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포수 김기연의 최근 맹타를 터뜨리면서 이승엽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줬다. 팀 선배 양의지는 김기연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포수 엔트리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가 하루만에 다시 3명으로 늘렸다. 백업 포수 김기연을 지명타자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두산은 7일 LG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포수 박민준을 1군에 콜업하고, 내야수 오명진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두산은 지난 6일 포수 정규빈을 2군으로 보내고 오명준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3번째 포수를 엔트리에 등록시킨 것이다. 이승엽 감독이 하루만에 엔트리 운영 계획을 바꾼 것. 양의지, 김기연에 이어 3번째 포수 자리가 정규빈에서 박민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명진은 하루 만에 1군 말소.
이승엽 감독은 7일 잠실구장에서 “의지가 포수로 나가고 기연이가 지명타자로 나갔을 때, 어제 같은 경우에 기연이가 경기 후반에 주자로 나가면 바꿔주지 못한다. 혹시라도 의지가 경기 도중에 다치게 되면, 기연이를 바꾸게 되면 어떻게 대체할 선수가 없다. 야수를 또 포수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대비는 해야 된다. 포수 한 명이 더 필요하다. 지금 의지가 100%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불가피하게 포수를 한 명 더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기연은 6일 지명타자로 출장했고, 7일에는 포수로 출장해 선발 투수 발라조빅과 배터리를 이뤘다.
김기연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아 LG에서 옆집으로 이적했다. 두산은 백업 포수로 김기연을 영입한 것. 김기현은 포수 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지명타자로도 기용하면서 3번째 포수가 보험용으로 필요해졌다. 그만큼 김기연이 팀의 중심 선수로 입지가 달라졌다.
이 감독은 “기연이가 원래 지명타자로 나갈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주에 안타를 15개 쳤다. 5경기에서 15개는 한 경기 평균 3개다. 3연전에서 3개씩 쳐도 9개인데 그것도 믿을 수 없을 텐데, 5경기에서 15개를 친 거는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그런 선수를 벤치에 두기는 사실 좀 아깝다. 어제도 좋은 장면에서 안타를 쳤고, 마지막 타석은 상대 호수비에 걸렸다. 지금 현재는 좋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벤치에 두기보다는 라인업에 들어가는 게 우리 팀으로 봤을 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김기연은 7일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4할8푼6리(35타수 17안타) 맹타를 과시했다. 지난 주 23타수 15안타, 타율 5할7푼7리였다. 6일 LG전에서 5타수 2안타를 때려 6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이어갔다.
김기연은 7일 LG전에서는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회 2사 3루 풀카운트에서 ABS존의 몸쪽 낮은 모서리에 걸치는 스트라이크로 어쩔 수 없이 삼진을 당했다. 3-1로 앞선 4회 무사 2루에서 희생번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추가 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1사 3루에서 이유찬이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7회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1루에서 발 빠른 대주자 조수행으로 교체됐다. 두산은 7회 3점을 보태 7-2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김기연은 7일까지 올 시즌 타율 3할8리(182타수 56안타) 4홈런 26타점 장타율 .429, OPS .794를 기록하고 있다. 양의지는 후배 김기연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의지는 7일 LG전 승리 후 “기연이가 잘해서 너무 좋고, 같이 잘하고 팀도 이렇게 잘 나가면, 또 팀에도 좋고 기연이한테도 좋고. 그럴수록 야구를 좀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연은 양의지의 고교(광주 진흥고) 후배다. 김기연이 LG 시절 때부터 양의지는 후배에게 방망이를 자주 선물해주고 살뜰하게 챙겼다고 한다. ‘조언을 많이 해 줄 것 같다’는 말에 양의지는 최근 김기연의 활약을 언급하며 “너무 잘하고 있어서, 나는 야구하면서 일주일에 15안타를 친 적이 없는데,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대단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양의지는 “지금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올라섰기 때문에, 더 잘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수가 진흥고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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