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10승을 반드시 달성하고 싶었는데 올 시즌 10번째 승리를 데뷔 첫 완투승으로 장식하게 되어 정말 뜻깊고 손에 꼽을 만큼 의미 있는 경기였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데뷔 첫 완투승을 장식했다.
원태인은 지난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10승째. 1회 2사 1,3루서 한유섬에게 중월 3점 홈런을 허용한 걸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였다. 삼성은 2-3으로 뒤진 9회 이성규의 동점 솔로포와 만루 상황에서 끝내기 폭투로 4-3 승리를 가져왔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올 시즌 10승을 반드시 달성하고 싶었는데 10번째 승리를 데뷔 첫 완투승으로 장식하게 되어 정말 뜻깊고 손에 꼽을 만큼 의미 있는 경기”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1회 홈런을 허용한 걸 두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을 내주기 싫어 공격적으로 승부하다가 (홈런을) 맞아 많이 속상했다. 다음 이닝부터 그냥 쳐볼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또 “(강)민호 형과 (구)자욱이 형한테 오늘 끝까지 한 번 가보겠다고 했는데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게 되더라. 1회 홈런을 내줬지만 끝까지 집중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9회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벤치의 신뢰 속에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투수 코치님께서 ‘1점을 내주더라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시더라. 벤치에서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하기 위해 더 힘을 냈던 거 같다”고 했다.
2-3으로 뒤진 9회 2사 2,3루 위기서 한유섬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저도 1회 홈런을 내준 게 생각나서 반드시 정면 승부하고 싶었다. 여기서 지면 너무 분할 것 같았는데 멋지게 삼진을 잡아냈다”. 원태인의 말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포효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3루 관중석에 있던 많은 팬들은 원태인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에 원태인은 “1점 차 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가져오고 싶어 더 크게 (포효)했는데 좋은 기운으로 이어진 거 같다”고 했다. 또 “(이)성규 형이 홈런을 쳤을 때 이런 경기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구가 뻗어나가는 게 너무 예뻤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만루 상황에서 끝내기가 나올 거 같았다. (이)재현이가 앞 타석에서 안타를 못 쳤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 해결할 거라 봤다.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던졌으면 재현이가 해줄 거라 봤다. 끝내기 폭투로 이겼는데 어떻게든 이기게 되는구나 싶었다”고 씩 웃었다.
데뷔 첫 완투승을 장식한 그는 후반기를 앞두고 1군 투수 코치에서 퓨처스 투수 코치로 자리를 옮긴 124승 레전드 출신 정민태 코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 코치님께서 ‘너는 왜 그동안 완봉승과 완투승이 없냐.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 그래서 ‘꼭 한 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늦게나마 약속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다. 9회 마운드에 오를 때 정민태 코치님 생각이 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무더위로 악명 높은 대구에서 사는 원태인은 “잘 먹고 잘 쉬고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 아버지(원민구 전 경복중 야구부 감독)께서 좋은 거 많이 챙겨주시고 제가 선발등판할 때마다 갓바위에 올라가셔서 기도해주신다.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뷰캐넌에게 물어보면서 터득한 저만의 루틴을 3,4년째 하고 있는데 큰 부상 없이 잘 던지고 있으니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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