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영웅 임동현(38·청주시청) 한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 코치가 세계 양궁 역사를 쓴 후배들이 대견해 했다.
홍승진(58)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여 양궁 대표팀은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과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 엑스텐보이즈), 김제덕(20·예천군청)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혼성 단체전, 남·여 개인전, 단체전 등 총 5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양궁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한국 양궁이 올림픽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가져온 금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4개였다. 이때도 전 종목을 석권하긴 했으나, 혼성 단체전이 없었다.
매 대회 전 종목 석권에 있어 가장 큰 고비는 남자 개인전 우승이었다. 상향 평준화로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도 9번의 기회에서 금메달은 두 번(2012 런던 오진혁, 2016 리우데자네이루 구본찬)밖에 챙기지 못했다.
임동현 코치도 그 고비를 넘지 못했던 선수 중 하나였다. 신궁이라 불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임 코치는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까지 세 번의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개인전에서는 2004년 8강, 2008년 16강, 2012년 16강으로 매번 고배를 마셨다. 단체전에서도 2004년과 2008년 금메달로 영웅이 됐으나,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한국 킬러' 브래디 엘리슨(36)이 이끄는 미국에 밀려 동메달에 그쳤다.
그랬던 그가 처음 국가대표 코치를 맡아 역사를 쓴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한풀이했다. 6일 귀국 현장에서 만난 임 코치는 "내게도 단체전 3연패나 개인전 우승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비록 나는 선수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렇게 지도자로서 선수들이랑 같이 출전해 내가 못 한 걸 이뤄 너무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감격의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남자 선수들의 경우 여자 단체가 올림픽 10연패를 한 바로 다음 날이라 정말 부담이 많이 됐을 것이다. 그 부담을 잘 이겨내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많이 감동했다. 선수들이 어떤 심정인지도 충분히 이해 갔다. 선수들한테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에이스 김우진의 역할이 컸다. 임 코치처럼 세 대회 연속(2016 리우, 2020 도쿄, 2024 파리)으로 출전한 김우진은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역대 두 번째 양궁 남자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지난 2일에는 임시현(21·한국체대)과 처음 나선 혼성 단체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가장 큰 고비였던 개인전에서는 역대급 대진표를 받아서 들고도 결승전 슛오프 끝에 커리어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마르쿠스 달메이다(브라질), 8강전에서는 2020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 메테 가조즈(튀르키예)를 만났다. 4강전에서는 이우석, 결승전에서는 엘리슨을 만나 두 번 모두 슛오프 끝에 꺾으면서 세계 정상에 섰다.
임 코치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김우진 선수는 양궁 월드컵 1, 2, 3차전에서 꾸준히 잘했다. 김우진 선수가 올림픽에 세 번째 출전하면서 앞선 두 번 모두 개인전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려놓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에야말로 (해보겠다)'라는 독기도 있었고 그런 마음이 잘 융합된 것 같다. 또 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단체전 스타트를 잘 끊고 혼성에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지다 보니 개인전에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성과에 코치진의 공로도 빠질 수 없다. 코치의 중요성은 1996년 이기식 감독 부임 후 한국의 가장 큰 라이벌로 떠오른 미국 남자 양궁 대표팀과 이번 대회 올림픽 직전 백웅기 감독을 내친 뒤 무관에 그친 인도 대표팀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임 코치는 "기록이란 건 언젠가 또 깨지기 나름이다. 하지만 그 대단한 기록을 내기 위해서 선수들은 정말 많은 준비를 한다. 나도 지도자로 처음 대표팀에 들어와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경험과 그 당시 올림픽 무대에 섰던 느낌을 충분히 이야기해주면서 최대한 공감대 형성을 하려고 노력했다.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이 기록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자만하지 않고 잘 준비해서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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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임동현 코치(맨 왼쪽)가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준결승전을 마친 이우석(가운데 남색)과 김우진(맨 오른쪽)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임동현 코치. /사진=뉴시스 제공 |
2008 베이징 올림픽 영웅 임동현(38·청주시청) 한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 코치가 세계 양궁 역사를 쓴 후배들이 대견해 했다.
홍승진(58)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여 양궁 대표팀은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과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 엑스텐보이즈), 김제덕(20·예천군청)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혼성 단체전, 남·여 개인전, 단체전 등 총 5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양궁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한국 양궁이 올림픽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가져온 금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4개였다. 이때도 전 종목을 석권하긴 했으나, 혼성 단체전이 없었다.
매 대회 전 종목 석권에 있어 가장 큰 고비는 남자 개인전 우승이었다. 상향 평준화로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도 9번의 기회에서 금메달은 두 번(2012 런던 오진혁, 2016 리우데자네이루 구본찬)밖에 챙기지 못했다.
임동현 코치도 그 고비를 넘지 못했던 선수 중 하나였다. 신궁이라 불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임 코치는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까지 세 번의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개인전에서는 2004년 8강, 2008년 16강, 2012년 16강으로 매번 고배를 마셨다. 단체전에서도 2004년과 2008년 금메달로 영웅이 됐으나,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한국 킬러' 브래디 엘리슨(36)이 이끄는 미국에 밀려 동메달에 그쳤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김우진(가운데)과 이우석(오른쪽)이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각각 금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그랬던 그가 처음 국가대표 코치를 맡아 역사를 쓴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한풀이했다. 6일 귀국 현장에서 만난 임 코치는 "내게도 단체전 3연패나 개인전 우승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비록 나는 선수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렇게 지도자로서 선수들이랑 같이 출전해 내가 못 한 걸 이뤄 너무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감격의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남자 선수들의 경우 여자 단체가 올림픽 10연패를 한 바로 다음 날이라 정말 부담이 많이 됐을 것이다. 그 부담을 잘 이겨내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많이 감동했다. 선수들이 어떤 심정인지도 충분히 이해 갔다. 선수들한테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에이스 김우진의 역할이 컸다. 임 코치처럼 세 대회 연속(2016 리우, 2020 도쿄, 2024 파리)으로 출전한 김우진은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역대 두 번째 양궁 남자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지난 2일에는 임시현(21·한국체대)과 처음 나선 혼성 단체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가장 큰 고비였던 개인전에서는 역대급 대진표를 받아서 들고도 결승전 슛오프 끝에 커리어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마르쿠스 달메이다(브라질), 8강전에서는 2020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 메테 가조즈(튀르키예)를 만났다. 4강전에서는 이우석, 결승전에서는 엘리슨을 만나 두 번 모두 슛오프 끝에 꺾으면서 세계 정상에 섰다.
(왼쪽부터) 김제덕, 김우진, 이우석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임 코치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김우진 선수는 양궁 월드컵 1, 2, 3차전에서 꾸준히 잘했다. 김우진 선수가 올림픽에 세 번째 출전하면서 앞선 두 번 모두 개인전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려놓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에야말로 (해보겠다)'라는 독기도 있었고 그런 마음이 잘 융합된 것 같다. 또 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단체전 스타트를 잘 끊고 혼성에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지다 보니 개인전에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성과에 코치진의 공로도 빠질 수 없다. 코치의 중요성은 1996년 이기식 감독 부임 후 한국의 가장 큰 라이벌로 떠오른 미국 남자 양궁 대표팀과 이번 대회 올림픽 직전 백웅기 감독을 내친 뒤 무관에 그친 인도 대표팀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임 코치는 "기록이란 건 언젠가 또 깨지기 나름이다. 하지만 그 대단한 기록을 내기 위해서 선수들은 정말 많은 준비를 한다. 나도 지도자로 처음 대표팀에 들어와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경험과 그 당시 올림픽 무대에 섰던 느낌을 충분히 이야기해주면서 최대한 공감대 형성을 하려고 노력했다.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이 기록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자만하지 않고 잘 준비해서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왼쪽부터)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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