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뉴욕 양키스 에이스이자 '4300억 사나이' 게릿 콜(34)이 위상과 몸값에 어울리지 않은 쫄보(겁쟁이) 같은 피칭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비난을 각오한 전략이었지만, 결과도 최악이었다.
콜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4⅓이닝 5피안타 6사사구(3볼넷 3몸에 맞는 볼) 2탈삼진 7실점으로 시즌 5패(6승)를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는 에이스 콜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86승 63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2.5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경기 분위기가 보스턴으로 넘어간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양키스가 1-0으로 앞선 4회 초 1사에서 콜은 라파엘 디버스에게 단 1구도 던지지 않고 곧장 고의4구로 내보냈다. 디버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손가락 네 개를 폈고 1루로 가라는 수신호를 했다. 디버스조차 예상하지 못했는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콜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주심을 바라본 뒤 방망이를 던지고 1루로 향했다.
이유는 디버스가 콜에게 매우 강한 천적이기 때문이었다. 디버스는 이 경기 전까지 콜에게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8홈런 18타점, 장타율 0.974 OPS(출루율+장타율) 1.370으로 매우 강했다. 특히 콜을 상대로 한 8홈런은 2위권(4홈런)과도 2배 차이 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양키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라틴계 타자가 가장 까다로웠냐"는 질문에 콜은 "라파엘 디버스"라고 주저 없이 답할 정도였다.
디버스가 천적임을 감안해도 이 결정은 미국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뉴욕 지역지 '뉴욕 포스트'는 "이상한 고의4구(a strange intentional walk)"라고 표현하면서 "결정은 충격적이었고, 그 여파는 더 컸다(The decision was stunning. The aftermath was more so.)"고 말했다.
이번 고의사구가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시점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굳이 고의4구까지 낼 이유가 없었다. 양키스는 이미 보스턴전 2연승을 포함해 3연승으로 기세가 좋은 팀이었다. 콜 역시 이 경기에서 1회 초 디버스를 맞힌 것을 제외하면 3⅓이닝 동안 노히트였다. 디버스를 맞히고 나서도 타일러 오닐을 병살타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고 3회 말에는 득점 지원까지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고의4구라 더욱 이해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프리패스(고의4구) 타이밍이 정말 이상했던 건 그가 첫 3이닝에서 주자 한 명(디버스)만 허용했기 때문"이라면서 "YES 네트워크(양키스 산하 방송국)가 기록한 가장 이른 시점의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고의4구였다. 종전 기록은 1930년 알 시몬스, 1970년 프랭크 하워드의 6회 고의4구였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콜은 3억 2400만 달러(약 4315억 원) 계약으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계약 이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선발 투수였다. 그와 동시에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그런 에이스가 하필 홈 팬들 앞에서 라이벌 보스턴의 중심 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
결과도 최악이었다. 고의4구 후 1루로 출루한 디버스는 곧장 2루를 훔쳤다. 여기서 흔들린 콜은 타일러 오닐에게 볼넷을 내줬고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아 1-1 동점을 허용했다. 뒤이은 윌리어 아브레우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트리스탄 카사스를 병살타로 돌려세웠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회 초에는 트레버 스토리에게 우전 안타에 이은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대니 잰슨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자렌 듀란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콜과 디버스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이번에는 디버스와 제대로 마주했으나, 콜은 2구 만에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러자 현지 중계 해설진에게서 "콜은 정말 디버스에게 꼼짝도 못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콜은 오닐을 맞히고 마사타카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또 한 번 허용하면서 무려 7실점을 하고 팀 메이자와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콜은 "팀은 얇은 불펜을 우려하고 있었고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길 바랐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키스는 디버스가 계속해서 공을 쫓는 것보다 고의4구로 내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는 것.
애런 분 양키스 감독도 일부 상황에서는 고의4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경기 후 분 감독은 "우리가 (3회) 득점했을 때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가자'고 했을 것이다. 콜은 약간 우유부단했고 경기가 (좋지 않게) 흘러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콜도 "분명히 실수가 맞다"고 변명은 하지 않았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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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 /AFPBBNews=뉴스1 |
콜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4⅓이닝 5피안타 6사사구(3볼넷 3몸에 맞는 볼) 2탈삼진 7실점으로 시즌 5패(6승)를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는 에이스 콜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86승 63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2.5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경기 분위기가 보스턴으로 넘어간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양키스가 1-0으로 앞선 4회 초 1사에서 콜은 라파엘 디버스에게 단 1구도 던지지 않고 곧장 고의4구로 내보냈다. 디버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손가락 네 개를 폈고 1루로 가라는 수신호를 했다. 디버스조차 예상하지 못했는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콜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주심을 바라본 뒤 방망이를 던지고 1루로 향했다.
이유는 디버스가 콜에게 매우 강한 천적이기 때문이었다. 디버스는 이 경기 전까지 콜에게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8홈런 18타점, 장타율 0.974 OPS(출루율+장타율) 1.370으로 매우 강했다. 특히 콜을 상대로 한 8홈런은 2위권(4홈런)과도 2배 차이 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양키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라틴계 타자가 가장 까다로웠냐"는 질문에 콜은 "라파엘 디버스"라고 주저 없이 답할 정도였다.
과거 게릿 콜(왼쪽)이 라파엘 디버스에게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디버스가 천적임을 감안해도 이 결정은 미국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뉴욕 지역지 '뉴욕 포스트'는 "이상한 고의4구(a strange intentional walk)"라고 표현하면서 "결정은 충격적이었고, 그 여파는 더 컸다(The decision was stunning. The aftermath was more so.)"고 말했다.
이번 고의사구가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시점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굳이 고의4구까지 낼 이유가 없었다. 양키스는 이미 보스턴전 2연승을 포함해 3연승으로 기세가 좋은 팀이었다. 콜 역시 이 경기에서 1회 초 디버스를 맞힌 것을 제외하면 3⅓이닝 동안 노히트였다. 디버스를 맞히고 나서도 타일러 오닐을 병살타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고 3회 말에는 득점 지원까지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고의4구라 더욱 이해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프리패스(고의4구) 타이밍이 정말 이상했던 건 그가 첫 3이닝에서 주자 한 명(디버스)만 허용했기 때문"이라면서 "YES 네트워크(양키스 산하 방송국)가 기록한 가장 이른 시점의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고의4구였다. 종전 기록은 1930년 알 시몬스, 1970년 프랭크 하워드의 6회 고의4구였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콜은 3억 2400만 달러(약 4315억 원) 계약으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계약 이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선발 투수였다. 그와 동시에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그런 에이스가 하필 홈 팬들 앞에서 라이벌 보스턴의 중심 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
라파엘 디버스가 15일(한국시간) 2024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방문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결과도 최악이었다. 고의4구 후 1루로 출루한 디버스는 곧장 2루를 훔쳤다. 여기서 흔들린 콜은 타일러 오닐에게 볼넷을 내줬고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아 1-1 동점을 허용했다. 뒤이은 윌리어 아브레우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트리스탄 카사스를 병살타로 돌려세웠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회 초에는 트레버 스토리에게 우전 안타에 이은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대니 잰슨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자렌 듀란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콜과 디버스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이번에는 디버스와 제대로 마주했으나, 콜은 2구 만에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러자 현지 중계 해설진에게서 "콜은 정말 디버스에게 꼼짝도 못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콜은 오닐을 맞히고 마사타카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또 한 번 허용하면서 무려 7실점을 하고 팀 메이자와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콜은 "팀은 얇은 불펜을 우려하고 있었고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길 바랐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키스는 디버스가 계속해서 공을 쫓는 것보다 고의4구로 내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는 것.
애런 분 양키스 감독도 일부 상황에서는 고의4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경기 후 분 감독은 "우리가 (3회) 득점했을 때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가자'고 했을 것이다. 콜은 약간 우유부단했고 경기가 (좋지 않게) 흘러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콜도 "분명히 실수가 맞다"고 변명은 하지 않았다.
게릿 콜. /AFPBBNews=뉴스1 |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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