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FA 신청만큼 포기도 용기가 필요하다. 20명의 선수들이 FA 자격을 신청하며 시장에 나온 가운데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은 선수들의 선택도 눈길을 끈다.
KBO는 지난 5일 2025년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30명 중 20명의 승인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KIA 투수 임기영(31·B등급), 장현식(29·B등급), 내야수 서건창(35·C등급), 삼성 내야수 류지혁(30·B등급), 외야수 김헌곤(36·C등급), LG 투수 최원태(27·A등급), 두산 투수 김강률(36·C등급), 내야수 허경민(34·B등급), KT 투수 엄상백(28·B등급), 우규민(39·C등급), 내야수 심우준(29·B등급), SSG 투수 노경은(40·B등급), 내야수 최정(37·C등급), 롯데 투수 구승민(34·A등급), 김원중(31·A등급), 한화 내야수 하주석(30·B등급), NC 투수 이용찬(35·B등급), 임정호(34·C등급), 외야수 김성욱(31·C등급), 키움 투수 문성현(33·C등급)이 FA 신청을 하며 시장에 나왔다.
5일 공시된 FA 승인 선수 20명은 6일부터 해외 구단 포함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반면 은퇴를 선언한 KT 내야수 박경수(40·C등급), 한화 외야수 김강민(42·C등급), NC에서 방출된 투수 심창민(31·B등급)을 제외하고 FA 신청을 하지 않은 선수는 두산 내야수 김재호(39·C등급), KT 내야수 오재일(38·B등급), SSG 투수 서진용(32·B등급), 롯데 투수 진해수(38·B등급), 한화 포수 이재원(36·B등급), 키움 내야수 최주환(36·B등급), 외야수 이용규(39·C등급) 등 7명이다.
이 중 최주환은 5일 키움과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 2+1+1년으로 최대 12억원을 받는 조건. 2025~2026년 3억원씩, 총 2년 6억원이 보장됐다. 옵션 충족시 다음 시즌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형태로 4년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12억원을 받는다.
최주환은 올해 130경기 타율 2할5푼7리(482타수 124안타) 13홈런 84타점 OPS .715를 기록했다. 눈에 확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득점권 타율 3할대(.308), 결승타 7개로 찬스에서 해결력을 보여줬다. 1루수로서 엄청난 수비 안정감을 보여주며 공수 기여도를 인정받았다.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가 발생하는 B등급이라 FA 시장에 나갔다면 이같은 계약을 따낼지 장담할 수 없었다.
최주환과 함께 FA 미신청 선수 중 가장 눈길을 끈 선수가 서진용이다. 2015년 1군 데뷔 후 10시즌 통산 521경기(527⅔이닝) 29승26패88세이브84홀드 평균자책점 3.97 탈삼진 518개를 기록한 서진용은 검증된 불펜이다. 지난해 42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개막 이후 50경기 연속 블론세이브 없이 막으며 KBO리그 최장 연속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재활했고,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1군 합류했다. 수술 영향인지 구위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고, 마무리 보직을 찾지 못한 채 중간으로만 던졌다. 51경기(47이닝) 1패6홀드 평자책 5.55 탈삼진 38개. 2017년부터 7년간 주축 불펜으로 꾸준한 성적을 냈지만 정작 FA 시즌을 망쳤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구승민, 임기영, 이용찬은 FA 신청을 했다. 구위가 중요한 불펜투수는 1살이라도 어릴 때 FA가 되는 게 이득이다. 1년 미룬다고 해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32세로 비교적 젊은 편인 서진용은 재수의 길을 택하며 내년 시즌에 승부를 본다.
KBO리그에서 FA 재수로 가장 성공한 선수는 LG 투수 임찬규가 있다. 2022년 FA 시즌에 임찬규는 23경기(103⅔이닝) 6승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다. 시즌 후 B등급으로 분류된 임찬규는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FA 재수를 택하고 맞이한 2023년 임찬규는 30경기(144⅔이닝) 14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반등했다. LG의 통합 우승 멤버가 되면서 FA 자격을 행사했고, 4년 최대 50억원에 LG와 재계약했다. 보장 금액은 26억원이지만 임찬규는 FA 계약 첫 해인 올해 25경기(134이닝) 10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3.83으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 3경기(16⅔이닝) 3승 평균자책점 1.08로 호투하며 FA 모범생으로 자리잡았다.
이용규도 한화 소속이었던 2017년 시즌을 마친 뒤 FA 신청을 포기해 화제가 됐다. 그해 팔꿈치 염증, 손목 골절상으로 고생하면서 57경기 출장에 그쳤다. 타율 2할6푼3리(179타수 47안타) 출루율 3할3푼2리 10도루로 성적도 예년만 못했다. FA 재수를 택한 이용규는 2018년 134경기 타율 2할9푼3리(491타수 144안타) 출루율 3할7푼9리 30도루로 성적을 끌어올리며 FA 시장에 나왔다. 기대만큼 시장 수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화와 2+1년 최대 26억원에 재계약했다.
FA 재수가 실패로 돌아간 케이스들도 있다. 서건창이 대표적이다. 2021년 시즌 후 LG에서 첫 FA 자격을 취득한 서건창은 A등급이 되자 재수를 했지만 2022년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다. 2022년 시즌 후에도 A등급에 묶여 다시 재수를 택한 서건창은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2023년 시즌 후 방출됐다. KIA로 옮겨 반등한 서건창은 C등급이 된 올겨울 마침내 첫 FA 신청을 했다.
사이드암 투수 심창민도 2022년 시즌 후 NC에서 첫 FA 자격을 얻었으나 11경기(6⅓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14.21로 크게 부진했고, A등급이 되자 FA를 미뤘다. FA 재수로 2023년을 맞이했지만 1군 5경기 등판에 그쳤고, 시즌 후에는 또 FA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올해는 1군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채 NC에서 방출됐다. FA 신청 한 번 못하고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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