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이승훈 기자]
가수 유승우가 깊은 음악적 고민에 빠졌다. 선택지는 두 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과 리스너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
물론 정답이랄 건 없지만, 해답은 분명하다. 유승우가 원하는 음악을 리스너들도 바라고 있다는 것. 유승우의 음악 색채는 '유승우'라는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의 고민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유승우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지난달 25일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플레이리스트(playlist)'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유승우의 행복과 대중성 사이에서.."여러 마리 토끼 잡을래요"
유승우의 새 앨범은 지난 2021년 9월 발매된 다섯 번째 미니앨범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동안 OST 작업은 꾸준히 했으나 오롯이 유승우만의 감성이 담긴 앨범은 '플레이리스트'가 오랜만이다. 그는 "열심히 준비하고 고민했던 앨범이 나왔다는 것에 집중했다. 3년의 공백기 동안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야 내는 구나' 싶은 마음 뿐"이라며 덤덤한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음악적 고민으로 3년의 시간을 보냈다는 유승우. 사실 그는 2013년 가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올해로 데뷔 11차를 맞이했기 때문에 K팝 시장에서의 노련함과 자신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벽히 구축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승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3년 전 발매했던 미니 5집은 제 기준, 솔직하고 무게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한 앨범이에요. 전 이 앨범을 너무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왔었죠. 근데 최근 업계 관계자, 동료 가수 등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대중 가수로서 나의 이야기를 너무 놓고 살았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깊어진다고 치부했던 시절들이 '오히려 나를 가두는 시간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골수의 마음 가짐으로만 살았던 것 같은 거예요. '나는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인데 작업 과정에서 왜 이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이같은 유승우의 고민을 해결한 작품이 '플레이리스트'다. 유승우는 리스너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음악과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작업, 총 4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수록했다. 그는 "나는 그동안 많은 분들이 '유승우'하면 떠올리시는 빠른 노래를 하고 달달하고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싫어하지 않는다. 나도 좋아하는데 작업을 할 때면 일기처럼 솔직하게 곡을 쓰려다 보니까 결국엔 말투가 진지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으로 돌아가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상큼한 곡도 싣게 되면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승우는 "듣는 사람과 보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티스트라는 이유로 내가 행복하기 위한 음악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듣는 사람도 행복해야 결국엔 음악의 본질에 가깝다는 걸 잊고 살았던 거다. '부르는 내 감정이 너무 소중해서 기대하는 사람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거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물론 팬분들은 내 말투가 어떻든 간에 감정의 깊이를 헤아려주시겠지만, 누군가는 차에서 가볍게 듣고 싶을 수도, 누군가는 옛날의 유승우가 생각나서 내 음악을 찾아 들으실텐데 지금까지는 그분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리스너들에게 접근이 편해야 대중 가수로서 빛을 내는 건데 그동안 이 부분을 잊고 아티스트적으로만 일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노래를 대하는 마음 가짐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고백했다.
사실 일각에서는 유승우의 이같은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유승우는 데뷔 때부터 한결 같이 유승우만의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본지 기자만 봐도 유승우가 이처럼 심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으며, 유승우의 음악은 그 자체로의 매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승우는 대중 가수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음악을 하는 방식에 대해선 계속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면서 "더 어렸을 때는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내 감정을 대중들도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고, '꼭 유승우 같은 음악이 아니어도 내가 유승우니까 나한테 따라올 걸?'이라는 마인드로 살았던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앨범을 하나하나 발표하면서 주변의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저 음악은 저 가수의 진심으로만 똘똘 뭉친 걸 거야'라고 생각했던 앨범이 사실 알고 보면 당시 리스너들이 필요로 했던 메시지와 배려를 담은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시야가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개인적인 음악도 아티스트로서 너무 멋있고 좋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보고 싶고 기대하는 음악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러다가 언젠가는 또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을 들고 올 수도 있겠죠.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은 저를 조금은 줄이고 리스너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 하나의 색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유승우.."전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요?"
전작과는 다르게 대중성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플레이리스트'다. 그렇다면 발매 후 리스너들은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그래, 이거지' 라든가, '유승우가 드디어 돌아왔다' 등의 반응을 내비쳤을까. 유승우는 "사실 표면적인 반응은 비슷했다. 이전에 냈던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응원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에겐 중요하다. '내 시나리오가 먹혔는가'에 대해선 수치가 알려줄 것 같다. 다만 난 수치를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말에 어폐가 있긴 하지만, 발매 이후부터는 내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를 하거나 상처를 받는 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유승우. 그는 자신의 색채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유승우는 "정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 앨범이 밖에서 바라보는 유승우의 색채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고백했다 .
"원래 저의 색채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괜히 말하기 싫어요. 저는 앞으로의 유승우를 항상 열어두고 싶거든요. 제가 이후에 무슨 음악을 할지 모르고,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잖아요. 전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저만의 색을 정해두고 싶지 않아요. '플레이리스트'를 작업하면서 더 확실히 느꼈어요."
그러면서 유승우는 '가수 유승우'와 '인간 유승우'가 평행선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두 유승우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똑같이 가져가고 싶다. 투명한 삶, 이게 나의 인생 모토다. 일상에서 까부는 스타일이라면 방송에서도 까부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가수와 인간 유승우는 일치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요즘에는 음악 혹은 가수보다 사람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의 음악은 더 빛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남들이 보기에 매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저의 음악도 매력 있게 들리지 않을까요?"
◆ 윤상 200% 존경하지만 롤모델은 아닌 이유
앞서 유승우는 지난 1월 약 10년간 몸담았던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윤상이 소속된 팝뮤직과 계약했다. 또한 윤상은 유승우의 새 앨범 '플레이리스트' 전체 프로듀싱에 직접 나섰다.
"윤상 형님도 저의 음악적 고민을 다 알고 계세요. 그럼 형님은 항상 '늙은이랑 어울리지 마'라고 하시죠. 제가 조신하게 하는 음악들을 '늙은이'라고 정의하시는 것 같아요. '너 나이대에 어울리는 거 해'라고 조언해주시지만, 막상 옆에서 제 노래를 부르면 '야~ 좋다~'라고 하세요. 이런 음악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하면 좋다고 해주시는 걸 보면 저와 시야가 비슷하신 것 같아요."
윤상은 현 시대는 물론, 과거 남자 대표 발라더들의 명곡들을 책임졌던 가수이자 프로듀서다. 매번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적 변신을 이끌며 '믿고 듣는'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그런 그도 유승우 앞에서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유승우는 4번 트랙 '우리가 나눈 사랑만큼'에 대해 "맥주와 함께 기타를 치면서 녹음을 했는데 나를 많이 귀여워해주셨다. 어린 동생처럼 대해주셨다. 하지만 작업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믹스마스터 수정 작업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이렇게 해달라'라고 계속 요청하니까 '너도 참 징하다', '나도 어디가서 이런 얘기 많이 듣는데 넌 나보다 더 하다'라고 하셨다"라며 윤상과의 재밌었던 작업 비화를 소개했다.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하면서 윤상을 향한 존경심은 200% 생겼어요. 하지만 옆에 있어 보니까 저의 롤모델은 아닌 것 같아요. 롤모델이라고 하면 닮고 싶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전 형님처럼 사운드와 음악 하나하나에 예민해하면서 작업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존경심이 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죠. 사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에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저의 50대는 편안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전 윤상은 못될 것 같아요."
유승우는 지난달 25일 여섯 번째 미니앨범 '플레이리스트'를 발매했다. 9월 2일 육군 군악대로 입대한다.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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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2Z엔터테인먼트 |
물론 정답이랄 건 없지만, 해답은 분명하다. 유승우가 원하는 음악을 리스너들도 바라고 있다는 것. 유승우의 음악 색채는 '유승우'라는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의 고민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유승우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지난달 25일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플레이리스트(playlist)'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유승우의 행복과 대중성 사이에서.."여러 마리 토끼 잡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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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우의 새 앨범은 지난 2021년 9월 발매된 다섯 번째 미니앨범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동안 OST 작업은 꾸준히 했으나 오롯이 유승우만의 감성이 담긴 앨범은 '플레이리스트'가 오랜만이다. 그는 "열심히 준비하고 고민했던 앨범이 나왔다는 것에 집중했다. 3년의 공백기 동안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야 내는 구나' 싶은 마음 뿐"이라며 덤덤한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음악적 고민으로 3년의 시간을 보냈다는 유승우. 사실 그는 2013년 가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올해로 데뷔 11차를 맞이했기 때문에 K팝 시장에서의 노련함과 자신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벽히 구축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승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3년 전 발매했던 미니 5집은 제 기준, 솔직하고 무게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한 앨범이에요. 전 이 앨범을 너무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왔었죠. 근데 최근 업계 관계자, 동료 가수 등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대중 가수로서 나의 이야기를 너무 놓고 살았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깊어진다고 치부했던 시절들이 '오히려 나를 가두는 시간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골수의 마음 가짐으로만 살았던 것 같은 거예요. '나는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인데 작업 과정에서 왜 이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이같은 유승우의 고민을 해결한 작품이 '플레이리스트'다. 유승우는 리스너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음악과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작업, 총 4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수록했다. 그는 "나는 그동안 많은 분들이 '유승우'하면 떠올리시는 빠른 노래를 하고 달달하고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싫어하지 않는다. 나도 좋아하는데 작업을 할 때면 일기처럼 솔직하게 곡을 쓰려다 보니까 결국엔 말투가 진지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으로 돌아가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상큼한 곡도 싣게 되면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승우는 "듣는 사람과 보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티스트라는 이유로 내가 행복하기 위한 음악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듣는 사람도 행복해야 결국엔 음악의 본질에 가깝다는 걸 잊고 살았던 거다. '부르는 내 감정이 너무 소중해서 기대하는 사람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거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물론 팬분들은 내 말투가 어떻든 간에 감정의 깊이를 헤아려주시겠지만, 누군가는 차에서 가볍게 듣고 싶을 수도, 누군가는 옛날의 유승우가 생각나서 내 음악을 찾아 들으실텐데 지금까지는 그분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리스너들에게 접근이 편해야 대중 가수로서 빛을 내는 건데 그동안 이 부분을 잊고 아티스트적으로만 일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노래를 대하는 마음 가짐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고백했다.
사실 일각에서는 유승우의 이같은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유승우는 데뷔 때부터 한결 같이 유승우만의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본지 기자만 봐도 유승우가 이처럼 심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으며, 유승우의 음악은 그 자체로의 매력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승우는 대중 가수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음악을 하는 방식에 대해선 계속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면서 "더 어렸을 때는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내 감정을 대중들도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고, '꼭 유승우 같은 음악이 아니어도 내가 유승우니까 나한테 따라올 걸?'이라는 마인드로 살았던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앨범을 하나하나 발표하면서 주변의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저 음악은 저 가수의 진심으로만 똘똘 뭉친 걸 거야'라고 생각했던 앨범이 사실 알고 보면 당시 리스너들이 필요로 했던 메시지와 배려를 담은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시야가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개인적인 음악도 아티스트로서 너무 멋있고 좋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보고 싶고 기대하는 음악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러다가 언젠가는 또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을 들고 올 수도 있겠죠.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은 저를 조금은 줄이고 리스너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 하나의 색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유승우.."전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요?"
/사진=A2Z엔터테인먼트 |
전작과는 다르게 대중성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플레이리스트'다. 그렇다면 발매 후 리스너들은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그래, 이거지' 라든가, '유승우가 드디어 돌아왔다' 등의 반응을 내비쳤을까. 유승우는 "사실 표면적인 반응은 비슷했다. 이전에 냈던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응원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에겐 중요하다. '내 시나리오가 먹혔는가'에 대해선 수치가 알려줄 것 같다. 다만 난 수치를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말에 어폐가 있긴 하지만, 발매 이후부터는 내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를 하거나 상처를 받는 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유승우. 그는 자신의 색채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유승우는 "정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 앨범이 밖에서 바라보는 유승우의 색채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고백했다 .
"원래 저의 색채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괜히 말하기 싫어요. 저는 앞으로의 유승우를 항상 열어두고 싶거든요. 제가 이후에 무슨 음악을 할지 모르고,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잖아요. 전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저만의 색을 정해두고 싶지 않아요. '플레이리스트'를 작업하면서 더 확실히 느꼈어요."
그러면서 유승우는 '가수 유승우'와 '인간 유승우'가 평행선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두 유승우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똑같이 가져가고 싶다. 투명한 삶, 이게 나의 인생 모토다. 일상에서 까부는 스타일이라면 방송에서도 까부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가수와 인간 유승우는 일치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요즘에는 음악 혹은 가수보다 사람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의 음악은 더 빛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남들이 보기에 매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저의 음악도 매력 있게 들리지 않을까요?"
◆ 윤상 200% 존경하지만 롤모델은 아닌 이유
/사진=A2Z엔터테인먼트 |
앞서 유승우는 지난 1월 약 10년간 몸담았던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윤상이 소속된 팝뮤직과 계약했다. 또한 윤상은 유승우의 새 앨범 '플레이리스트' 전체 프로듀싱에 직접 나섰다.
"윤상 형님도 저의 음악적 고민을 다 알고 계세요. 그럼 형님은 항상 '늙은이랑 어울리지 마'라고 하시죠. 제가 조신하게 하는 음악들을 '늙은이'라고 정의하시는 것 같아요. '너 나이대에 어울리는 거 해'라고 조언해주시지만, 막상 옆에서 제 노래를 부르면 '야~ 좋다~'라고 하세요. 이런 음악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하면 좋다고 해주시는 걸 보면 저와 시야가 비슷하신 것 같아요."
윤상은 현 시대는 물론, 과거 남자 대표 발라더들의 명곡들을 책임졌던 가수이자 프로듀서다. 매번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적 변신을 이끌며 '믿고 듣는'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그런 그도 유승우 앞에서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유승우는 4번 트랙 '우리가 나눈 사랑만큼'에 대해 "맥주와 함께 기타를 치면서 녹음을 했는데 나를 많이 귀여워해주셨다. 어린 동생처럼 대해주셨다. 하지만 작업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믹스마스터 수정 작업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이렇게 해달라'라고 계속 요청하니까 '너도 참 징하다', '나도 어디가서 이런 얘기 많이 듣는데 넌 나보다 더 하다'라고 하셨다"라며 윤상과의 재밌었던 작업 비화를 소개했다.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하면서 윤상을 향한 존경심은 200% 생겼어요. 하지만 옆에 있어 보니까 저의 롤모델은 아닌 것 같아요. 롤모델이라고 하면 닮고 싶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전 형님처럼 사운드와 음악 하나하나에 예민해하면서 작업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존경심이 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죠. 사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에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저의 50대는 편안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전 윤상은 못될 것 같아요."
유승우는 지난달 25일 여섯 번째 미니앨범 '플레이리스트'를 발매했다. 9월 2일 육군 군악대로 입대한다.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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