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00골 고지를 밟고 싶다(I want to reach 1000 goals).”
끝없는 여정이려나. 지치지 않고 내디디는 도전의 길처럼 보인다. 꺼질 줄 모르는 열정을 불태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다.
흐르는 세월을 거부한다. 나이는 그저 겉으로 나타난 ‘숫자’일 뿐이다. 우리 나이로 마흔, 불혹(不惑)이건만, 골을 터뜨리는 솜씨는 좀처럼 쇠락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월을 벗 삼아 눈부신 발자취를 쌓아 간다. 풍성한 ‘기록의 향연’으로 전 세계 축구팬을 초청한다.
지난주, 호날두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현대 축구 역사상 최초로, 900골 고지에 올라섰다. 물론, 통산 최다 득점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안았다. 지난 5일(이하 현지 일자), 2024-2025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리그 스테이지 A1 첫판 크로아티아전(2-1 승)에서, 전반 34분 누누 멘드스의 어시스트를 추가골로 이어 가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경기 전, 호날두는 한 골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었던 듯싶다. 900골 클럽을 개설하는 순간, 무릎을 꿇고 기쁨과 감격이 어우러진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도 호날두를 껴안고 축하하며 함께 환희를 누렸다.
경기 후, 호날두는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설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노쇠화의 기미가 뚜렷하다”라는 전문가와 팬의 일반적 시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글머리에서처럼 1,000골 고지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투혼을 표명했다. 크로아티아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한때(2003~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던 리오 퍼디난드와 가진 공식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였다.
넘보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을 세웠음에도 새로운 희망봉을 향한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이 같은 호날두의 열정은 그의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록 도전의 길엔 심리적 압박감이 뒤따른다면서도 그만큼 줄기차게 옮기는 걸음걸음에서 비롯한 성취감은 대단할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난 기록을 깨지 않는다. 기록은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이루고 싶었던 하나하나의 기록들은 독특한 이정표로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호날두는 모두 6개 팀에서 900골을 터뜨렸다. 이 가운데 꼭 절반인 450골을 레알 마드리드에서 결실했다. 2010년대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무대 으뜸 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곧 호날두의 존재였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필두로 프로 마당에선, 총 769골을 기록했다. 두 차례(2003~2009년, 2021~2022년) 둥지를 틀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145골을 수확했다. 또한 유벤투스에서 101골을, 첫 보금자리였던 스포르팅 CP에서 5골을 각각 뽑아냈다.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알나스르에서 68골을 잡아냈다.
셀레상(A Seleção: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곤 크로아티아전까지 모두 131골을 터뜨렸다. 약 20년 3개월에 걸친 수확량이다. 2004년 6월 12일, 2004 UEFA 유로 그룹 스테이지 A 첫판 그리스전(1-2 패) 후반 추가 시간 3분에 국가대표로서 첫 작품을 남겼다. 루이스 피구의 어시스트를 받아 헤더로 넣은 만회골이었다.
그렇다면 호날두가 자신의 야망대로 1,000골 고지를 정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지금까지 나타난 기록을 토대로 했을 때, 호날두는 열망을 이룰 수 있을 듯싶다. 물론, 이제 나이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나 마찬가지다. 실제 나타난 골 수확량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표징이다. 그렇지만, 비록 페이스는 떨어졌을지라도 꾸준히 골 감각을 유지하는 점은 가능성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활동 무대도 플러스 요인이다. 강호들이 득시글한 호랑이굴인 유럽을 떠나 비교적 토끼들이 뛰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에선, 보다 편안하게 날갯짓하며 골을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는 2026-2027시즌 후반부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곧, 3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노익장의 정열을 내뿜는 호날두가 그때까지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같은 추산은 900골을 쓸어 담는 데 걸린 시간을 바탕으로 나왔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CP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2002-2003시즌, 호날두는 제1호 작품을 내놓았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모레이렌스전(3-0 승)에서 첫 골을 선보였다. 2002년 10월 7일이었다. 그리고 약 21년 11개월이 흐른 2024년 9월 5일, 마침내 제900 골까지 쏘아 올렸다(표 참조). 모두 1,236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며 거둬들였다.
평균적으로, 100골씩을 넣는 데 걸린 기간은 2년 5개월여였다. 1골씩을 넣는 데 필요한 경기 수는 1.37이었다.
100골 단위로 봤을 때, 가장 짧은 시간에 도달한 이정표는 201~300호 골이었다. 1년 15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기 수도 세 자릿수가 필요하지 않았다(96). 반면 달성에 가장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이정표는 1~100호 골이었다. 무려 5년 166일이나 걸렸다. 또 경기 수도 301에 이르렀다.
확실히 600호 골을 넘어서면서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다. 300~600호 골까지는 2년을 넘지 않았으나, 700호 골부터 2년 이상이 소요됐다. 801~900호 골을 넣는 데엔, 2년 279일과 141경기가 필요했다. 100골 단위 페이스 가운데, 1~100호 골과 101~200호 골을 빼면 가장 오랜 시간과 많은 경기 수다.
“더는 부가가치가 없다면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날 것이다. 2024 유로 8강 프랑스전(승부차기 3-5 패)에서 패퇴했어도, 나의 사이클이 끝났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동기부여가 돼 자신을 다그칠 수 있었다.”
사상 최초로 네 자릿수 득점 고지에 오르겠다는 호날두는 야망을 감추지 않는다. 1,000골 등정으로 신기원을 이루겠다며 열정을 불사르는 호날두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임이 분명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