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상학 기자] 딱 한 표 차이였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1989년생 동갑내기’ 김선빈과 김태군이 역대급 초박빙 MVP 싸움을 벌였다. 김선빈이 1표 차이로 MVP 트로피와 함께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KIA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7-5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삼성을 물리친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해태 시절 포함 구단 역대 12번째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2번의 KS에서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으며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2위 삼성에 9경기 차이로 크게 앞서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의 KS 우승은 놀랍지 않은 결과. 하지만 4차전까지 투타에서 워낙 많은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면서 누가 KS MVP를 받을지 쉽게 점치기 어려웠고, 투표 결과도 놀라웠다.
야수 쪽에선 김선빈과 김태군이 앞서나간 가운데 투수 중에선 1차전과 4차전 선발로 나서 1승 평균자책점 2.53으로 호투한 제임스 네일이 유력 후보였다. 2차전 승리를 거둔 양현종도 5차전에서 또 승리를 따내면 MVP를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5차전에서 2⅔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며 후보에서 탈락했고, 김선빈과 김태군의 2파전으로 흘렀다. 김태군이 6회 결승타를 쳤지만 김선빈이 7회 3루 내야 안타로 또 멀티히트 경기를 펼치며 경쟁을 펼쳤다.
현장 취재진 표심도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김선빈과 김태군, 누가 MVP를 받아도 이상할 게 없지만 딱 한 표 차이로 갈릴 줄은 몰랐다. 기자단 유효 투표수 99표 중 46표를 받은 김선빈이 득표율 46.5%로 KS MVP 수상 영예를 누렸다. 45표를 받은 김태군은 득표율 45.5% 기록했지만 김선빈에게 딱 1표 뒤졌다. 이어 제임스 네일(6표), 최형우, 곽도규(이상 1표) 순으로 득표했다.
주전 2루수 김선빈은 이번 KS 5경기에서 타율 5할8푼8리(17타수 10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볼넷 3개, 몸에 맞느 볼 1개를 얻어 출루율 .636, 2루타 3개, 3루타 1개를 더해 장타율 .882로 OPS 1.518에 달했다. 2~5차전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치며 KIA 타선을 이끌었다.
김태군도 5경기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1홈런 7타점 OPS 1.047로 활약했다. 4차전에서 결정적인 만루 홈런으로 KS 흐름을 가져왔고, 마지막이 된 이날 5차전도 6회 결승타를 쳤다. 5경기 모두 선발 마스크를 쓰며 공수 양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여줬다.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범호 KIA 감독도 1표 차이로 갈린 MVP 결과에 놀란 반응이었다. “1표 차이였어요?”라고 되물어본 이범호 감독은 “그래서 태군이가 ‘팀 MVP는 없냐’고 물어봤나 보다. 태군이도 볼 배합을 너무 잘해줬다. 선빈이와 둘 다 MVP라고 생각한다. 태군이는 잘 위로하고 달래주겠다”며 웃었다.
이어 수훈 선수로 김선빈과 김태군이 같이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부상으로 기아자동차 ‘The new EV6 GT-line’를 부상으로 받은 김선빈은 “태군이가 받았어도 인정했을 것이다. 시리즈 동안 워낙 잘했다”고 인정했다. 부상으로 받은 차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장모님이 알아보고 계시더라. 미리 알아보고 계셨던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김태군은 못내 아쉬웠는지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기자) 한 명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며 웃은 뒤 “농담이다. 다른 선수가 받았어도 인정했겠지만 89년생 친구 선빈이가 받아서 좋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치켜세웠다.
2017년 KIA 통합 우승 멤버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김선빈에게 첫 KS MVP가 주는 의미는 컸다. 그는 “프로에 입하 때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키(165cm)가 작아서 안 된다, 한계가 있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는데 이번 MVP로 그 편견을 깬 것 같다. 키가 작아도 프로에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신체 조건이 중요하긴 하지만 편견을 깬 것만으로도 키 작은 선수들에게 큰 용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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