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양민혁→?' 김병지 대표 ''이제 강원 47번은 '영 에이스' 상징, 최소 몸값 15억 선수 매년 만들겠다'' [★인터뷰]
입력 : 2024.09.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춘천=이원희 기자]
춘천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병지 강원 대표. /사진=이원희 기자
춘천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병지 강원 대표. /사진=이원희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에서 '47번'은 특별한 등번호가 됐다. 강원을 넘어 '리그 대표' 영플레이어를 상징하는 번호로 자리 잡았다. 지난 해 양현준(22)이 47번을 달고 K리그를 누빈 뒤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했고, 올해 K리그 최고 스타 양민혁(18)의 등번호도 47번이다. 양민혁은 '캡틴' 손흥민(32)이 뛰는 잉글랜드 토트넘 이적을 확정지었다. 올해까지 강원에서 활약한 뒤 내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한다.

김병지 강원 대표는 지난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제 47번은 영플레이어 에이스의 번호이다. 무조건 22세 이하(U-22)이면서 유니폼도 1000장 이상 팔 수 있는 그런 선수에게 번호를 줄 것이다. 최소 몸값 100만 유로(약 15억 원)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47번을 그냥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전지훈련 마지막까지 번호를 비워 놓았다가 경쟁력 있는 선수에게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런 선수를 만드는 게 저와 윤정환(51) 감독 등 우리의 역할이다. 앞으로 (47번을 달 수 있는 선수를) 매년 만들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양민혁의 특급 활약은 김병지 대표에게도 특별한 일이다. 김병지 대표의 추천으로 양민혁이 K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윤정환 감독도 김병지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지훈련 명단에 양민혁을 포함시켰고, 양민혁은 뛰어난 퍼포먼스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것이 K리그 활약과 토트넘 이적으로 이어졌다.

김병지 대표는 "제가 콜업하지 않았다면 양민혁은 지금 고등학생이었을 것이다. 제가 '정말 좋은 선수이니까 체크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윤정환 감독이 전지훈련에 데리고 갔다. 다행히 양민혁이 잘 됐다"면서 "윤정환 감독에게도 너무 고맙다. 제가 얘기하더라도 윤정환 감독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선수단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정환 감독이 제 얘기에 공감을 해주고 체크를 해줬다. 그 이후에는 양민혁이 스스로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양민혁(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양민혁(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양민혁에 대해선 "저는 포지션이 골키퍼였다. 공격수를 평가할 때 골키퍼를 괴롭히는 선수가 싫으면서도 가장 무섭다. 양민혁은 그런 모습들을 가진 선수다. 드리블 능력과 파괴력이 있고 탈압박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주는 선수, 그래서 위협적이다. 올해 양민혁이 8골 5도움을 올렸는데 고3의 기록이면 어마어마한 것이다. 고3 중에 이런 선수가 어디 있느냐. 양민혁 선수의 무게이고 성장 가능성이다. 그걸 제가 먼저 발견한 것 같다"고 허허 웃었다.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에는 강원 구단과 김병지 대표의 배려도 숨어 있었다. 김병지 대표는 협상 내내 구단의 이익이 아닌 양민혁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내세웠다. 김병지 대표는 "우리 입장에선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민혁이 가고 싶은 구단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 구단이 토트넘이었다. 사실 마지막까지도 다른 팀들의 오퍼가 있었다. 양민혁의 토트넘 협상이 99%까지 갔는데도 타 구단의 제의가 있었다. 계약 이틀 전만 해도 방향을 틀었다면 틀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양민혁에게 선택권을 모두 맡겼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강원은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양민혁의 발견은 물론이고, 팀 전체적으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 시즌 강원은 15승6무9패(승점 51)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울산HD에 패해 선두 자리를 내줬으나, 여전히 구단 첫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해 힘겨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K리그1에 잔류했던 것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성장이다.

춘천에서 만난 김병지 대표. /사진=이원희 기자
춘천에서 만난 김병지 대표. /사진=이원희 기자
김병지 대표는 "올해 우승이 가능한 팀은 6개 정도다. 각 팀마다 최소 15~16% 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있는 건데, 현실적으로는 울산이 우리보다 확률이 더 높다. 울산의 스쿼드 퀄리티가 더 좋다. 그래도 울산의 우승 확률이 40%라면, 강원은 3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꿈은 여전히 '~ing'다. 김병지 대표는 "앞으로 상대팀이 찬 공은 골대를 맞고 나오고, 우리가 찬 공은 골대를 맞고 들어가면 우승할 수 있다.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병지 대표는 "주위에선 우승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해주고들 계시지만, 저와 윤정환 감독은 우승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선수단이 먼저 '우승하면 뭐 해줄 거냐'고 제게 얘기한다. '우승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할 수 있다. 지금 너무 좋다'고 대답한다"며 "그만큼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으니까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우리의 목표는 강등권 탈출이었고, 가장 큰 목표가 상위 스플릿이었다. 그런데 이를 모두 이뤄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선수단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믿음을 보냈다.

강원 돌풍의 또 다른 힘이라면 단연 강원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다. 지난 7월 열린 25라운드 전북 현대와 홈경기에서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최다인 1만 2272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6월 18라운드 김천 상무전 홈 관중 1만 1578명을 시작으로 홈 4경기 연속 1만 관중 기록을 찍기도 했다. 지난 2022시즌 강원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2165명이었는데, 올해에는 강원 원정 관중이 이보다 더 많을 정도다. 지난 달 열린 FC서울 원정에서도 강원을 응원하기 위해 약 4000명의 원정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김병지 대표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만약 강원이 우승한다면 그에 맞는 이벤트를 멋지게 한 번 해보겠다. 상상초월의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강원FC 팬들과 이벤트를 함께 한 김병지 대표(가운데). /사진=강원FC 제공
강원FC 팬들과 이벤트를 함께 한 김병지 대표(가운데). /사진=강원FC 제공



춘천=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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