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문동주(한화 이글스), 손주영(LG 트윈스)에 이어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마저 합류가 불발된 류중일호. 우려했던 선발 기근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 소속 에이스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지난 26일 “원태인이 MRI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 진단을 받았다. 관절 내 약간의 출혈이 있고,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을 동반했다”라며 “4~6주간 재활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 6실점을 남기고 조기 강판됐다. 삼성 구단은 3회초 투구 도중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교체된 원태인에 대해 “병원 검진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지만, 어깨 통증이 심해지면서 병원행이 결정됐고, 큰 부상이 확인됐다.
원태인은 지난 11일 발표된 2024 WBSC 프리미어12 35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상태였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한국 선발진의 원투펀치를 맡아야 할 ‘다승왕’ 원태인을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26일 3일차 훈련 도중 부상 비보를 접했다.
원태인의 낙마가 유독 뼈아픈 이유는 단기전 승패를 좌우하는 대표팀 선발진 전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동주가 부상, 박세웅이 기초군사훈련으로 프리미어12 출전이 불발된 상황에서 손주영, 원태인마저 부상으로 빠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류중일 감독은 “예비 명단을 보시면 (류현진, 김광현 급의) 선발투수가 없다. 안 보인다”라며 “물론 선발투수가 있긴 있는데 한 경기를 온전히 잡아줄 투수가 없다. 원태인, 곽빈, 고영표, 엄상백, 최승용 등을 두고 어떤 선수를 어느 경기에 기용할지 훈련하면서 결정하겠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예비 엔트리 35인을 살펴보면 대표팀 선발 자원은 고영표, 엄상백, 손주영, 곽빈, 최승용, 원태인 등 6명을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포스트시즌에서 호투를 펼친 손주영이 부상 낙마하면서 예비 멤버 없이 남은 5명 전원이 각자 한 축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프리미어12에서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총 5경기를 치른다. 13일 대만전 선발이 나흘 휴식 후 18일 호주전 선발을 맡는 플랜도 가능하지만, 일단은 5명 모두가 등판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원태인의 이탈로 이제 선발 자원은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최승용이 올해 초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진 것을 감안했을 때 확실한 선발은 고영표, 곽빈, 엄상백 뿐이다.
류 감독이 선발진에 큰 우려를 표한 건 아시안게임과 달리 같은 조에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 하나도 없기 때문. 개최국 대만을 비롯해 NPB 선수들이 총 출동하는 일본, 미국 마이너리그 및 NPB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만만한 상대가 없다. 그나마 호주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인데 대표팀은 2023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호주에 충격패를 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대만 출국이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로운 투수를 뽑기도 애매하다. 그나마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선수는 최근까지 경기를 했지만, 그 외 구단 소속 선수들은 정규시즌 종료 후 휴식을 가졌다. 류 감독은 “정말 누구를 뽑아야 하나. 이제 와서 새로운 투수를 뽑기도 쉽지 않다. 정말 걱정이 된다”라고 큰 우려를 표했다.
결국 KT와 두산에서 각각 에이스를 담당했던 고영표와 곽빈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올해 13승을 올리고 FA 권리 행사를 앞둔 엄상백, 과거 선동열 감독의 극찬을 들었던 좌완 신예 최승용도 실력을 발휘할 의무가 생겼다. 그 외 김시훈, 이영하도 선발 또는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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