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또 하나의 KBO리그 역수출 신화가 탄생했다. 메이저리그 10승 투수로 우뚝 선 삼성 라이온즈 출신 벤 라이블리(32·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블리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10승(6패)째를 올렸다. 팀의 10-3 대승 및 4연승을 이끈 값진 호투였다. 클리블랜드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66승 42패)를 질주 중이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초 선두타자 콜튼 카우저에게 2루타를 맞은 뒤 1사 2루에서 거너 헨더슨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계속된 득점권 위기는 앤서니 산탄데르를 좌익수 뜬공, 라이언 오헌을 2루수 땅볼로 각각 잡으며 극복했다.
2-1로 앞선 2회초는 공 16개를 이용한 삼자범퇴였다. 선두타자 라이언 마운트캐슬을 헛스윙 삼진, 세드릭 멀린스를 3루수 땅볼, 라몬 유리아스를 파울팁 삼진으로 손쉽게 처리했다.
3회초에는 1사 후 카우저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체인지업을 이용해 애들리 러치맨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라이블리는 5-1로 앞선 4회초 추가 실점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산탄데르에게 추격의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2구째 90.8마일(146km) 싱커가 가운데로 몰리며 비거리 416피트(126m) 우월 홈런으로 이어졌다. 라이블리의 시즌 17번째 피홈런이었다.
라이블리는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멀린스-유리아스-잭슨 홀리데이를 만난 5회초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고, 6회초 2사 후 헨더슨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가운데 산탄데르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라이블리는 5-2로 리드한 7회초 케이드 스미스와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90개(스트라이크 58개). 클리블랜드의 10-3 대승과 함께 감격의 메이저리그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가 찾아왔다.
라이블리는 KBO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2019년 8월 덱 맥과이어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2021년까지 통산 36경기 10승 12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했다. 그는 2021년 6경기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05를 남기고 어깨가 좋지 않아 시즌 도중 방출됐다.
라이블리는 한국을 떠난 뒤 2022년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하며 빅리그에 재도전했다. 첫해는 트리플A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5월 메이저리그 콜업 후 19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5.38로 경쟁력을 입증했고, 1년 75만 달러(약 10억 원)에 클리블랜드와 FA 계약하며 둥지를 옮겼다.
라이블리는 올 시즌 사이영상 출신 셰인 비버의 팔꿈치 수술과 함께 대체 선발로 기회를 얻었고, 거듭된 호투로 자리를 잡았다. 4월 중순부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결과 팀 내 최다승 투수로 우뚝 섰다. KBO리그에서 방출된 투수가 써낸 대반전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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