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서 모자 돌리고 취준생 소원성취까지' KIA 20세 좌완 이유 있는 퍼포먼스, 팀과 팬 생각했다 [고척 현장]
입력 : 2024.11.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KIA 곽도규(왼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곽도규(왼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곽도규(20)가 취준생 야구팬의 취업을 응원했다.

곽도규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비 훈련을 마친 뒤 최근 화제가 됐던 취준생 야구팬과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KIA는 지난달 28일 삼성 라이온즈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고 7년 만이자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좌완 필승조로 활약했던 곽도규는 당당한 주역이었다. 한국시리즈 5경기 중 4경기에 출전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2승을 챙겼다.

우승 직후 곽도규는 자신의 SNS에 "누나, 내가 해냈어"라는 말과 함께 한 야구팬과 대화를 공유했다. 야구팬은 한국시리즈 전 곽도규에게 "(곽)도규야 나 오늘 삼성이랑 LG 채용 결과 나왔는데 떨어졌어. 꼭 나 대신 복수해줘. 삼성이랑 LG 이기고 우승하자"라며 응원했다.

올해 플레이오프가 삼성과 LG의 맞대결이었고 누가 올라가든 KIA와 상대했기에 나온 농담이었다. 곽도규에게도 속상할 수 있는 자신의 처지를 유머로 활용한 팬이 기억에 남겼다.

곽도규는 "아예 생판 모르는 분이다. 제임스(네일)랑 찍은 사진을 보려고 휴대폰 갤러리에 들어갔는데 딱 캡처해놓은 게 있었다. 전혀 일면식이 없는 분인데 유쾌한 일화인 것 같아 SNS에 올렸다. 한국시리즈 끝나고 연락이 오셨다. 이제 자신의 손으로 해보겠다고 하시길래 나도 '좋은 곳으로 취직하시면 좋겠다'고 응원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그분이 나중에 꼭 좋은 곳에 취직하셔서 야구장 놀러오셨을 때 연락 주시면 유니폼 한 벌을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응원했다.

KIA 곽도규가 지난달 28일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한 팬과 대화를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사진=곽도규 SNS 갈무리
KIA 곽도규가 지난달 28일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한 팬과 대화를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사진=곽도규 SNS 갈무리
KIA 곽도규가 2024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모자를 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곽도규가 2024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모자를 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올해 곽도규는 한국시리즈서 다양한 퍼포먼스로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8회말 1사 1루서 르윈 디아즈를 병살 처리한 뒤 1루수 변우혁을 향해 모자를 옆으로 돌려썼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6회를 실점 없이 마친 후 상의를 벗고 이의리 마킹이 된 이너웨어를 공개했다.

20세 어린 투수의 쇼맨십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 번 모두 올해 왼쪽 팔꿈치 수술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선배 이의리(22)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앞서 돌렸던 모자에는 이의리의 등번호인 48번이 새겨져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곽도규는 취재진과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의리 형이 세리머니를 부탁해서 한 것이었다. 당시에 강명구 삼성 코치님을 도발했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렇게 보였다면 당연히 제 잘못이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상대팀을 비하하거나 존중하지 않아 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의 사기를 조금 더 올라가길 바라서 한 행동이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팬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랐다. 곽도규는 "(이)의리 형 마킹도 팀 스토어 매니저님께 몰래 부탁한 것이었다. 어려운 작업인데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렇게 철없는 행동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욕 먹을 것도 예상했고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릴 때) 인생에 부끄러운 순간을 만들어 둔다면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재미있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해서 부끄러움을 예상하고 해봤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것들이 재미있는 장면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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