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내 나이에 맞게 밝고 즐기면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10번째 루키 메이저 퀸이 된 유현조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얼떨결에 나이를 다시 확인해 본다. 2005년 3월생이다. 19살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친구들을 만나 한없이 수다를 떨고 미팅에 나가면 수줍게 웃을 나이다.
그 나이에 KLPGA 투어 2024 시즌 22번째 대회이자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 1,600만 원)’의 왕관은 무게감이 과할 수도 있다.
두런두런 말은 그러했다.
“어제 루키라서 잃을 게 없다고 얘기했는데, 바로 후회했다. 너무 긴장돼서 잠을 못 잤다”고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냉철하고 착실했다.
8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예선 6,689야드, 본선 6,668야드)에서 계속된 최종라운드의 전반은 고난의 시간이었다. 5, 6번홀 연속 보기로 불안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때의 불안은 투지로 승화된 모양이다.
전환점이 찾아 왔다. 파4 9번홀을 시작으로 3개홀 연속 버디를 낚아 올린다.
최종라운드는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두 명의 선수가 번갈아 유현조를 괴롭혔다.
유현조는 “배소현 선수가 초반 감이 좋아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고, 후반에는 성유진 선수가 계속 따라붙어서 긴장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전반에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았다.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배소현은 후반에는 보기 3개, 버디 1개로 흔들렸다.
유현조를 위협하는 배턴은 후반에는 성유진이 이어받았다. 파4 9번홀에서 최종일 첫 버디를 잡은 성유진은 파4 12번홀 버디로 11언더파를 만들었다. 유현조가 11번홀까지 3연속 버디로 11언더파를 만든 바로 그 다음 홀에서 성유진이 동타를 이뤘으니 유현조의 간담이 서늘해졌을 법도 하다.
그러나 유현조는 이 모든 압박을 스스로 극복했다. 파3 13번 홀에서 1.8미터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켰고, 파4 17번홀에서는 18미터 장거리 버디 퍼트로 동반자를 한숨짓게 했다.
유현조는 “17번 홀에서 버디 퍼트가 들어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후에 말했다.
이 때까지의 스코어가 유현조는 13언더파, 성유진은 11언더파였다. 2타차가 나지만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파5 18번홀에서 유현조는 이 대회의 전략대로 3번 우드 티샷을 했다. 유현조는 티샷 전략을 놓고 “드라이버가 안 맞아서 안 치는 게 아니다. 이 코스에서는 공격적인 공략보다는 안정적이고 페이웨이를 지키는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2타차를 극복해야 했던 성유진은 드라이버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었지만 위험도 따르는 도전이었다. 성유진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며 숲속 러프에 떨어지면서 2타차를 극복하려던 성유진의 시도도 물거품이 됐다.
모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성유진은 숲속에서 레이업을 해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는 투지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종합계 11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윤이나가 10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고, 김재희 김수지 배소현이 9언더파 공동 4위가 됐다.
유현조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으로 포인트 310점을 추가, 신인왕 경쟁 포인트를 1,566점으로 끌어올렸다. 2위 이동은(818점)과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올 시즌 신인 중에서 우승자는 유현조가 처음이다.
루키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1년 배경은, 2002년 전미정, 2004년 송보배, 2005년 이지영, 2006년 신지애, 2011년 정연주, 2013년 전인지, 2014년 백규정, 2019년 임희정에 이어 유현조가 10번째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