7월 31일 맞대결에서 10-5로 앞서며 승부의 추를 가져왔다. 그런데 9회 올라온 마무리 김원중이 1이닝을 채 막아내지 못하고 충격의 5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가뜩이나 불펜진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마무리 김원중은 앞선 4경기에서 3번의 블론세이브를 범하는 등 2패를 당했다. 그리고 5점차도 지키지 못했다. 연장 12회 11-10으로 앞서갔지만 12회 2사 1루에서 오태곤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얻어 맞고 주저 앉았다. 충격의 역전패.
이 여파는 이튿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타선은 초반 SSG 선발 드류 앤더슨에게 틀어막혔다. 하지만 0-2에서 7회 손호영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만회했고 8회 대타 황성빈이 실책을 유도한데 이어 윤동희의 중견수 뜬공 때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드는 마성의 면모를 과시하며 동점에 성공했다. 이후 전준우의 2루타 레이예스의 고의4구, 나승엽의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손호영의 2타점 적시타로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문제는 불펜이 2점을 막아낼 수 있느냐였다. 선발 박세웅이 6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내려왔고 7회부터 이날 1군에 복귀한 김상수가 8회말까지 1⅓이닝을 채웠다.
김원중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9회 구승민이 올랐다. 그런데 첫 타자 대타 정준재를 직접 처리했지만 강습 타구가 글러브에 맞았다. 이때 왼손에 통증이 생겼다. 참고 던졌지만 이지영과 하재훈에게 볼 8개를 던져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김태형 감독이 선택한 투수는 좌완 송재영이었다. 최상민 박성한으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좌투수를 내보냈다. 그래도 송재영은 전날 3번째로 콜업됐고 올해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00에 그치고 있었다. 전날 경기에서는 연장 11회 올라와 최지훈과 정준재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긴 했지만 2점차에 동점, 그리고 끝내기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초강수, 모험수를 선보였다. 더 떨리는 상황에서 송재영은 다시 한 번 배짱을 펼쳤다. 첫 타자 최상민을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을 자신있게 꽂았다. PTS 기준 구속은 139km에 불과했지만 배포있게 던졌다. 2구째는 볼, 3구째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해 1B2S를 만들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다시 140km 패스트볼을 바깥쪽으로 꽂아 넣으며 루킹 삼진을 이끌었다. 2사 1,2루 한고비 넘겼다.
그러나 다음 타석은 박성한이었다. 박성한은 올 시즌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시리즈 첫 경기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시리즈 두 번째 경기는 침묵했지만 이날 이미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롯데전 타율이 5할2푼3리에 달했다.
그럼에도 송재영은 위축되지 않았다. 초구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2구 슬라이더는 볼. 하지만 3구째 복판의 패스트볼을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해 1B2S를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4구째 141km 낮은 패스트볼에 박성한이 어정쩡하게 방망이를 돌리며 삼진을 솎아냈다. 송재영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조심스레 세리머니를 펼쳤다. 1군 통산 23경기 만에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라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지명된 송재영은 데뷔 시즌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당시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하면서 1군 데뷔전을 치른 멤버였다. 그리고 송재영은 다양한 상황에 등판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서튼의 실험실’ 멤버로 불펜 조합을 실험할 때 송재영은 좌완 퍼즐로 중용을 받았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데뷔 시즌 19경기 14⅔이닝 24피안타 12볼넷 평균자책점 13.50이었다.
결국 2022시즌 도중인 5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병역을 해결했다. 현재 1군에 자리 잡은 나승엽과 입단 동기이면서 상무 입대 동기다. 지난해 11월 전역한 송재영은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2군에서는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으로 기대를 모은 자원이었다.
상무에서 2시즌 동안 총 27경기 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올해 2군에서는 일취월장했다. 28경기 28⅓이닝 3승 5홀드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 중이었다. 이닝 당 1개인 28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2군 불펜을 책임졌다.
좋은 2군 성적으로 5월 31일 콜업되어 사직 NC전 곧장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1피안타 1볼넷 1사구를 기록하고 강판됐다. 3실점을 하면서 혹독한 1군 복귀전을 치른 뒤 곧장 2군으로 향했다.
그리고 7월 10일 두 번째로 콜업이 됐지만 이번에는 11일 ⅓이닝 1볼넷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결국 이 경기를 끝으로 다시 2군으로 향했다.
이번이 3번째 1군 콜업. 하지만 이번에는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 4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며 좌완 불펜진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직접 팀의 벼랑 끝 승리를 이끄는 난세의 영웅이 됐다.
당장 롯데 불펜에서 좌완 불펜은 진해수뿐이다. 헌신짝처럼 너덜너덜해진 불펜 상황에서 김상수의 복귀와 함께 송재영의 등장은 천군만마다. 롯데 불펜의 구세주가 된 송재영이 과연 앞으로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경험을 쌓을지 지켜볼 가치가 있을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