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세계 최강' 테디 리네르(35, 프랑스)의 벽은 높았다. 김민종(24, 양평군청)이 귀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의 역사가 새로 탄생했다. 김민종(24, 양평군청)이 올림픽 결승에 진출하며 포효했다.
'세계 랭킹 1위' 김민종은 3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리네르(프랑스)에게 허리후리기 한판패로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김민종은 이번 대회 내내 승승장구했다. 그는 전체 시드 1번 자격으로 32강전을 부전승 통과했다. 그리고 첫 경기인 16강전서부터 한판승을 따내며 실력을 과시했다. 김민종은 이브라힘 타타로글루(튀르키예)를 상대로 팔가로누워꺾기 기술로 항복을 받아내며 승리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김민종은 8강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우샨기 코카우리를 만나 한판패를 내줄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30초 정도를 남기고 허벅다리걸기로 절반을 획득했다. 처음에는 한판승이 선언됐으나 곧 번복됐다. 그래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김민종은 남은 시간을 잘 흘려보내면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전도 시원한 한판승이었다. 김민종은 사이토 다쓰루(일본)를 주특기인 업어치기로 한 번에 무너뜨리며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이토는 1984 LA 올림픽과 1988 서울 올림픽 최중량급(95kg 이상급)에서 2연패를 달성한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이지만, 김민종 앞에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김민종의 결승 상대는 바로 '프랑스의 전설' 리네르. 1989년생 리네르는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우승(11회)을 기록, 역대 최고 반열에 오른 선수다. 올림픽에서도 통산 금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그래도 2024년 현재 세계 랭킹 1위, 올림픽 랭킹 1위는 김민종이었다. 그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100kg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 5월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하며 랭킹 1위로 올라섰다. 한국 남자 최중량급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39년 만이었다.
김민종은 홈 어드밴티지까지 잡은 리네르를 상대로 12년 만의 한국 유도 금메달을 노렸다. 한국 유도는 지난 2012 런던 대회 김재범과 송대남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 2016 리우(은2·동1), 2020 도쿄(은1·동2) 대회 모두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김민종 역시 한국 유도의 '노골드'를 끊어내진 못했다. 그는 203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리네르를 상대로 잘 싸웠으나 허리후리기 한판패로 무릎 꿇고 말았다. 리네르는 20cm에 가까운 신장 차이에서 나오는 힘을 이용해 개인 통산 4번째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그래도 김민종은 값진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유도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유도 역사상 올림픽에서 최중량급 결승에 오른 선수는 김민종이 유일하다. 지금까지는 동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조용철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1988년 서울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고,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김선영이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김민종에 앞서 김하윤도 여자 78kg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랭킹 3위 카이라 오즈데미르(튀르키예)를 한판승으로 꺾고 시상대에 올랐다.
김하윤은 8강에서 판정 번복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패자부활전 끝에 메달을 목에 걸면서 김선영 이후 24년간 끊겼던 여자 최중량급 메달 명맥을 잇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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