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금메달의 환호 대신 진실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안세영(22, 삼성생명)이 귀국길에서 또 폭탄발언을 터트렸다.
안세영은 7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는 배드민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모두가 기대하던 행복하기만한 금의환향은 아니었다. '뉴시스'와 '뉴스 1' 등에 따르면 안세영은 취재진 앞에서 "한국에 가서 내 입장을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말을 아꼈다.
안세영은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그는 "많은 선수가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지난 6일 파리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불참과 관련한 이야기로 보인다. '여자 단식 챔피언' 안세영은 참여하지 않았고, 혼합복식 은메달을 수확한 김원호-정나은 조만 참석했다.
둘에게 애꿎은 불똥이 튀었다. 축하만 받아도 모자란 김원호와 정나은이지만, 안세영과 협회 관련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장에는 협회 관계자가 아예 동행하지 않은 만큼 두 선수에게 질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김원호는 우려 속에 참석을 결정했다며 "축하받아야 할 자리지만, 그렇게 안 될 것 같다고 예상은 했다. 고민이 컸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나은도 세영이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괜한 선수들만 피해자가 된 꼴이다.
대한체육회 측은 안세영이 본인 의사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세영 본인의 말은 달랐다. 그는 "내가 기자회견을 안 나간 건 기다리라고만 하니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라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는데 나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우승이 현실이 된 순간. 안세영은 그대로 코트에 쓰러져 기뻐했고, 김학균 감독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훔쳤다.
이로써 안세영은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가 올림픽 단식 결승에 오른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처음이다.
이제 안세영은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스스로 마지막 퍼즐이라 밝힌 올림픽까지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은 없지만, 머지 않았다.
기쁨도 잠시였다. 안세영은 경기 후 협회 운영을 저격하면서 대표팀 은퇴까지 시사하는 말을 꺼냈다. 그는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쉽게 나을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라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말인지 묻는 취재진의 말에 "이야기를 잘 해봐야 하겠지만, 많이 실망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날이 오면 좋겠다"라며 "협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줄지 잘 모르겠다. 난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고, 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안세영은 6일 새벽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수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된다"라며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 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라고 심경을 전했다.
다만 안세영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하면서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진 않았다. 지금까지는 이 선택이 안세영이 자의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귀국길에서 협회가 입을 막았다고 주장하면서 또 하나의 진실공방이 오가게 됐다.
이제 시선은 안세영의 귀국 현장으로 향한다. 그를 포함한 배드민턴 선수단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한국에 가서 얘기하겠다고 밝힌 만큼 안세영이 입을 열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김학균 배드민턴 총감독은 안세영과 나눈 이야기가 있냐고 묻는 취재진에 답하지 않고 말 없이 귀국길에 올랐다. 심지어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등 일부 수뇌부들은 항공 일정을 변경해 먼저 파리를 떠났다. 이들은 선수단, 코치진과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급하게 일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아직 공식 입장 없이 침묵 중인 상황.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6일 공식 자료를 통해 "안세영 선수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한다"라며 "현재 2024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인 만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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