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손준호(32)의 유린당한 인권과 명예는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손준호는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중국축구협회(CFA)는 10일 공문을 통해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며 징계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총 61명을 처벌했는데 그 중 손준호를 포함해 43명은 수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축구관련 활동 영구금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K리그에서 뛸 길도 막히고 있다. CFA는 11일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FIFA가 손준호를 징계한다면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선수로 뛸 수 없어 강제로 은퇴를 해야 한다.

소속팀 수원FC도 결국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했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손준호 선수의 계약 해지 요청에 따라 구단도 이를 받아들여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였다”고 13일 발표했다.

FIFA의 징계가 확정되면 손준호 측은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인 대응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징계를 뒤집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손준호가 축구선수에서 은퇴하게 되더라도 중국에서 당한 인권유린과 거짓 자백으로 인한 유죄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손준호는 구치소에서 판사와 공안에게 거짓으로 죄를 인정할 경우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손준호는 “공안이 핸드폰 속에 제 딸과 아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했다. 엄마까지 여기(구치소)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고 했다. (눈물) 빨리 (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했다.

손준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더구나 중국 공안은 수사초기 손준호에게 제대로 된 통역과 변호사를 붙여주지 않았다.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은 손준호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가족이 보고 싶은 마음에 없는 죄를 인정하게 된 계기였다. 손준호가 초반에 혐의를 인정했고 이후 구금 3주 만에 변호사를 접견했다. 하지만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감금생활 중 손준호는 정부나 대한축구협회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손준호는 “구치소에서 한 달에 한 두 번 영사를 만났지만 건강체크와 구치소 생활이 괜찮은지 정도 대화였다. 축구협회 관계자가 찾아왔지만 아예 만나지 못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현지에서 강압수사와 인권유린에 대해 영사에게 호소했지만 실질적으로 취해진 조치가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중국에서 인권유린을 당했지만 정부차원에서 제대로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의 외교력과 협상능력에도 문제가 많았다.

결국 손준호는 재판에서 뇌물수수죄를 인정하고 풀려났다. 그런데 중국축구협회가 승부조작혐의까지 덧씌우고 있다. 손준호가 이를 뒤집으려면 다시 중국으로 가서 항소를 해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다시 재판에 가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국공안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순수히 내놓을 리도 없다. 

설상가상 손준호는 재판에서 “항소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겪은 일에 트라우마가 있는 손준호는 “다시 중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국 이미 인정한 유죄를 뒤집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손준호 개인의 능력으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차원에서 나서 손준호의 인권유린 사건을 외교문제로 다뤄야 한다. 손준호의 축구선수 생명은 살리지 못해도 대한민국 국민 손준호에 대한 명예는 지켜져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