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이 한 기자의 전술 질문에 분노했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3일(이하 한국시간) "엔리케는 아스날 원정에서 패배한 뒤 전술적 질문에 답하길 거부했다"라고 보도했다.
PSG는 2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2라운드에서 아스날에 0-2로 패했다. 1차전서 지로나를 1-0으로 꺾었던 PSG는 1승 1패가 됐다.
그야말로 완패였다. 엔리케 감독은 다시 한번 이강인을 '가짜 9번'으로 기용하며 제로톱 전술을 꺼내 들었다.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데지레 두에가 양 날개를 맡았고, 주앙 네베스-비티냐-워렌 자이르에메리가 중원을 꾸렸다.
PSG는 좀처럼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전반 20분 카이 하베르츠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하베르츠는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올려준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두 번째 골도 아스날의 몫이었다. 아스날은 전반 35분 프리킥 기회에서 부카요 사카가 찬 공이 그대로 PSG 수비를 지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PSG는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반격을 꿈꿨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나마 이강인이 후반전 랑달 콜로 무아니의 투입으로 우측 윙어로 역할을 바꾼 뒤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 20분 이강인의 코너킥에 이은 네베스의 슈팅은 골대를 때렸고, 후반 22분 이강인의 강력한 무회전 슈팅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경기는 PSG의 0-2 패배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징계 차원에서 명단 제외를 결정한 우스만 뎀벨레 이야기가 나오자 답변을 거부했고, 뒤이어 전술에 관한 추가 질문이 나오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엔리케 감독은 "아니다. 전술을 설명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차갑게 말했다. 또한 그는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걸 설명할 생각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덧붙였다. 이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화제를 일으켰다.
RMC 스포츠는 "PSG 구단 내부에서는 엔리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프랑스 언론의 특정 입장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여긴다"라며 "특히 엔리케는 바르콜라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후회하고 있다. 프랑스 미디어는 바르콜라를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추켜올린 뒤 한 경기 실수하면 바로 파괴해 버린다"라고 전했다.
엔리케 감독과 프랑스 언론의 갈등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RMC 스포츠에 따르면 여러 기자들이 "참을 수 없다", "정말 거만하다"라며 엔리케 감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술 관련 질문을 던졌던 마고 뒤몽 기자는 상황을 진정시키고자 "안타깝다. 난 전술이 마음에 든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한편 엔리케 감독은 이전부터 미디어와 소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심지어 그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기자회견을 피할 수 있다면 연봉의 절반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엔리케 감독은 지난 렌전을 앞두고 "난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언론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난 기자회견을 짧게 끝내 본 적이 없고, 할 말을 한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때론 다른 언어로 말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당장 연봉의 25%, 50%를 포기하는 대가로 더 이상 언론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건네준다면 난 서명할 것이다. 하지만 클럽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감독의 발언 의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라고 깜짝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엔리케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인터뷰를) 즐기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경기 후 에너지가 없을 때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 난 여러분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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