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판타지 프리미어리그(FPL) 감독이라면 누구를 미드필더로 선택하겠는가?”
이 물음에, 한국인 축구팬이라면 선뜻 누군가를 떠올리고 주저하지 않고 그를 낙점할 성싶다. 물론, 그 이름은 한국이 자랑하는 한국인 월드 스타인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다. 팔이 들이굽지 내굽을 리 없다.
그러나 쑥스러워할 필요 없다. 손흥민이 충분히 뽑힐 만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내린 평가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사실이다. EPL 사무국이 스카우트 보고서를 통해 손흥민을 FPL 최고 미드필더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은 데에서, 여실히 입증된 그의 가치다.
물론, 막연한 기대치에 근거를 둔 제안이 아니다. EPL 2023-2024시즌 성적과 통계 및 FPL 선수 몸값의 비교치를 바탕으로 한 추천이다. 이 보고서는 이에 따라 모두 6명의 EPL 정상급 미드필더를 제시하고 그중 누구를 가려 뽑을지를 분석했다. 아울러, 자신이 감독이라면 누구를 선택할지를 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적어도, 손흥민은 골 결정력에 관해서라면 으뜸이었다. 결국, 자신이 구상한 팀이 공격 파워에 비해 득점력이 뒤떨어진다면 당연히 손흥민을 낙점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엿보이는 보고서다.
EPL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꿈꾸고 싶다. 환상의 세계일망정 구단주가 되어 나만의 축구팀을 만들 수는 없을까? 열렬한 팬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 보고 부풀렸을 꿈이다.
내가 선택한 선수들로 팀을 꾸려 경기를 치른다면, 한때나마 행복감을 만끽하지 않을까 싶다.
바람으로 끝나지 않았다. 열망은 이뤄지듯이, 그 염원은 구현됐다. 실상으로 나타난 환상[Fantasy], 곧 판타지 프리미어리그다. EPL이 축구의 종가(宗家)에 걸맞게 내놓은 빼어난 작품이다. 다시 말해, EPL 사무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https://fantasy.premierleague.com)하는 시뮬레이션 게임[Simulation Game]이다. 실제 성적을 바탕으로 하므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모의시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전반적으로 현실의 무언가를 비슷하게 따라 하고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 FPL도 마찬가지 특성을 보인다. FPL에서 인기가 높고 영입 가격이 비싼 선수는 실제로도 승패를 좌우하는 키 플레이어로서 활약도가 무척 높다. 다시 말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FPL이다. FPL의 흐름을 보면 그 시점에 누가 EPL의 핵심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지 가늠할 수 있다. FPL이 왜 전 세계적으로 700만 명 이상이 즐길 만큼 열풍에 휩싸여 있는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이 맥락에서, 오는 16일(현지 일자) 9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가는 EPL 2024-2025시즌에 맞춰 나온 이 보고서는 미드필더 판도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다. 그리고 EPL 입성 10시즌째를 맞이하는 손흥민이 한결같이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뽐낼 수 있으리라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더욱 뜻깊은 보고서라 할 만하다.
2024-2025시즌 뛰어난 미드필더가 넘치리라 본 이 보고서는 그중 6명에게 950만 파운드(한화 약 166억 원·이하 FPL 몸값)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 손흥민(1,000만 파운드·약 174억 원)을 비롯해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250만 파운드·약 218억 원), 콜 팔머(첼시·1,050만 파운드·약 183억 원), 부카요 사카(아스널·1,000만 파운드),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950만 파운드·), 케빈 더 브라이너(맨체스터 시티)가 그 면면이었다. 이 가운데 더 브라이너를 제외한 5명은 2023-2024시즌 200점을 넘어섰을 만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지난 시즌 성적 가운데 네 가지 평가 척도로 비교했음을 밝혔다. 슈팅, 박스 내 슈팅, 빅 찬스, 골 전환 등을 평가 가늠자로 활용했다.
이 가운데, 손흥민은 골 전환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그만큼 골 결정력이 빼어남이 수치로서 입증됐다. 다섯 개 슈팅을 날리면, 그중 한 개가 골문을 뚫었다(20.0%). 이 부분에서 맨 위에 오른 팔머(20.2%)에 아주 근소한 차(0.2%)로 뒤졌을 만치 난형난제의 백중세를 이뤘다(표 참조). FPL에서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손흥민이 EPL 최고의 마무리 능력을 갖췄음을 명백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FPL 지난 시즌, 살라는 최악의 몸놀림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골 위협 측면에서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90분당 4.01개 슈팅, 3.24개 박스 내 슈팅, 1.16개 빅 찬스 등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런데도 FPL 지난 시즌, FPL 팬들이 살라를 뽑기를 꺼린 경향은 본질적으로 낮은(4위) 골 전환율(15.8%)에서 말미암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팔머는 살라를 이을 걸출한 미드필더가 될 것임을 확실히 시사했다. 골 전환에서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슈팅(3.70개)과 빅 찬스(0.75개)는 살라를 제외하면 가장 우위를 보였다.
FPL은 주어진 예산(1억 파운드·1,743억 원) 범위 안에서 15명으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야 한다. 손흥민의 몸값은 이 예산의 10분의 1을 초과한다. 손흥민 한 명만 선택하더라도 전체 팀 구성이 자칫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보고서가 손흥민을 꼭 영입해야 할 미드필더라고 강조한 점은 그만치 그의 효용 가치가 절대적임을 시사한다. 2024-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손흥민을 반드시 영입해야 할 ‘절대 선수’로 낙점한 이번 스카우트 보고서는 분명 한국의 축구팬 기분을 좋게하는 낭보임이 틀림없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