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8월에 포항? 선수 죽는다” 이승엽 작심발언에 KBO 응답하다…“내년 여름 제2구장 미편성 고려”
입력 : 2024.08.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두산 이승엽 감독 / OSEN DB

[OSEN=포항, 이석우 기자] 4일 포항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의 경기가 열렸다. 많은 비가 예보된 가운데 포항야구장 위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2023.07.04 / foto0307@osen.co.kr

[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의 한여름 포항 경기 편성을 향한 작심발언이 통했다. 내년부터는 포항, 울산 등 인조잔디가 깔린 제2구장에서 여름 경기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1차전을 앞두고 2주 뒤 삼성 라이온즈와의 포항 3연전 편성을 두고 불만 가득한 작심발언을 했다. 

이 감독은 “포항의 한여름 인조잔디가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 거고, 우리가 왜 자꾸 선택되는 건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라며 “지난해 울산을 갔다가 포항을 갔다. 그런데 올해도 울산, 포항을 간다. 팀으로 봤을 때 납득하기 힘들다. 지난주 울산 2경기가 폭염 취소됐다. 가장 더운 8월에 포항 경기를 한다는 건 경기력, 체력, 이동거리 모두 문제다. 편성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5월도 있고 6월도 있는데 왜 지금인지 모르겠다. 그 때 못할 사정이 있다면 아예 안 해야 한다. 천연잔디도 경기하기 힘든 여름이다. 특히 포수는 정말 안쓰럽다. 인조잔디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두산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제2구장인 포항구장에서 주중 3연전이 잡혀 있다. 폭염경보가 연일 발효되는 8월인데 지열까지 엄청난 인조잔디에서 무려 3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다른 인조잔디 구장인 울산 문수구장은 지열이 섭씨 50도를 육박하며 2일과 4일 경기가 폭염 취소된 바 있다. 

[OSEN=포항, 이석우 기자] 4일 포항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의 경기가 열렸다. 포항야구장 외벽에 2015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400홈런 기록을 달성한 두산 이승엽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 선수 시절 사진과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다. 2023.07.04 / foto0307@osen.co.kr

두산은 지난해에도 6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 울산(롯데 자이언츠전), 포항(삼성전)에서 고난의 6연전을 치렀다. 그런데 올해도 7월 16일~18일 울산 경기에 이어 8월 포항 경기가 잡혔다. 2년 연속 울산과 포항 두 곳에서 경기하는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달리 두 차례의 제2구장 시리즈가 모두 한여름에 몰리면서 이례적으로 이승엽 감독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감독 개인에게는 포항이 이른바 ‘약속의 땅’이다. 현역 시절 포항구장 통산 기록이 39경기 3할6푼2리 15홈런 45타점 OPS 1.167에 달하며 2015년 6월 3일 포항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400홈런 시대를 열었다. 감독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포항에서 삼성 시리즈를 스윕한 기억도 있다. 

[OSEN=포항, 이석우 기자] 4일 포항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7.04 / foto0307@osen.co.kr

이 감독에게 이를 언급하자 “내가 좋은 기억이 많은 거지, 우리 선수들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인조잔디는 35도가 되면 정말 경기하기 힘들다. 거기다가 포항은 홈구장 아닌 제2구장이다. 어떻게 경기를 치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이어 “우리는 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여름 포항 경기를 안 잡았으면 좋겠다. 간곡하게 요청한다”라며 “포항 편성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기온이 30도 이하일 때 잡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나 혼자라면 기온이 50도여도 간다. 그런데 선수들이 죽게 생겼다”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포항 경기와 관계없는 LG 염경엽 감독도 소신을 밝혔다. 염 감독은 "내가 보기엔 포항 경기는 못할 거 같다. 사실 천연잔디는 아무리 더워도 18시, 19시 개시면 경기를 할 수 있다. 인조잔디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동남아 기후가 돼서 절대 못 한다. 개시가 쉽지 않다고 본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OSEN=포항, 이석우 기자] 4일 포항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경기가 안풀리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07.04 /

제2구장 경기의 경우 KBO가 아닌 제2구장을 사용하는 홈팀에게 편성 우선권이 있다. KBO가 최초에 삼성, 롯데, 한화 경기를 대구, 사직, 대전으로 편성한 뒤 구단이 내부 사정, 마케팅 등 일정을 고려해 KBO에 포항, 울산, 청주 등 제2구장 편성을 요청하면 KBO가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따라서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포항 시리즈는 삼성이 KBO에 편성을 요청한 것이다. 

국민타자의 작심발언이 통했을까. KBO 관계자는 6일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내년부터는 7월과 8월에는 제2구장 미편성을 고려하고 있다. 구단에서 그 시기에 편성을 요청해도 다른 시기에 잡아달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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