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광주=김동윤 기자]
왜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이 대투수라 불리는지 느낄 수 있는 관록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 양현종이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에서 또 한 번 승리로 이끌었다.
양현종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KIA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앞서 열린 1차전 5-1 승리에 이어 하루에 2승을 챙긴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90%를 확보했다. 그동안 한국시리즈 1, 2차전에 승리한 20개 팀 중 18개 팀이 왕좌에 올랐다.
타선이 장·단 10안타를 집중력 있게 폭발시킨 가운데 양현종의 호투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현종으로서는 7년 만의 한국시리즈 등판이자 선발승이었다. 그는 2017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이는 KBO 한국시리즈 최초 1-0 완봉승이었다.
경기 후 김도영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양현종은 "팀이 이겨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초반에 야수들이 넉넉하게 점수를 뽑아줬고 나도 볼 배합을 바꿔 공격적으로 들어간 게 주효했다. 많은 이닝은 못 던졌지만, 최소 실점으로 막아서 기분 좋게 2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정규시즌 통산 최다 탈삼진, 10시즌 연속 170이닝 등 대기록을 작성한 양현종은 이날 승리로 또 한 번 KBO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바로 만 36세 7개월 22일의 나이로 한국시리즈 국내 선수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한 것.
종전 기록은 조계현 현 KBO 전력강화위원장(당시 두산 베어스)이 2000년 11월 3일에 잠실야구장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의 만 36세 6개월 2일이었다.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로벨로 만자니오(당시 LG 트윈스)가 2002년 11월 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승리한 때의 만 39세 18일이 최고 기록이다.
이에 양현종은 "내 몸은 아직 27세 같다. 최고령이란 단어는 (최)형우 형에게만 붙는 거라 생각했다. 최고령이라는 단어가 나한테 붙었다는 게 조금 신기하고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고 웃으며 "아직 최고령이란 단어는 내게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난 앞으로 더 야구를 하고 싶고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 이런 기록은 다른 형들이 빨리 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이전처럼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부터 공 17개를 내리 직구만 던지면서 2이닝을 18개로 순식간에 삭제했다.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삼성의 전략을 오히려 역이용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그걸 알아챈 시점은 과연 경험 있는 베테랑의 위엄이라 부를 만했다.
양현종은 "1회초 (선두타자) 김지찬 선수가 초구에 보인 반응을 봤을 때 '삼성이 공격적으로 나오는구나' 싶었다. 나도 굳이 피할 생각이 없었고 몸을 풀 때나 초구에 던졌을 때 직구 힘이 괜찮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 연속으로 장타를 맞지 않겠다 느꼈다. 공격적으로 들어간 것이 4회까지 투구 수도 줄이고 생각한 대로 잘 풀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2차전은 KIA로서는 꼭 잡아야 하는 경기로 여겨졌다. 삼성이 원태인, 데니 레예스 원투펀치를 못 쓰는 상황이었던 만큼 양현종을 낸 경기를 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양현종에게도 이런 상황은 부담이 됐을 터. 더욱이 기온까지 이틀간 계속된 비로 뚝 떨어져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하지만 대투수는 의연했다. 양현종은 "개인적으로 내 컨디션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 내가 자신 있게 던지면 일방적인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고, 반대로 긴장하거나 제구가 안 되면 난타전이 될 것 같았다. 오늘 초반부터 위기가 있었고 잔루도 많았지만, 운이 따랐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투수들은 추운 날 많이 던져보고 싶어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던지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던지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양현종은 혹시 모를 5차전을 준비한다. 이틀 연속 1차전이 연기되면서 KIA는 3차전에 에릭 라우어, 4차전에 제임스 네일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그는 "4일 쉬고 (5차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리즈가 이틀 연기되면서 삼성도 좋은 기회가 생겼지만, 우리도 네일이 4차전에 나간다. 그러면 난 5차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가 2승을 거뒀다고 여유 있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왔을 때 하루빨리 경기를 잡아야 한다. 나도 5차전에 맞춰서 또다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삼성전이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5회초 2사에서 삼성 김영웅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삼성전이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5회초 2사에서 삼성 김영웅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양현종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KIA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앞서 열린 1차전 5-1 승리에 이어 하루에 2승을 챙긴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90%를 확보했다. 그동안 한국시리즈 1, 2차전에 승리한 20개 팀 중 18개 팀이 왕좌에 올랐다.
타선이 장·단 10안타를 집중력 있게 폭발시킨 가운데 양현종의 호투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현종으로서는 7년 만의 한국시리즈 등판이자 선발승이었다. 그는 2017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이는 KBO 한국시리즈 최초 1-0 완봉승이었다.
경기 후 김도영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양현종은 "팀이 이겨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초반에 야수들이 넉넉하게 점수를 뽑아줬고 나도 볼 배합을 바꿔 공격적으로 들어간 게 주효했다. 많은 이닝은 못 던졌지만, 최소 실점으로 막아서 기분 좋게 2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정규시즌 통산 최다 탈삼진, 10시즌 연속 170이닝 등 대기록을 작성한 양현종은 이날 승리로 또 한 번 KBO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바로 만 36세 7개월 22일의 나이로 한국시리즈 국내 선수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한 것.
종전 기록은 조계현 현 KBO 전력강화위원장(당시 두산 베어스)이 2000년 11월 3일에 잠실야구장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의 만 36세 6개월 2일이었다.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로벨로 만자니오(당시 LG 트윈스)가 2002년 11월 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승리한 때의 만 39세 18일이 최고 기록이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삼성전이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양현종이 '데일리 MVP' 수상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에 양현종은 "내 몸은 아직 27세 같다. 최고령이란 단어는 (최)형우 형에게만 붙는 거라 생각했다. 최고령이라는 단어가 나한테 붙었다는 게 조금 신기하고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고 웃으며 "아직 최고령이란 단어는 내게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난 앞으로 더 야구를 하고 싶고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 이런 기록은 다른 형들이 빨리 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이전처럼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부터 공 17개를 내리 직구만 던지면서 2이닝을 18개로 순식간에 삭제했다.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삼성의 전략을 오히려 역이용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그걸 알아챈 시점은 과연 경험 있는 베테랑의 위엄이라 부를 만했다.
양현종은 "1회초 (선두타자) 김지찬 선수가 초구에 보인 반응을 봤을 때 '삼성이 공격적으로 나오는구나' 싶었다. 나도 굳이 피할 생각이 없었고 몸을 풀 때나 초구에 던졌을 때 직구 힘이 괜찮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 연속으로 장타를 맞지 않겠다 느꼈다. 공격적으로 들어간 것이 4회까지 투구 수도 줄이고 생각한 대로 잘 풀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2차전은 KIA로서는 꼭 잡아야 하는 경기로 여겨졌다. 삼성이 원태인, 데니 레예스 원투펀치를 못 쓰는 상황이었던 만큼 양현종을 낸 경기를 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양현종에게도 이런 상황은 부담이 됐을 터. 더욱이 기온까지 이틀간 계속된 비로 뚝 떨어져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삼성전이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하지만 대투수는 의연했다. 양현종은 "개인적으로 내 컨디션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 내가 자신 있게 던지면 일방적인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고, 반대로 긴장하거나 제구가 안 되면 난타전이 될 것 같았다. 오늘 초반부터 위기가 있었고 잔루도 많았지만, 운이 따랐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투수들은 추운 날 많이 던져보고 싶어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던지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던지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양현종은 혹시 모를 5차전을 준비한다. 이틀 연속 1차전이 연기되면서 KIA는 3차전에 에릭 라우어, 4차전에 제임스 네일을 내보낼 수 있게 됐다.
그는 "4일 쉬고 (5차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리즈가 이틀 연기되면서 삼성도 좋은 기회가 생겼지만, 우리도 네일이 4차전에 나간다. 그러면 난 5차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가 2승을 거뒀다고 여유 있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왔을 때 하루빨리 경기를 잡아야 한다. 나도 5차전에 맞춰서 또다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삼성전이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선수들이 삼성에 8-3으로 승리한 후 이범호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