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4번 시드의 악마’…잠시 안녕 고하는 ’데프트’ 김혁규
입력 : 2024.09.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종로, 고용준 기자] “이대로 모든 걸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아요. 군대를 다녀온 뒤 다시 도전하겠다”

지난 3년간 4번 시드를 움켜쥐며 이어왔던 ‘4번 시드의 악마’는 아쉽지만 작별인사를 고했다. 하지만 ‘중꺾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의 e스포츠 프로 선수의 인생은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가슴 한 구석이 아렸지만, 누구보다 강했던 그 이기에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데프트’ 김혁규가 2024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팬들에게 잠시 안녕을 고했다.

KT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LCK 대표 선발전 4번 시드 결정전 T1과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서머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최하위까지 밀려나기도 했지만, 다시 달리면서 눈 앞까지 다가웠던 롤드컵 진출 티켓을 놓치는 안타까운 결과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3년부터 e스포츠 프로 선수로 12년간 쉼없이 달려온 베테랑 ‘데프트’ 김혁규의 현역 활동도 일단락됐다. 1996년생으로 만 28세가 가까워지고 있는 김혁규는 더 이상 병역을 미룰 수 없어 2024시즌이 끝나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데프트’ 김혁규는 지난 2013년 삼성 블루 소속으로 LOL e스포츠에 데뷔해 LCK LPL을 거치면서 활동하며 최고의 원거리 딜러 자리에 오른 살아있는 전설이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꿈에 그리던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면서 LCK, LPL과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롤드컵의 모든 트로피를 품에 안으면서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신드롬을 e스포츠 뿐만 사회 전역에서 화제가 되게 했다.

지난 해 디플러스 기아에서 롤드컵에 나섰던 그는 1년 더 현역 의지를 다지면서 도전을 이었지만, 최후의 관문이었던 T1에 막히면서 아쉽게 2024시즌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김혁규는 “상대보다 더 결국 못해서 졌지만 너무 아쉽다. 롤드컵까지 가서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마무리 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담담하게 4번시드 결정전 소회를 전했다.

경기 패인에 대해 그는 “패치 버전이 오래되다 보니 블루 사이드가 확실히 밴픽적으로 이점이 많다. 그래도 퍼플쪽에서 저지를 하는 상황에서 1, 3세트 다 실패했고, 이제 5세트에서 더 나은 방향성을 가지고 임했지만, 익숙지 않은 구도에서 팀적인 숙련도가 상대가 앞서 있어 패한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탑 요네를 하는 선수가 ‘제우스’ 최우제 선수 밖에 없기도 하고 밴픽 데이터를 많이 얻기가 어려운 매치업이어도 상대를 예측했지만 팀적으로 급해지면서 우리가 원하는 기대값은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쉼없이 달려온 그였지만, 2024시즌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서머 1라운드 초반 거듭된 패배로 최하위까지 떨어졌고, 2라운드에서도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7위까지 순위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김혁규는 파란만장했던 2024시즌을 돌아보면서 같이 달려온 동료들과 강동훈 감독, 코치진, 뜨겁게 성원을 한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선수단 전체가 다들 정말 많이 고생했다.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서도 우리를 응원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이 고생들을 롤드컵 진출로 보상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크고, 죄송스럽다.”

군 입대를 앞두고 지난 12년간의 현역 생활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여러 팀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마냥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생각했던 이상적인 프로 e스포츠 선수의 모습을 상상했고, 그렇게 되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아, 그 점은 나 스스로에게 대견한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덧붙여 김혁규는 “아직 한참 뒤의 이야기지만 군 복무 이후 이대로 이번 패배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에는 많이 아쉬울 것 같아, 도전을 해보지 않을까 한다”며 현역 연장의 의지를 내비췄다.

그는 마지막 인사에서도 역시 ‘데프트’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팀의 맏형 답게 후배들을 챙기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경기를 이기고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결과가 아쉽게 나왔고, 저는 내년에 없겠지만 팀원들은 계속 선수를 할 것이다.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도 선수들이 오늘 결과를 가지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팬 분들께는 한 해 동안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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