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꼭 이기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정말 KIA가 정규 시즌 우승팀답게 아주 끈질기게 하는 바람에 많이 긴장했다. 이겨서 다행이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못하는 게 없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이 지난 25일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1로 앞선 7회 달아나는 한 방을 날렸고 5회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슈퍼 캐치로 선발 대니 레예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헌곤은 “꼭 이기고 싶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정말 KIA가 정규 시즌 우승팀답게 아주 끈질기게 하는 바람에 많이 긴장했다. 이겨서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2-1로 앞선 7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헌곤은 KIA 필승조 전상현의 1구째 직구(141km)를 잡아당겨 왼쪽 외야 스탠드에 꽂았다. 비거리는 115m. 김헌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전상현의 공이 워낙 좋았고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제가 불리해질 것 같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실투가 들어와 행운이 따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삼성은 지난 23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전상현에 막혀 6회 무사 1,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1-5 역전패를 당했다.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의지고 컸을 터. 하지만 전상현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선수들은 누구나 지고 나서 되갚아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당연히 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병호는 7회 전상현의 초구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월 솔로 아치로 연결했다. 김헌곤은 박병호의 홈런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에 “병호 형이 사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뭐든 스스로 책임지려고 하는 형이다. 그런 부분에서 병호 형의 홈런이 나와 이제 부담을 덜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또 “병호 형은 보고 배울 부분이 정말 많은 선수다. 항상 미리 나와서 준비하고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선수다. 그동안 결과가 안 나와서 많이 안타까웠는데 홈런을 쳐서 기분 좋았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든든한 응원은 엄청난 힘이 됐다. 김헌곤은 “원정 경기보다 대구 홈경기를 하니까 진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에 전율을 느낄 만큼 에너지를 받아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5회 슈퍼 캐치를 선보인 그는 “사실 공이 라이트에 살짝 들어갔다. 잠시 눈에서 공을 놓쳤는데 감을 믿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공이 글러브 안에 들어와 있었다. 운이 따른 것”이라고 했다.
‘레예스가 어떤 말을 해줬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고맙다는 말을 안 해도 그냥 느껴지는 게 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거고 레예스가 정말 잘 던졌다”고 박수를 보냈다.
주장 구자욱은 왼쪽 무릎 인대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헌곤은 “자욱이가 너무 미안해하고 있다. 자욱이가 있는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은 분명히 좋은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하고 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