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수원=박건도 기자]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가 직접 공식 석상에 나서 입장을 밝혔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사 과정에서 중국 공안의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 가족 관련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10일 CFA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소속 당시 승부조작으로 불법 이익을 얻어 중국 축구 내 관련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부터 승부조작과 온라인 도박, 뇌물 수수 등 관련 용의자 128명을 체포했다. 손준호는 사건에 연루된 61인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5월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 도중 비국가공작인원 수뢰혐의로 연행된 손준호는 약 1년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약 10개월 뒤 석방된 손준호는 K리그1의 수원FC에 복귀해 핵심 선수로 뛰고 있다.
최순호(62) 수원FC 단장은 스타뉴스를 통해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당시 CFA와 대한축구협회(KFA)의 승인을 받았다"며 이적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6월 수원FC와 계약한 손준호는 국내 복귀 후 약 3개월 만에 직접 공식 입장문을 읽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손준호는 입장문을 읽다가 감정에 북받쳐 수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은 손준호의 입장문 전문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막상 오니까 긴장이 된다.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실이다. 진실만을 얘기하겠다.
응어리를 털 시간이 와서 홀가분하다. 긴 얘기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말씀드리겠다.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당황스러웠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 앞에서 체포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더 당황스러운 건 체포 이후였다. 공안이 본인 핸드폰으로 번역해서 '뇌물 수수혐의죄로 체포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무슨 말인지 싶었다.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결백하다고 얘기했다."
체포된 지 몇 시간이 지난 뒤 한국말이 어눌한 통역이 왔다. 죄를 지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결백하다고 했다. TV나 드라마를 통해 이런 상황을 봐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했다. 경찰 통역은 큰일이 아니라 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이유다.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로 나를 끌고 가더라. 구치소였다. 조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중국 공안이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너의 아내가 외교부를 통해 체포돼 초양 구치소로 같이 잡혀 와야 한다고 겁을 줬다.
핸드폰에 있는 아들과 딸을 사진을 보여주더니 '엄마가 없으면 아이들은 어떡하겠나'라고 질문하더라.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나. 그러니 빨리 인정을 하라'고 강요하더라. 공항에서 체포된 후 가족들이 한국에 갔는지, 중국에 남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더욱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공안이 제안하더라.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10일에서 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몇 번이고 되물었다. 너무 겁이 났다. 살면서 이런 적도 처음이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에도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3주 후 가족들이 한국에서 신청한 변호사와 첫 접견을 했다. 변호사는 내가 혐의를 인정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야 도와줄 수 있다더라. 앞에서 겪었던 모든 일을 얘기했다.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 데 왜 혐의를 인정했나. 진실을 번복하라'더라. 그 말을 듣고 제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족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
가족들도 한국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호소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중국 변호사는 '그러면 우리는 손준호의 변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편은 재판에 서야한다고도 했다더라. 외부에 얘기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나 대한축구협회(KFA)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다.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진술을 번복하니 중국은 강도 높은 조사를 다시 진행했다.
무혐의 주장을 하자 터무니없는 증거를 가져와 압박하더라. 중국 공안의 주장을 반박했다. 수개월 동안 단 몇 번의 조사밖에 받지 않았다. 수사 과정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지만, 공안은 음성 파일이 없다는 답을 했다.
그들(중국)이 당당하다면 음성 파일을 공개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저를 어떻게 조사했고, 자백을 받아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초기부터 압박 조사를 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조사도 무의미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수사 후 공안이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하더라.
재판이 있기 전 판사가 따로 부르더라. 중국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판사가 대화하더라. '너는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뭐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작은 죄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도 했다.
생각에 잠겨 구치소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변호사를 통해 아내의 의견을 묻고 변호사의 의견도 들었다. 며칠 후 그 판사, 고위 간부와 대화를 했다.
판사는 20만 위안(약 3760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축구 선수로 다시 뛸 수 있게끔 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 축구선수로서 승부조작 교육을 많이 받았다. 치명적이라는 걸 알았다.
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 경기 승리 시 실제 보너스가 16만 위안(약 3000만 원)이었다. 때문에 20만 위안을 받았다고 하면 승부조작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10개월 넘게 좁은 방에서 20명 넘는 사람과 함께했다. 고된 환경에서 홀로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철조망 같은 창문을 바라봤다.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생활했다. 심신이 모두 지쳤다.
하루라도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다. 판사와 그 고위간부는 '이 일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 큰 문제를 삼아 축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석방되어 한국으로 왔다. KFA를 통해 ITC를 신청했다. 예상외로 빠르게 발급이 됐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되어 기뻤다. 지금껏 대응하지 않았고, 못했던 얘기들이다. 이제라도 얘기해 마음이 홀가분하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사실만을 얘기 드린다.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움을 주셨으면 하다.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수원=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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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사진=박건도 기자 |
손준호. /사진=뉴스1 |
손준호는 11일 오후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사 과정에서 중국 공안의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 가족 관련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10일 CFA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소속 당시 승부조작으로 불법 이익을 얻어 중국 축구 내 관련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부터 승부조작과 온라인 도박, 뇌물 수수 등 관련 용의자 128명을 체포했다. 손준호는 사건에 연루된 61인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5월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 도중 비국가공작인원 수뢰혐의로 연행된 손준호는 약 1년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약 10개월 뒤 석방된 손준호는 K리그1의 수원FC에 복귀해 핵심 선수로 뛰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시절 손준호의 모습. /사진=KFA 제공 |
지난 6월 수원FC와 계약한 손준호는 국내 복귀 후 약 3개월 만에 직접 공식 입장문을 읽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손준호는 입장문을 읽다가 감정에 북받쳐 수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손준호(왼쪽)가 김은중(오른쪽) 수원FC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막상 오니까 긴장이 된다.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실이다. 진실만을 얘기하겠다.
응어리를 털 시간이 와서 홀가분하다. 긴 얘기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말씀드리겠다.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당황스러웠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 앞에서 체포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더 당황스러운 건 체포 이후였다. 공안이 본인 핸드폰으로 번역해서 '뇌물 수수혐의죄로 체포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무슨 말인지 싶었다.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결백하다고 얘기했다."
체포된 지 몇 시간이 지난 뒤 한국말이 어눌한 통역이 왔다. 죄를 지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결백하다고 했다. TV나 드라마를 통해 이런 상황을 봐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했다. 경찰 통역은 큰일이 아니라 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이유다.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로 나를 끌고 가더라. 구치소였다. 조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중국 공안이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너의 아내가 외교부를 통해 체포돼 초양 구치소로 같이 잡혀 와야 한다고 겁을 줬다.
핸드폰에 있는 아들과 딸을 사진을 보여주더니 '엄마가 없으면 아이들은 어떡하겠나'라고 질문하더라.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나. 그러니 빨리 인정을 하라'고 강요하더라. 공항에서 체포된 후 가족들이 한국에 갔는지, 중국에 남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더욱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공안이 제안하더라.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10일에서 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몇 번이고 되물었다. 너무 겁이 났다. 살면서 이런 적도 처음이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에도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트 세리머니하는 손준호(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 데 왜 혐의를 인정했나. 진실을 번복하라'더라. 그 말을 듣고 제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족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
가족들도 한국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호소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중국 변호사는 '그러면 우리는 손준호의 변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편은 재판에 서야한다고도 했다더라. 외부에 얘기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나 대한축구협회(KFA)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다.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진술을 번복하니 중국은 강도 높은 조사를 다시 진행했다.
무혐의 주장을 하자 터무니없는 증거를 가져와 압박하더라. 중국 공안의 주장을 반박했다. 수개월 동안 단 몇 번의 조사밖에 받지 않았다. 수사 과정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지만, 공안은 음성 파일이 없다는 답을 했다.
그들(중국)이 당당하다면 음성 파일을 공개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저를 어떻게 조사했고, 자백을 받아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초기부터 압박 조사를 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조사도 무의미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수사 후 공안이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하더라.
손준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생각에 잠겨 구치소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변호사를 통해 아내의 의견을 묻고 변호사의 의견도 들었다. 며칠 후 그 판사, 고위 간부와 대화를 했다.
판사는 20만 위안(약 3760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축구 선수로 다시 뛸 수 있게끔 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 축구선수로서 승부조작 교육을 많이 받았다. 치명적이라는 걸 알았다.
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 경기 승리 시 실제 보너스가 16만 위안(약 3000만 원)이었다. 때문에 20만 위안을 받았다고 하면 승부조작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10개월 넘게 좁은 방에서 20명 넘는 사람과 함께했다. 고된 환경에서 홀로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철조망 같은 창문을 바라봤다.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생활했다. 심신이 모두 지쳤다.
하루라도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다. 판사와 그 고위간부는 '이 일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 큰 문제를 삼아 축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석방되어 한국으로 왔다. KFA를 통해 ITC를 신청했다. 예상외로 빠르게 발급이 됐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되어 기뻤다. 지금껏 대응하지 않았고, 못했던 얘기들이다. 이제라도 얘기해 마음이 홀가분하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사실만을 얘기 드린다. 축구계에서도 저를 믿고 도움을 주셨으면 하다.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수원=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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