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전구장 팬 사인회 시작... 은퇴식에 얽힌 감동·추억의 사연들 [류선규의 비즈볼]
입력 : 2024.08.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SSG 추신수. /사진=OSEN
SSG 추신수. /사진=OSEN
1982년 프로야구 창설 이래 올해로 43번째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명멸했다.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가 42명씩, 포지션별 골든글러브 수상 선수가 418명 배출됐다(지명타자는 1984년부터 시상). 이들은 은퇴식, 은퇴경기, 더 나아가서 영구결번식, 은퇴투어를 하기도 한다. 이런 행사를 통해 프로야구 선수들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감동과 추억을 남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활동을 마무리하는 추신수(42·SSG)는 지난 7월 25일 수원KT위즈파크를 시작으로 KBO리그 전 구장 팬 사인회를 진행한다. 추신수는 2021년 SSG랜더스에 입단하면서 구단에 전 구장 팬 사인회를 제안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한 번의 팬 사인회에서 50명의 팬들이 추신수에게 마지막 사인을 받는데 이 팬들은 당일에는 감동을 느끼고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2017년 이승엽(당시 삼성)와 2022년 이대호(당시 롯데)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의 합의 하에 은퇴 투어를 진행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2014년 7월 18일 KBO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2012시즌을 끝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하고 일정이 맞지 않아 은퇴식을 치르지 못했는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에 제안해 성사됐다.

2017년 10월 3일 열린 이승엽의 은퇴식 모습.  /사진=OSEN
2017년 10월 3일 열린 이승엽의 은퇴식 모습. /사진=OSEN
프로야구 선수들의 은퇴 행사는 소속 구단이 주최하는 은퇴식이 일반적이다. 은퇴식 역시 소속 구단에 일정 기간 상당한 기여를 한 선수만이 누리는 영광된 자리다.

은퇴식보다 한 단계 위는 은퇴 경기다. 은퇴 선수가 정규시즌에서 마지막 투구 또는 타격을 하는데 소속팀의 팀 성적에 따라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속팀의 팀 성적이 나빠야 해당 선수의 은퇴 경기가 가능해진다. 팀이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을 치열하게 할 경우에는 은퇴 경기는 선수와 팀 모두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KBO 1호 은퇴식과 은퇴 경기 모두 1989년 8월 17일 윤동균(당시 OB)이었다. 잠실 롯데전에 지명타자로 출전해 은퇴식과 은퇴 경기를 겸했다. 최근 은퇴식은 2023년 10월 17일 김태훈(당시 SSG)으로 KBO리그 103번째였다.

은퇴 선수에게 영구결번이 결정되면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은퇴와 영구결번식을 따로 치르기도 했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은퇴 행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6년 전병두(당시 SK)의 은퇴 경기였다. 전병두는 2011년 이후 5년간 왼쪽 어깨 수술과 재활을 거듭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다 2016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임했다. 당시 구단은 8월부터 은퇴와 재기의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영상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재기 가능성을 더 높게 봤지만 연습 경기에서 어깨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더 이상 끌고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전병두가 2016년 10월 8일 은퇴식에서 은퇴사를 읽고 있다. /사진=OSEN
전병두가 2016년 10월 8일 은퇴식에서 은퇴사를 읽고 있다. /사진=OSEN
그리고 이 해 정규시즌 홈 경기 최종전에 전병두의 은퇴식을 겸한 은퇴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 전병두는 선발투수로 등판해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왔고 구단은 경기 후 은퇴식에서 석 달간 준비한 은퇴 영상을 빅보드(전광판)에 상영했다. 15분 가까운 상영 시간 동안 관중석에서 말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여성 관중들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가 이 행사를 진행했는데 어느 행사보다 감동적이었다.

사실 이 경기에서 이승호(당시 SK)도 마지막 등판을 준비했다. 전병두 은퇴 경기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은퇴를 앞둔 이승호의 마지막 등판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전병두와 이승호가 동시에 은퇴했지만 한 선수는 은퇴 경기를 치르고 또 한 선수는 은퇴식도 없이 선수를 그만뒀다. 두 선수 모두 SK 왕조 시절 벌떼 불펜의 일원으로 팀의 3차례 우승에 기여했다.

둘 모두 원클럽맨은 아니었다. 전병두는 두산, KIA를 거쳐 트레이드로 SK로 이적했고 이승호는 2000년 SK와이번스 창단둥이로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선수층이 얇은 팀에서 '소년 가장' 역할을 하다 FA로 롯데로 이적했다. 다시 NC로 옮겼고 2015시즌을 마치고 방출되자 SK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이승호를 영입했다.

전병두와 이승호의 은퇴 행사 여부에 차이가 난 것은 결국 팬심이었다. 당시 SK 팬들에게 전병두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왕조 불펜에서 선발, 불펜을 오가며 혹사에 가까운 투구를 마다하지 않은 그에게 팬들은 애틋한 마음을 가졌다. 반면 이승호는 SK 초창기 일등 공신이었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지 않았다.

SK 와이번스는 2017년 구단 자체적으로 은퇴식 기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2004년 입단해 통산 42승을 기록한 윤희상의 경우 이 기준에 미달해 은퇴식을 치르지 못했다. 그래서 별도의 은퇴식 대신에 윤희상이 2020년 정규시즌 최종전 홈 경기 선발로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동하던 김광현이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당시 SK는 창단 후 최악의 부진한 성적(9위)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상황이라 이런 기용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2010년 9월 19일 양준혁의 은퇴식.  /사진=OSEN
2010년 9월 19일 양준혁의 은퇴식. /사진=OSEN
그런데 은퇴식을 하게 되면 비가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0년 양준혁 은퇴식에 많은 비가 왔고, 박재홍과 김재현 은퇴식은 비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되고 두 번째만에 치러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2013년 박재홍 은퇴식은 이날 경기가 강우콜드게임이 될 정도로 많은 비가 왔다. 선수들의 은퇴식에는 "하늘도 울고 선수도 울고 팬들도 울고" 같은 기사 제목이 자주 보일 정도로 신기하게 많은 비가 왔다.

팬들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좋아했던 선수가 은퇴하면 본인이 은퇴하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된다. 그러다 보니 은퇴 경기나 은퇴식에는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온다. 그리고 구단도 어느 행사 못지 않게 많은 비용을 투입한다. 은퇴식을 통해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은퇴식에 빠질 수 없는 건 현장 생중계다. 당일 경기 중계 방송사에 구단이 의뢰해 은퇴식 라이브가 진행되는데 야구장을 찾지 못하는 야구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전 경기 중계가 시작되면서 은퇴식 생중계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프로야구 선수는 은퇴하면 팬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남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추신수의 은퇴식도 기대를 모은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