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조형래 기자] 경기 전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광주 홈에서 한국시리즈 2승을 선점했고 우승 확률 90%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대구 원정 3차전을 2-4로 패하면서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 삼성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리고 26일 4차전을 앞두고는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4번 타자 해결사인 최형우가 허리 통증으로 라인업에서 빠져야 했기 때문. 경기 전 인터뷰실에서 이범호 감독의 얼글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최형우 대신 이창진이 투입됐고 김선빈이 2번 타자로 전진배치 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더군다나 에이스 매치업이었다. KIA도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등판했지만 삼성도 토종 에이스 원태인으로 맞불을 놓았다. 일격을 가할 타자가 줄어든 것은 KIA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걱정은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KIA 타자들은 최형우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규시즌 MVP의 가장 강력한 후보인 김도영이 침묵해도 상관 없었다.
이날 KIA 타선은 1회부터 끈질겼다. 1,2차전 무안타 침묵을 깨고 3차전 멀티히트를 때려낸 리드오프 박찬호는 2루수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물꼬를 텄다. 그리고 2번으로 승격한 김선빈이 원태인과 무려 10구 승부를 펼치면서 좌측 담장 상단을 때리는 2루타를 뽑아냈다. 무사 2,3루 기회를 완성했다. 김도영이 3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됐지만 나성범이 2루수 땅볼을 때리며 귀중한 선취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타선 전체가 원태인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나온 듯, 투구수를 늘려나갔다. 1회에만 32개의 공을 뿌리게 했다. 2회에도 끈질긴 승부는 계속됐고 2회까지 원태인의 투구수는 50개를 훌쩍 넘었다.
3회가 절정이었다. 3회 선두타자 김선빈의 좌전안타를 시작으로 김도영의 볼넷, 나성범의 우전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소크라테스가 분위기를 살려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3-0으로 격차를 벌렸다.
이후 최원준의 희생번트, 이창진의 볼넷으로 다시 1사 만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원태인까지 빠르게 강판시켰다. 변우혁이 포수 파울플라이로 2사 만루로 분위기가 가라앉는듯 했다. 하지만 김태군이 이날 클라이막스를 책임졌다. 김태군은 송은범을 상대로 깜짝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1볼에서 2구째 135km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파울이 되는듯한 타구는 좌측 파울 폴 안쪽에 들어오면서 만루홈런이 완성됐다. 포스트시즌 역대 20번째 만루홈런,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터진 5번째 만루홈런이었다. 공교롭게도 김태군 이전의 한국시리즈 만루홈런은 201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이범호 현 감독이 마지막이었다. 7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우승의 운명으로 연결되는 만루홈런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6회, 소크라테스의 투런포까지 터졌다. 이날 경기 쐐기를 박는 홈런포였다. 소크라테스의 4타점 경기였다. 전날(25일) 경기 삼성의 홈런포로 ‘라팍’에 압도됐던 KIA였지만 하루 만에 라팍의 담장을 점령하면서 대승을 완성했다. ‘메가 타이거즈포’의 응집력으로 완벽한 승리를 만들었다. 13안타로 9-2 대승을 완성했다.
특히 최형우를 대신해서 4번 타자로 출장한 나성범이 선제 결승타점에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그리고 김선빈 2번 전진 배치도 대성공으로 귀결됐다. 1회 원태인의 힘을 빠지게 하는 10구 승부 2루타부터 3회 빅이닝의 시발점 역할을 한 좌전안타, 그리고 7회 2루타까지. 3안타를 폭발시켜며 최형우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김태군의 만루포 포함 멀티히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경기 후 소크라테스는 "빅초이(최형우 애칭)가 나에게 영혼을 준다고 했다. 자신의 영혼을 주면서 내 몫까지 최선을 해달라고 했다"라며 "그런 게 다른 선수들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