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엔젤스 인 아메리카' 유승호가 기립박수를 받고 눈물을 흘린 경험담을 털어놨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 주연배우 유승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폐막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 연극이다.
유승호는 루이스(이태빈·정경훈 분)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의 성소수자 프라이어 월터로 분해 열연했다. 드랙 퀸(여장 남자)으로 살아왔으나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는 캐릭터로 데뷔 이래 최고의 파격적인 외형과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불치병에 걸린 인물과 작품을 위해 체중을 8kg 이상 감량했고, 연습 단계부터 손톱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하며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프라이어에 녹아들었다. 드랙 아티스트. 시한부 등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2000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유승호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하다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라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유승호는 예전부터 연극 섭외가 많았지만, 출연하지 못했다며 "내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기도 해서 도전하지 못했다"며 "근데 시간이 지나고 30대에 진입하면서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 싶었다. 겁이 나지만 한 번쯤 부딪혀야 한다면 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기더라. 그래서 시작했다"며 출연 계기를 언급했다.
NG가 허용되지 않는 무대에 서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은 유승호는 "보통 '텐투텐'이라고 하시던데, 오전 10시에 모여서 밤 10시에 연습이 끝난다. 더블캐스팅된 배우님도 계셨는데, 똑같은 인물이라도 표현하는 감정이 조금식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손호준 배우를 보면서 조금씩 따라하기도 했다. 더블 배우들끼리 모여서 한 얘기도 많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다른 작품들보다 유독 더 전우애를 느꼈다. 그런 정이 생긴 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손호준 형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는데 엄청 떠시더라.(웃음) 형한테 '같이 잘 이겨냅시다' 그랬다. 그래도 나보단 확실히 무대 위에서 능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와 똑같이 긴장을 하지만, 무대를 경험한 자와 하지 않은 자의 차이가 있었다. 서로 의지하면서 공연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30회 공연 중 '기립박수' 받은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딱 한 번 받아봤다. '선배님이 네가 박수를 받으면 그때 기분 좋을거야' 그러시더라. 기립박수를 받고 두 달이란 시간을 보상받는다는 기분이었다. 커튼콜하고 울기도 했다. 이상한 감정이 들더라. 그런 경험도 처음이었다"며 "끝나고 팬분들한테 인사 드릴 때도 '오늘은 이게 좋았다, 저게 좋았다'고 해주시는데 감사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유승호는 "무대에서 연기할 때 사실 안 본 척 하지만, 관객분들이 다 보인다. 반응이 좋았을 때 사실 내 기분도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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