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영국), 고용준 기자]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 스코어를 생각하기 보다, (우리는) 패패하더라도 승승승할 수 있는 팀이다.”
T1 유니폼을 입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자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7년의 세월이 흘러 결승 무대를 다시 밟게 된 그는 언제나처럼 팔불출에 가까운 제자들에대한 무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승리’와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보다 감독으로, 스승으로 제자들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T1 지휘봉을 다시 잡고 역대급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는 선수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으로 마지막 결전인 결승전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1일 오후(이하 한국 시간) 영국 런던 O2아레나 내 인디고 볼륨에서 ‘2024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결승 진출팀 Q&A에 BLG 선수단에 이어 나선 T1 선수단은 미사여구 없이 차분한 태도로 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미사어구를 붙이지 않아도 T1의 2024년은 한 마디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출전하게 되면 최소 4강에 이름을 올리는 명가임에도 하마터면 그들은 롤드컵 경쟁에서 자칫 벼랑끝에서 밀려날 뻔 하기도 했다.
그들의 드라마는 가을 잔치인 롤드컵 무대에서도 계속됐다.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를 패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음에도 이후 7세트 연속 승리를 이어가면서 월드 챔피언십에 나서기만 하면 4강까지 오르는 기존 패턴을 지켜냈다.
최대 고비였던 숙적이자 천적 젠지와 4강 역시 10연패의 사술을 끊어내면서 기어코 3년 연속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3년 롤드컵 결승에 올라간 팀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결승에 진출했던 T1의 전신인 SK텔레콤 T1뿐으로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김정균 감독은 두 번째 명가 탄생의 도전 역시 같이 하게 됐다.
과거 우승의 순간에 대한 의미와 결승에서 다시 우승할 경우의 의미를 묻자 김정균 감독은 “이전 우승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T1에 다시 오고 7년 만에 결승에 오게 됐다. 기회를 만들어준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번 결승전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마칠 때까지 후회 없는 플레이를 펼쳐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는 질문에도 김정균 감독은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 팬들에 대한 무한에 가까운 제자사랑을 피력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내비치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올 한 해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줬고 선수들에게도 어제 경기 없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후회없는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 스코어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패패하더라도 승승승할 수 있는 팀이 T1이라고 생각하기에 후회 없는 경기만 해주면 좋겠다.”
그는 지휘봉을 다시 잡고 매 순간 20대 어린 제자들의 인생 선배로, 팀을 책임지는 리더의 부담감이 아닌 선수들을 향해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왔다. 마지막 결전을 앞둔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믿음을 보여준 그의 제자사랑이 한 없이 따뜻할 뿐이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