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못 던지면 진짜 일본인으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을야구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곽빈(25·두산 베어스)에게도 한일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1년 사이에 폭풍성장해 토종 다승왕 자리까지 올랐다. 이젠 두산의 또 다른 '미라클'을 위해 앞장선다.
곽빈은 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공동 5위로 시즌을 마친 KT 위즈와 SSG 랜더스가 이날 순위 결정전에 치른 뒤에야 최종 상대가 결정되지만 두산은 일찌감치 곽빈을 1선발로 낙점했다. 그만큼 두산이 확실히 믿고 맡길만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곽빈은 수술 등으로 인해 2021년에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지난해 커리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팀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그는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할 정도로 성장했고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 무려 167⅔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ERA)은 4.24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원태인(삼성)과 함께 토종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2017년 양현종(20승)이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공동 다승왕에 오른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가 다승왕을 장식한 건 무려 12년 전 장원삼(당시 삼성·17승) 이후 처음이다.
곽빈은 WC 무대가 낯설지 않다. 2021년엔 4선발 수준이었으나 외국인 선수들의 줄 이탈과 최원준이 시즌 막판 경기를 소화해 선발로 나섰다. 키움을 상대로 4⅔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펼쳤고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향하는 '가을의 기적'을 쓸 수 있는데 발판을 놨다.
2022년 9위로 추락했던 두산은 지난해 5위로 가을야구에 나섰는데 이번에도 곽빈이 중책을 맡았다. 로테이션상도 맞아떨어졌지만 실력적으로도 전혀 부족할 게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번엔 3⅔이닝 동안 피홈런 2개 포함 4안타 3볼넷을 허용하고 5실점하며 무너졌다. 결국 두산은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곽빈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전혀 없다. 이승엽 감독은 "한 경기를 내주면 1승 1패지만 저희가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은 곽빈 선수가 긴 이닝보다는 강력한 퍼포먼스로 상대를 압도하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에서 올해 가장 승리를 많이 한 투수이기 때문에 곽빈 선수가 누가 올라오든 좋은 피칭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준비는 모든 선수들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깨가 무거운 상황. 곽빈은 "90%는 재밌을 것 같고 10%는 약간 걱정이 있다. 1차전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다"며 "야구 결과는 모르는 것이다. 그때(1차전의) 저에게 맡기려고 한다. '그냥 나 하나 믿고 해보자'는 느낌으로 던지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두 차례 경험이 있음에도 과거와 달리 더 커져버린 책임감 때문인지 긴장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곽빈은 "사실은 빨리 10월 2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빨리 끝내버리고 하루하루 쫄리는 마음을 버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고도 맹활약했던 곽빈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갑작스런 담 증상을 호소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선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와 비교해 언제가 더 떨리냐는 질문에 그는 "일본전이 가장 쫄린다. 그때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못 던져서 '여기서도 못 던지면 일본인으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긴장을 엄청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긴장되고 어깨가 무거웠지만 담담히 제 역할을 해냈다. 결과는 뼈아픈 연장 끝 패배였지만 곽빈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엄청난 긴장과 부담감을 딛고 심기일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마인드컨트롤이었다. 곽빈은 "긴장할 때 '빨리 내 템포를 찾자'라고 생각한다. 투수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그 템포를 스스로 찾자고 생각하고 던졌다. 경기에 이끌려가지 말고 내가 내 템포를 만들어서 경기를 만들어가자고 느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기에 지난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스스로도 "30경기를 던져본 게 처음이다. 몸 관리의 중요성이라든가 안 될 때 극복 방법을 많이 알게 된 시즌이었다"며 "아쉬움도 있었지만 올 시즌 초에 목표로 잡았던 걸 다 성공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가을야구에선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점수를 안 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많은 이닝을 던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거의 단판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점수를 안 주는 데 가장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가을야구 첫 경기 선발로 나서는 각오를 나타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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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가을야구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곽빈(25·두산 베어스)에게도 한일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1년 사이에 폭풍성장해 토종 다승왕 자리까지 올랐다. 이젠 두산의 또 다른 '미라클'을 위해 앞장선다.
곽빈은 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공동 5위로 시즌을 마친 KT 위즈와 SSG 랜더스가 이날 순위 결정전에 치른 뒤에야 최종 상대가 결정되지만 두산은 일찌감치 곽빈을 1선발로 낙점했다. 그만큼 두산이 확실히 믿고 맡길만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곽빈은 수술 등으로 인해 2021년에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지난해 커리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팀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그는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할 정도로 성장했고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 무려 167⅔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ERA)은 4.24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원태인(삼성)과 함께 토종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2017년 양현종(20승)이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공동 다승왕에 오른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가 다승왕을 장식한 건 무려 12년 전 장원삼(당시 삼성·17승) 이후 처음이다.
두산 곽빈이 30일 잠실구장에서 팀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2022년 9위로 추락했던 두산은 지난해 5위로 가을야구에 나섰는데 이번에도 곽빈이 중책을 맡았다. 로테이션상도 맞아떨어졌지만 실력적으로도 전혀 부족할 게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번엔 3⅔이닝 동안 피홈런 2개 포함 4안타 3볼넷을 허용하고 5실점하며 무너졌다. 결국 두산은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곽빈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전혀 없다. 이승엽 감독은 "한 경기를 내주면 1승 1패지만 저희가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은 곽빈 선수가 긴 이닝보다는 강력한 퍼포먼스로 상대를 압도하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에서 올해 가장 승리를 많이 한 투수이기 때문에 곽빈 선수가 누가 올라오든 좋은 피칭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준비는 모든 선수들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깨가 무거운 상황. 곽빈은 "90%는 재밌을 것 같고 10%는 약간 걱정이 있다. 1차전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다"며 "야구 결과는 모르는 것이다. 그때(1차전의) 저에게 맡기려고 한다. '그냥 나 하나 믿고 해보자'는 느낌으로 던지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삼진을 잡고 포효하는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고도 맹활약했던 곽빈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갑작스런 담 증상을 호소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선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와 비교해 언제가 더 떨리냐는 질문에 그는 "일본전이 가장 쫄린다. 그때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못 던져서 '여기서도 못 던지면 일본인으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긴장을 엄청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긴장되고 어깨가 무거웠지만 담담히 제 역할을 해냈다. 결과는 뼈아픈 연장 끝 패배였지만 곽빈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엄청난 긴장과 부담감을 딛고 심기일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마인드컨트롤이었다. 곽빈은 "긴장할 때 '빨리 내 템포를 찾자'라고 생각한다. 투수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그 템포를 스스로 찾자고 생각하고 던졌다. 경기에 이끌려가지 말고 내가 내 템포를 만들어서 경기를 만들어가자고 느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기에 지난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스스로도 "30경기를 던져본 게 처음이다. 몸 관리의 중요성이라든가 안 될 때 극복 방법을 많이 알게 된 시즌이었다"며 "아쉬움도 있었지만 올 시즌 초에 목표로 잡았던 걸 다 성공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가을야구에선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점수를 안 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많은 이닝을 던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거의 단판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점수를 안 주는 데 가장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가을야구 첫 경기 선발로 나서는 각오를 나타냈다.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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